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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 장관·사령관·부대장 '진실게임장' 전락


입력 2018.07.24 20:02 수정 2018.07.24 20:02        정도원 기자

기무부대장 "장관이 '위수령 문건' 문제될 게 없다 했다"

송영무 "완벽한 거짓말" 펄쩍… "평생 정직하게 살았다"

기무사령관과도 공방… 황영철 "누군가는 옷 벗어야"

기무부대장 "장관이 '위수령 문건' 문제될 게 없다 했다"
송영무 "완벽한 거짓말" 펄쩍… "평생 정직하게 살았다"
기무사령관과도 공방… 황영철 "누군가는 옷 벗어야"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이 24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상으로 나아가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가운데, 출석한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이를 불편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이 24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상으로 나아가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가운데, 출석한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이를 불편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업무보고를 위해 출석한 현직 국방부장관, 기무사령관, 기무부대장이 서로 간에 "완벽한 거짓말"이라는 표현까지 하며 '진실게임'을 벌이는 이례적인 모습이 나왔다.

국회의원의 질의에 서로 답변이 엇갈리자 "평생 정직하게 살아왔다", "군인으로서 양심을 걸고 답변드린다"고 '명예'까지 내걸어, '기무사 문건 사태'의 향배에 따라 큰 타격을 입는 당사자가 출현하는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 국방위는 24일 오후, 오전에 이어 국방부 업무보고를 속개했다. 이 자리에는 오전에 국무회의 참석 관계로 국방위에 불참했던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자리했다.

문제는 장관 부재 중이던 오전 질의에 이미 답변했던 이석구 기무사령관과 송영무 장관의 답변이 서로 엇나가면서 시작됐다.

송영무 장관은 지난 3월 16일 이석구 사령관으로부터 '계엄령·위수령 관련 문건' 보고를 받는 상황을 묻는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5분 정도 보고를 받았다"며 "그 문건이 아니라 일반 보고를 받았고, 문건은 두꺼워서 볼 수가 없으니 놓고 가라고 했다"고 답했다.

이는 오전에 이석구 사령관이 답변한 내용과는 완전히 모순된 답변이다.

이석구 사령관은 오전 서청원 무소속 의원의 질의에 "3월 16일 송영무 장관에서 이 사안의 위중함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대면보고를 했다"며 "문건은 USB에 담아 보고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두 사람의 말이 엇갈리자 황영철 의원과 이주영 한국당 의원 등이 확인 질의에 나섰다. 이렇게 되자 송영무 장관과 이석구 사령관이 의원들에게 서로 진실성을 호소하기 위해 자세한 시간 단위까지 공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석구 사령관은 "장관실에 (보고하러) 들어갔던 게 (오전) 11시 38분"이라며 "보고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20분쯤 보고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관이 바쁘니까 문건을 놓고 가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자 송영무 장관은 "11시 38분은 기무사령관이 도착한 시간이고, 10분 정도 대기했을 것"이라며 "(11시) 50분에서 55분 사이에 보고가 시작돼, 55분에 (장관실에서 이석구 사령관이) 나갔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 5분 정도였는데, 문건이 아니라 다른 것을 보고해서 (문건은) 놓고 가라고 했다"며 "(이석구 사령관이 말한) USB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전면 부인했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24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송영무 장관 사진 오른쪽 뒷편에서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이 장관이 질의에 답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24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송영무 장관 사진 오른쪽 뒷편에서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이 장관이 질의에 답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날 국방위에서는 장관과 사령관의 '진실게임'에 뒤이어 장관과 일선 기무부대장 사이에서 '2라운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의원들의 강력한 출석 요구에 따라 송영무 장관과 함께 오후 질의 순서에 국방위에 출석한 민병삼 100기무부대장(대령)은 "송영무 장관이 간담회에서 '위수령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돌발 발언을 했다.

민병삼 부대장은 "장관 외 14명이 참석한 7월 9일 오전 간담회에서 각 실장들이 돌아가면서 보고하면 장관이 지침 말씀을 주는 순서였는데, 장관이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위수령 문건은) 문제될 게 없다고 하는데 나도 마찬가지 생각'이라고 말했다"며 "장관은 여러 업무를 소관하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날 수 있지만, 나는 (장관) 말씀이어서 명확히 기억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송영무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대장까지 지낸 국방부장관이 거짓말을 하겠느냐"라고 펄쩍 뛰었다.

또다시 벌어진 '진실게임'에 민병삼 부대장은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이라며 "군인으로서 양심을 걸고 답변드리는 것"이라고 '명예'를 걸었고, 이에 송영무 장관도 "이 사람(민병삼 기무부대장) 말고 다른 사람 말도 들어달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진실게임'의 승패는 합동수사단의 수사 결과 발표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조만간 가려질 전망이다.

송영무 장관과 민병삼 부대장이 '진실게임'을 벌인 7월 9일 간담회는 실장들이 두루 참석하는 자리라 장관과 기무부대장 외에도 13명의 다른 참석자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로부터 사정청취를 하면 진위는 곧 가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민병삼 부대장이 "당시 간담회 내용은 운영과장이 PC에 (워딩을) 쳐서 기무사에 보고를 해서 그 내용이 다 있다"고 했으며, 이주영 의원의 제출 요구에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송영무 장관과 이석구 사령관이 맞섰던 '계엄령 문건 보고 시간 및 내용'과 관련해서도, 송영무 장관이 "평생 정직하게 살아왔다"며 "증인이 있다"고까지 공언했기 때문에, 사령관이 보고를 위해 장관실에 머문 시간 등을 증언할 '증인'이 나타나면 진위가 쉽사리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사안의 진위가 가려지게 되면,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열린 공식 질의 과정에서 거짓말로 '진실게임'을 벌인 당사자는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황영철 의원은 "이 자리에서 국방부장관과 기무사령관, 둘 중에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거짓 증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는 옷을 벗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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