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인랑' 김지운 "원작 모독했다는 비판도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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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9월 20일 19:17:16
    [D-인터뷰] '인랑' 김지운 "원작 모독했다는 비판도 들었죠"
    집단서 개인으로 변해가는 인물 초점
    강동원·정우성·한효주 캐스팅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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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7-24 09:02
    부수정 기자(sjboo71@dailian.co.kr)
    ▲ 김지운 감독은 영화 '인랑'에 대해 "한국형 히어로 무비의 가능성을 열고 싶었다"고 했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

    집단서 개인으로 변해가는 인물 초점
    강동원·정우성·한효주 캐스팅 만족


    '충무로 스타일리스트' 김지운 감독이(54)이 영화 '인랑'으로 돌아왔다.

    '인랑'은 오시이 마모루 원작, 오키우라 히로유키 연출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남북한이 통일 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뒤 반통일 무장테러단체 '섹트'가 등장한 2029년을 배경으로 했다. 경찰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한 절대 권력기관 간의 숨 막히는 대결 속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다.

    영화는 200억원에 육박하는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인랑'은 충무로 스타일리스트 김 김독 특유의 연출이 더해져 비주얼적으로 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언론시사회 이후 스토리가 헐겁고 특히 멜로 라인이 극에 녹아 들어가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23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김지운 감독은 "총격신, 액션 등 비주얼적인 부분에선 좋은 평가를 들었다"며 "다만 멜로 라인이 밋밋하다는 반응도 들었다"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이어 "그간 작품에서 인물들의 내면을 다뤘지만 이번엔 어떤 사건의 과정이 보이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었다"며 "이런 점 때문에 멜로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집단에서 개인으로 옮길 수 있는 얘기가 가장 중요했고 다음이 러브라인이었는데 이 부분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개인과 집단에 대해 깊게 고민한 듯했다. "'야만의 시대에서 사랑이 가능할까?'라는 주제를 던지고 싶었어요. 근데 하다 보니 집단과 개인의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습니다. 개인취향이 존중 되는 사회이고, 각자 개성대로 살고 있지만 무언가에 의해 조정되는 새로운 소비 범주에 편승하는 것 같아요. 개인 생활을 존중하는 시대인데 어느 순간 집단에 들어가고 싶어 하기도 하고요. 인스타그램 같은 것도 어떤 범주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욕구라고 생각해요. 개인의 발언이 집단화되는 부분에 대해 예민하게 생각했어요. 자기 생각이 아닌데 대세 집단이 선호할 만한 논리들을 내세우는 것도 많이 봤습니다."

    ▲ 김지운 감독은 영화 '인랑'에 대해 "한국에서 처음 보는 비주얼과 스타일을 시도했다"고 했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

    김 감독은 또 "그동안 느꼈던 생각을 영화 속에 넣었다"면서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는,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감정의 동요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덜 신경 쓴 액션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서 혼란스러웠다. 멜로가 요즘 좀 안 되나"라며 웃었다.

    그는 '인랑' 자체가 우려였다고 털어놨다. 앞서 제작보고회 당시 건강을 해칠 만큼 힘들었던 영화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다루기 힘들고, 난해한 영화이긴 해요. 원작이 지닌 모호한 색채를 한국 실정에 맞게 장르적 쾌감을 선사했다는 좋은 평도 있지만, 원작을 모독했다는 혹평도 들었어요. 감독의 해석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 감독의 영화에는 뚜렷한 악역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인랑'에서는 악역의 색깔이 모호하다. 김 감독은 "악역에 초점을 둔 영화가 아니라서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며 "배우의 맞춤형 악역을 선보이려고 하는 스타일인데 이번 작품에선 김무열 씨만 할 수 있는 악역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인랑' 배우들에게 '섹시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모든 인물이 멋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섹슈얼리티보다는 멋스러움이라고 해야 하나요? 여성 캐릭터들도 멋있었으면 했죠."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액션신이다. 미래 세계에서 벌어지는 액션을 어떻게 구현했을까. "살점들이 찢어져 나가는 액션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등급과 제작비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죠. 강력한 타격감에 중점을 뒀고, 포탄이 날아가는 게 보이는 총기 액션도 넣었고요. 남산 액션신은 걱정했던 것보다 잘 나왔던 것 같습니다."

    ▲ 영화 '인랑'을 만든 김지운 감독은 "액션에선 호평을, 러브라인에서는 아쉬운 소리를 들었다"고 평가했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

    김 감독이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부분은 영화의 엔딩이다. 김 감독의 해석이 가미된 부분인데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추신 같은 부분인데 관객들이 임중경과 이윤희가 나눈 감정이 과연 사랑이었을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엔딩을 보면서 두 사람의 감정을 복기할 수 있고. 억지 해피엔딩을 만들려고 한다는 비판도 있다는 건 수용합니다."

    '인랑'은 2013년부터 기획한 작품이다. 김 감독은 시기에 대해 꽤 깊은 고민을 했다. "4.19혁명, 5.18 광주민주화항쟁 등 다양한 역사적 시기를 생각하기도 했어요. 청년실업, 저조한 출산율도 떠올렸고요. 원작 속 권력기관 암투 소재를 생각했을 때 통일이 떠오르더군요. 그때부터 영화 속 세계관이 구축됐고, 여러 이슈가 섞이면서 지금의 이야기가 나왔죠."

    영화의 또 하나 관전 포인트는 강동원·정우성·한효주·최민호·김무열·한예리 등 호화 캐스팅이다. "쇼케이스 갔을 때 '본격 SF 얼굴 대잔치'라는 말이 나왔죠. 하하. 잘생긴 사람 옆에 잘생긴 사람이라는 댓글도 봤고요. 이런 부분이 관객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더군요.

    극 중 설정 탓에 빼어난 신체 조건을 갖춘 배우들이 필요했어요. '만찢남' 같은 강동원 씨는 처음부터 캐스팅 1순위였죠. 정우성 씨는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 같고요."

    김 감독에게는 '장르 개척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1998년 영화 '조용한 가족'으로 데뷔해 '반칙왕'(2000), '장화, 홍련'(2003),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악마를 보았다'(2010), '밀정'(2016)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선보이며 사랑받았다.

    김 감독에게 '인랑'은 어떤 의미일까. "한국영화에서 처음 보는 비주얼, 스타일을 의도했습니다. 마음껏 즐기길 바랍니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활로가 됐으면 합니다. 할리우드 마블 히어로말고, 한국형 히어로 영화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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