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트럼프의 심리적 약점 간파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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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트럼프의 심리적 약점 간파했나
    <칼럼> "내가 죽은 뒤 대홍수가 나든 말든"…누가 조련사? 누가 맹수?
    원전은 위험, 북한핵은 괜찮다?…전략차원 핵무기 연구 시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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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7-23 08:15
    이진곤 언론인
    <칼럼> "내가 죽은 뒤 대홍수가 나든 말든"…누가 조련사? 누가 맹수?
    원전은 위험, 북한핵은 괜찮다?…전략차원 핵무기 연구 시도해야


    ▲ ⓒ데일리안 DB

    북한의 김정은은 핵무장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럭비공형(型) 협상 스타일에 대해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효과적으로 대응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급해 하는 모습은 사라졌다. 미국보다 더 느긋해진 인상을 주고 있다. 아마 트럼프의 심리적 약점을 간파한 듯하다.

    갈수록 김정은의 태도는 모호해지기 시작하고 비핵화 약속을 지키기 위한 어떠한 성의 있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게 확인되는 상황에서도 트럼프는 짐짓 여유를 보이고 있다.

    누가 조련사이고 누가 맹수인지

    “(북한 비핵화 협상에) 시간제한도, 속도제한도 없다. 그저 프로세스(과정)를 진행해 갈 뿐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그는 백악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미‧러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지난 9개월 동안 실험도, 로켓 발사도 없었다. 북한과 관계는 매우 좋다. 서두르지 않겠다.”

    그런 말도 했다.

    트럼프의 심리적 위크 포인트를 겨냥한 김정은식 공략법이 이렇지 않을까?

    ①공손히 대하고 경청하는 태도로 상대방의 경계심을 이완시킨다. ②진정을 다하는 어조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면서 신뢰와 말미를 주면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한다. ③처연한 표정으로 고독을 과장한다.

    트럼프의 경우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는 물론 세계의 어느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던 김정은이 다소곳한 자세로 자신의 요구에 응했다는 사실로 우쭐했을 수 있다. 미국을 위협할 위인이 못된다면 고삐를 너무 죌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법하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고삐는 김정은의 손에 넘어간 게 아닐까? 어쨌든 지금은 누가 조련사이고 누가 맹수인지가 불분명해 진 상황이다.

    이 둘 사이의 심리극에 한국은 조연 역할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이쪽저쪽 끼어들 자리가 없나 해서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지만 미국이나 북한이나 반기는 기색이 없다. 트럼프-김정은이 직접 만나게 된 이상 새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역할이 필요할 까닭이 있겠는가.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 대한민국 5,180만 명의 목숨을 위협할 것이다. 그러면서 상국(上國)의 행세를 하려 할 게 틀림없다. 저들은 이미 지난 20일 노동신문에 실린 ‘주제넘은 허욕과 편견에 사로잡히면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라는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을 협박했다.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발언을 문제 삼으며 “갑자기 재판관이나 된 듯이 감히 입을 놀려댄 것”이라고 윽박질렀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해서도 ‘황당무계한 상식 이하의 궤설’ ‘몽유병자의 장미빛 환상’ 등으로 비난과 조롱을 퍼부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반박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은 말을 않고, 측근참모나 정부 관계부처는 언급을 회피한다. 그러기보다는 오히려 대북제재망 구멍 뚫어주기에 더 관심을 보이는 인상이다. 북한산(産) 석탄을 실은 배가 무시로 우리의 항구를 드나들고 그 석탄이 우리의 부두에 부려지고 해도 관계당국이 방치하듯 하는 것만으로도 정부의 대북 인식을 짐작하기는 어렵잖다.

    원전은 위험, 북한핵은 괜찮다?

    북한은 핵 포기는커녕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갖은 꾀를 다 내고, 미국은 대한민국을 지켜주기 위해 어떤 부담이든 감당한다는 동맹의 의무감을 버릴 핑계만 찾는 분위기다. 이럴 경우엔 우리도 핵무장을 시도하겠다고 나서는 게 상식적 대응이겠지만 이 정부가 북한을 위협하는 일을 엄두라도 내겠는가. 미국도 반대할 게 뻔하다.

    그렇다면 차선책은 우리가 북핵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도록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물론 한미군사동맹 및 한미협력체제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가능하면 한미동맹을 이완시키고 미국보다는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시키려는 의도를 슬쩍슬쩍 내비치고 있다. 진심이 어떤 것이든, 이는 매우 위험한 대북 신호가 된다.

    우리 자체적으로 핵무장을 시도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한다 치자. 그런데 왜 문 대통령과 정부는 우리나라를 ‘핵 청정국가’로 만들기에 그처럼 안달한다는 것인가. 상식이지만 ‘핵’에는 두 가지 상반되는 얼굴이 있다. 선한 핵과 악한 핵이다. 전자는 ‘절대 에너지’로서의 핵이고 후자는 ‘절대 무기’로서의 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기 무섭게 새삼 원전의 위험성을 들어 ‘탈원전 정책’이 표방하고 지시했다. 그 대안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강조하면서 전국적으로 태양광 발전소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정부와 환경단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7년 전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다. 이에 앞서 1979년 드리마일 원전 사고, 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있었다. 특히 체르노빌 사고는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초래했다.

    그러나 착한 핵과 악한 핵은 그 피해에서 비교상대가 못된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핵폭탄 폭발 후의 참상을 돌아보는 것으로 설명은 충분하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와 환경론자들은 북한의 핵무장보다 우리의 원전이 더 위험하다는 듯이 소리를 질러댄다.

    인간의 삶은 원래 위험을 수반한다. 위험하지 않는 삶은 없다. 매일 수많은 사고가 나고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이 때문에 문명의 발달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류문명은 위험을 무릅쓴 데서 가능했다. 물질문명은 효용성만큼 위험성도 수반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인류는 문명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인간의 예지가 효용성은 높이고 위험성은 줄이는 기술과 방법도 함께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최근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력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전력수요가 급증한 바람에 전력예비율은 10%대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가동하면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탈원전을 그렇게 강조하던 에너지 당국이 원전에 의존하겠다니 별일이다.

    지난달 KAIST 원자력공학과는 지난 91년 학부 과정을 개설한 이후 27년 만에 신입생 제로 사태를 맞았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사장은 “지난 학기에 5명이었고 이번 학기에 지원자가 없었던 것”이라며 “아무 문제가 없는 대학도 많은 데 기자들이 그런 것은 안 쓰더라, 기자들이 균형된 시각으로 제대로 된 통계를 가지고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지난 16일 보도한 내용이다.

    전략차원 핵무기 연구 시도해야

    정 사장은 자신의 SNS에서 원자력공학과 교수들을 겨냥, “30년이 넘은 지식을 가지고 20년 전 기술과 교보재로 학생을 가르친다”며 다른 연구분야도 많은데 발전 이외의 새로운 응용분야 연구는 부진하다고 지적, 해당분야 교수들과의 SNS상 논쟁을 부르기도 했다.

    한수원이 자사가 운영하는 원전의 안전성을 자신한다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맞서는 것이 합리적 태도다. 원전사업의 중심에 있으면서 원전 폐쇄를 서두른다거나, 원자력공학 전공학생의 감소를 걱정하는 학계를 오히려 공박하는 것은 너무 부자연스럽고 무책임한 태도가 아닌가.
    핵은 지금도 앞으로도 여전히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아예 핵산업 자체를 포기하려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이 분야의 연구 및 기술 역량은 세계 1위 수준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그건 당연히 국가의 책임이다. 이 분야의 연구 기술 수준이 퇴보하면 그것은 국력 약화의 한 표상이 된다.

    정부는 바뀐다. 탈원전정책도 바뀔 수가 있다. 한반도 안보 상황도 언제나 지금 같으라는 법은 없다. 발전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라는 우리 원자력 연구 수준이다. 학문으로서의 원자력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수십 년 키워온 학문분야를 왜 하루아침에 꺾어버리려고 하는가.

    핵 기피증을 탈피한다는 차원에서라도 원자력 연구를 적극 장려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 연구 대상에 제한을 둘 필요도 없다. 학문의 차원에선 핵무기도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그것은 전략적으로도 중요하다. 미국이 북핵에 대해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핵무기 연구는 우리 측의 강력한 압박수단이 될 수가 있다. 미국만이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도! 김정은이 핵을 내세워 거리낌 없이 협박하고 조롱하고 하는데 우리리라고 왜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갇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인가.

    문 대통령도 정부도 유사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완벽히 보호해낼 능력은 없다. ‘완벽’이라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그 근처에라도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부의 도리일 텐데도 오히려 안보태세를 이완시키고 있다. 어쩌자고 그러는지 도무지 짐작이 안 된다.

    “내가 죽은 뒤에야 대홍수가 나든 말든.” 루이 15세 혹은 그의 정부 퐁파두르 후작부인이 했다는 말이다. 그들의 사후 정말로 정치적 대홍수가 나서 그의 아들 루이 16세와 며느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에서 처형되고 말았다. 그저 덧붙이는 옛날이야기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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