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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기무사 부속 문건 공개, 여론 오도(誤導)이자 부당한 수사 개입


입력 2018.07.21 10:08 수정 2018.07.21 10:08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 '여론'과 '권력' 통해 독립수사단 수사에 영향 미치는 부적절 행위

청와대 문건 공개는 전후, 앞뒤 문맥을 잘라 일부 부적절한 내용만 강조

<칼럼> '여론'과 '권력' 통해 독립수사단 수사에 영향 미치는 부적절 행위
청와대 문건 공개는 전후, 앞뒤 문맥을 잘라 일부 부적절한 내용만 강조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청와대가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기무사가 작성한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20일 공개했다.

앞서 공개된 기무사 문건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의 부속 문건이다.

‘수행방안’이 8쪽으로 계엄에 대한 일반적 검토 수준이라면 이 ‘세부자료’는 계엄선포, 계엄시행 등 4개 제목, 21개 항목, 67쪽으로 계엄령 발동에 대비한 방대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과연 청와대의 이번 문건 공개는 '문건의 모든 내용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알려 국민의 이성적 판단을 도와주는 적절한 행위인가?

과연 '수사중인 사항'에 대해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여 비공개로 규정한 정보공개법의 취지에 맞는 적법한 행위인가?

“문건의 중대성과 국민 관심이 높은 만큼 국민에게 신속하게 공개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다.

그러나 필자는 청와대의 이번 문건 공개는 '여론'과 '권력'을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독립수사단의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아주 부적절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첫째, 청와대의 이번 문건 공개는 가장 중요한 '계엄의 전제 조건'은 빠뜨리고 '계엄시의 구체적 실행계획'만 강조하여 국민의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

물론 이번 문건에는 언론사와 국회 통제 계획 등이 망라돼 있어 단순 매뉴얼로 보기에는 매우 상세하고, 합참에서 2년마다 수립하는 ‘계엄실무편람’과 상이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재적 과반수로 계엄령을 해제할 수 있는 국회의 권한을 무력화하려는 기도를 담고 있는 등 일부 내용이 초법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계획은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실행하겠다는 '확정적 행위의사'가 아니다.

청와대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이 문건은 만의 하나 탄핵이 기각되어 '촛불'이 '횃불'로, '평화 시위'가 '폭력 혁명'으로 변할 때의 상황을 가정하여 만든 것이다.

위 가정이 터무니없어 실현가능성이 없다면 그 자체로 범죄가 되지 않고, 만약 위 가정이 실현가능성이 1%라도 있었다면 이는 최악의 상황을 막는 군으로서 당연한 사명인 것이다.

촛불 세력들이 스스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촛불 시위가 세계 유래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되었고, 만의 하나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계속 평화적으로 진행된다면' 위 문건은 실행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위 문건은 최고 헌법 재판 기관인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여 국가기관을 점거하는 등 국헌 문란의 행위를 할 때를 가정하여 만든 대비 문건이지 '평시 상태'에서 정권을 탈취하기 위한 문건은 결코 아닌 것이다.

이러한 문건의 작성 배경을 충분히 알기에 송영무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들도 그동안 위 문건을 보고 받고도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위 문건 어디에도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 등 군 통수권자의 지휘권에 반항하고자 하는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기에 이제까지 문제삼지 않은 것이 아닌가?

만약 위 문건이 '내란 음모'나 '군사 반란 음모'라면 그동안 위 문건을 보고 받고도 방치한 송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도 '방조'가 되지 않겠는가?

만약 위 문건이 일부에서 주장하는 '친위 쿠데타 음모'라면 탄핵을 기각한 최고 헌법 재판 기관인 헌재도 '공범'이 되지 않겠는가?

결국 청와대의 이번 발표는 앞뒤를 거두절미하고 부적절한 계엄령의 내용만 부각시켜 국민의 여론을 어떻게든 '내란 음모' 내지 '군 반란 음모'로 몰고 가려는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미 공개된 문건과 부속 문건을 종합해 보면 '내란 음모' 내지 '군 반란 음모' 쪽으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음에도 '보고 싶은 일부'만 공개하여 '여론재판'을 먼저 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청와대의 이번 문건 공개는 독립수사단의 수사에 중대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부당한 수사 개입이다.

기무사 문건에 대해서는 이미 문 대통령이 인도 순방중인 10일 긴급하게 특별수사 지시를 내려 현재 독립수사단이 꾸려져 수사중이다.

필자는 그동안 청와대와 국방부가 수차례 보고를 받고도 전혀 수사를 하지 않다 갑자기 순방 중에 '현재 마치 쿠데타가 진행 중인 것'처럼 긴급 지시를 한 것도 부적절하게 보지만 일단 이 쟁점은 논외로 하자.

아무튼 독립수사단이 발족해 수사중이라면 이제는 청와대든 국방부든 일체 수사에 개입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 당연하다.

청와대든 국방부든 수사에 개입하는 자체가 '직권남용'이다.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가 계속 문건을 공개하며 '사실상 쿠데타'로 규정하면 과연 공정한 수사가 가능하겠는가?

그동안 검찰과 경찰 등 일반 수사기관도 살아 있는 권력에는 춘풍처럼 관대하고, 죽은 권력에는 추상같이 엄했다.

그런데 철저한 상명하복의 군대에서 청와대나 국방부가 개입하면 과연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의 공정한 수사가 가능하겠는가?

결론적으로 청와대의 이번 문건 공개는 전후, 앞뒤 문맥을 잘라 일부 부적절한 내용만 강조하여 국민의 여론을 오도할 수 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에도 부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주 부적절한 행위다.

정보공개법을 비롯한 거의 모든 법이 '현재 수사중인 사항'은 아무리 중대하고 국민의 알 권리가 중요해도 비공개로 하는 이유를 청와대는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만약 이번 문건 공개로 기무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장하여 기무사를 해체하거나 해체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축소하려는 시도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이번 기문사 문건의 적법성 여부는 청와대 등 '권력'이나 '여론'이 아니라 '수사단의 수사'와 최종적으로는 '사법부에 판결'에 의해 밝혀져야 한다.

이 문건의 작성 경위와 배경, 청와대와 군의 어느 선까지 보고되고, 실제 계엄 실행 준비가 이뤄졌는지 철저하게 진상이 밝혀져야 하지만 이 또한 '권력'과 '여론'이 아니라 좌고우면하지 않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에 의해 밝혀져야 한다.

'사법부의 판단'보다 '권력'과 '여론'의 판단이 우선한다면 그 국가는 결코 '법이 지배하는 국가'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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