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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개소세 인하의 명암...특정기업에만 사전 정보유출?


입력 2018.07.19 09:08 수정 2018.07.19 10:17        박영국 기자

현대·기아차 수혜 집중…수입차가 더 득보는 경우도

내년 수요 미리 당기기…'이벤트' 끝나면 후유증 심해

완성차 5사 주요 차종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차 아반떼, 기아차 스포티지, 쉐보레 이쿼녹스, 쌍용차 G4 렉스턴, 르노삼성 SM6.ⓒ각사 완성차 5사 주요 차종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차 아반떼, 기아차 스포티지, 쉐보레 이쿼녹스, 쌍용차 G4 렉스턴, 르노삼성 SM6.ⓒ각사

현대·기아차 수혜 집중…수입차가 더 득보는 경우도
내년 수요 미리 당기기…'이벤트' 끝나면 후유증 심해


정부가 19일부터 출고되는 자동차(승용차·이륜차·캠핑용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기존 5%에서 3.5%로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당장 일정기간 판매 증가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개소세 인하 종료 후 판매절벽과 특정 업체로의 수혜 편중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개소세 인하 기간 동안 판매 진작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업체별로 온도차는 있다. 개소세 인하가 현대·기아차에 수혜가 집중되고, 나머지 완성차 3사는 들러리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현대·기아차, 정부 발표 직후 추가할인 등 발 빠른 대응…어떻게 가능했을까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경우, 18일 정부의 개소세 인하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의 내수 경기 활성화 의지에 적극 동참한다’는 명목 하에 추가 할인 프로모션 계획을 발표했다.

개소세 인하에 더해 전 차종을 대상으로 7년 이상 경과 노후 차량 교체시 30만원을 추가로 할인해주며, 일부 볼륨 차종과 모델체인지를 앞둔 차종의 경우 기존 할인조건을 강화하고 특별 할인조건까지 더해 가격인하 폭을 크게 늘렸다.

이에 따라 현대차 아반떼의 경우 최대 151만원, 스포티지는 184만원까지 가격인하 폭이 확대됐다. 이는 기존 출고가격의 6% 내외에 달하는 규모다.

반면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개소세 인하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허둥지둥하는 모습이었다.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소위 ‘마이너 3사’는 추가 할인 프로모션은 커녕 개소세 인하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차원의 보도자료 조차 준비하지 못했다.

결국 이들 3사는 언론사들의 요청에 따라 부랴부랴 달랑 차 가격의 1.8% 내외에 불과한 개소세 인하 반영 가격인하 수치만 내놓았을 뿐이다.

자칫 소비자의 눈에는 현대·기아차만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을 충실히 이행해 소비자 혜택을 극대화하는 것 같고 나머지 3사는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밖에 없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3사 중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 발표가 보도된 이후에야 개소세 인하 소식을 알았다”면서 “우리는 판매 차종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계산하는 데만도 반나절이 걸렸는데 현대·기아차는 그 사이에 어떻게 추가 할인 프로모션 계획을 짜고 보도자료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소세 인하와 관련된 홍보효과는 현대·기아차가 다 가져갔다”는 하소연도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 일각에서는 개소세 인하 방침이 현대·기아차에 사전에 공유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국내 재계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의 정보력을 마이너 3사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발 더 나아가 정책 입안 과정에서 정보 공유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려면 영업 현장과 정보도 공유해야 되고 각종 절차를 거치려면 며칠씩 걸린다”면서 “오전에 나온 정부 발표를 보고 서너 시간 만에 할인 프로모션을 확정한 뒤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배포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개소세 인하 때마다 번번이 되풀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후속 대응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마이너 3사 중 한 곳은 상반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7월 내수판매 반등에 사활을 걸고 가격인하와 할인에 총력을 쏟아부은 상태라 더 이상 프로모션을 진행할 여력이 없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 소식을 모른 상태에서 판매실적 회복을 위해 이미 이달 초 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할인 프로모션을 내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 개소세 인하와 연계한 추가 할인혜택을 추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현대·기아차의 ‘개소세 인하 계획 사전 인지설’은 더 힘을 얻는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가 7월 판매조건을 결정할 때 개소세 인하에 대비해 추가 할인 여지를 남겨둔 게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매번 정부의 개소세 인하 발표 때마다 되풀이돼 왔다. 지난 2015년 8월 정부의 개소세 인하 발표 때도, 그보다 앞선 2012년 9월에도 현대·기아차만 발 빠르게 개소세 인하와 연계한 추가 할인 계획을 내놓았다.

경위야 어찌 됐건 현대·기아차의 ‘압도적으로 신속한’ 대응은 ‘개소세 인하 효과의 편중’으로 이어졌다.

개소세 인하가 판매실적에 반영됐던 2015년 9월부터 12월까지 완성차 5사의 판매실적을 보면, 현대·기아차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판매가 오히려 줄었다. 마이너 3사 중에서는 쌍용차만 당시 큰 인기를 끌던 티볼리 효과로 증가를 보였을 뿐이다.

◆개소세 인하 종료시 판매절벽…경기부양 효과 미미한 수입차가 더 큰 수혜

개소세 인하 자체가 차기년도 수요를 끌어오는 일시적인 경기부양 정책에 불과한 만큼 그 효과가 특정 업체에 집중되면 다른 업체들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소세를 인하한다고 해서 차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차를 사진 않는다”면서 “시장 규모는 한계가 있고, 차량 교체시기를 수개월 앞당기는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완성차 업체들은 개소세 인하가 종료되고 기존 세율로 복귀하는 시기마다 심각한 판매 절벽을 겪어왔다. 개소세 인하 기간 동안 미리 수요를 끌어다 쓴 대가를 치른 것이다.

2015년 9~12월 개소세 3.5%가 적용되다 다시 5%로 환원된 2016년 1월 완성차 5사의 판매실적은 전월(2015년 12월) 대비 무려 39.3%나 폭락했고, 전년 동월에 비해서도 4.8% 줄었다. 같은 기간 수입차 판매도 전월 대비 33.4%, 전년 동월대비 18.5%씩 감소했다.

이후 정부가 경기 위축을 감안해 개소세 인하를 6개월 연장하며 1월분도 소급하기로 결정했으나 정부 발표 시점은 2월 3일이었기 때문에 1월 영업 당시에는 개소세가 환원된 상태로 판매가 이뤄지면서 실적이 급감한 것이다.

6개월 연장한 개소세 인하가 종료된 이후인 7월 실적은 다시 전월 대비 24.8%, 전년 동월대비 10.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판매도 전월 대비 32.9%, 전년 동월대비 24.0% 줄었다.

이번에도 개소세 인하가 끝나는 내년 1월에는 판매가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마이너 3사 중 한 업체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개소세 인하 효과로 일정 기간 판매 증가 효과가 있겠지만 먼저 끌어다 쓴 수요가 특정 업체에 몰리고, 판매 절벽 시기에는 다같이 힘든 상황이 온다면 수혜의 편차가 너무 큰 게 아니겠느냐”고 씁쓸해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개소세 인하 효과가 완성차보다 수입차 업체들에게 더 크게 작용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동차 판매 확대를 유도해 부품산업을 포함한 전반적인 내수경기를 끌어올린다는 취지와는 달리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은 수입차가 더 잘 팔린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이 1000만원대에서 3000만원대인 완성차 주력 차종들은 추가 프로모션을 제외한 개소세 인하 효과가 수십만원 선에 그치지만, 고가의 수입차들은 개소세 인하 효과도 수백만원에 달한다”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효과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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