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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서 넓어지는 'K뷰티 영토'…진입장벽 넘어 '러시'


입력 2018.07.17 06:00 수정 2018.07.17 06:06        손현진 기자

이마트, 화장품PB '센텐스' 사우디 진출 결정…해외 유통망 입점은 최초

성장세 높은 중동 진출 브랜드 잇따라…중동 수출규모 '8년새 265배' 성장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중동 화장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쇼핑몰 '알 낙힐 몰'에 입점한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모습. ⓒ네이처리퍼블릭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중동 화장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쇼핑몰 '알 낙힐 몰'에 입점한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모습.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업계가 중동 화장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동은 한류 영향으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데다 향수, 색조 화장품 등의 수요도 많아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관심이 높은 곳이다. 장기화되는 내수 침체에 지난해 '사드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중동 지역을 새로운 캐시카우로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마트는 오는 22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유통기업인 '파와즈 알호케어'의 쇼핑몰인 '알 낙힐 몰' 1층에 66㎡ 규모의 센텐스 매장을 연다. 이마트가 2016년 론칭한 자체브랜드(PB) 센텐스는 자연주의를 콘셉트로 '향'에 초점을 맞춘 화장품 전문점이다.

현재 센텐스 국내 매장은 36개에 이르며, 올해 상반기 매출 신장률은 작년 동기 대비 349%에 이르는 등 고객 호응이 높다. 센텐스의 첫 해외 진출지는 몽골이었지만 해외 유통기업과 손잡고 현지 시장에 진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 진출에 앞서 이마트는 지난해 11월 파와즈 알호케어 사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파트너사 측이 센텐스 한국 매장 인테리어를 호평한 데 따라 한국 매장의 모습이 현지에서 그대로 재현될 예정이다. 판매 상품도 페이셜 앰플, 클렌징류, 향수, 헤어·바디케어 등 154개로 한국과 같다.

다만 두피 및 피부진단 공간은 현지화했다. 여성이 '아바야'와 '히잡' 등 신체 일부를 가리는 옷을 입는 중동지역 특성상 머리카락과 피부 상태를 진단하는 공간은 별도 부스로 마련했다.

정경아 이마트 헬스&뷰티 담당은 "중동은 화장품 산업의 성장이 빨라서 매력도 높은 시장인 데다 K-뷰티가 큰 호응을 얻고 있어 센텐스의 안정적 성장이 기대된다"며 "향후 또 다른 대도시에 점포를 추가 개점하기 위해 파트너사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화장품 PB '센텐스' 사우디 1호 매장 모습. ⓒ이마트 이마트 화장품 PB '센텐스' 사우디 1호 매장 모습. ⓒ이마트

이마트가 해외 유통망 진출지로 택한 중동은 화장품 시장 성장세가 가파른 곳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중동 뷰티시장은 2015년 기준 약 180억달러(약 20조원)이며, 2020년까지 연평균 세계 화장품 시장 성장률(3%)의 2배 이상인 6.4% 성장이 예측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전체에서 점유율이 28.8%에 이르는 최대 화장품 시장으로, 약 52억달러(약 6조원)에 달한다. 사우디 다음으로는 이란(16.1%), 터키(15.5%), UAE(11.1%)가 뒤를 잇고 있다. 이스라엘까지 상위 5개국의 중동 화장품 시장 점유율은 전체의 80%에 달한다.

중동은 향수 수요가 높은 곳이다. 중동 아랍인들은 무더운 기후에서 체취를 줄일 수 있는 향수를 자주 사용하고, 이슬람 종교적으로도 좋은 향이 나는 것을 권장하는 등 문화적인 배경에 의해서도 향수 소비가 많은 편이다. 중동은 전 세계 향수의 25% 가량을 소비하고 있다.

향수뿐 아니라 색조 수요도 높다. 이슬람 여성들은 얼굴이나 신체 일부를 가리는 복장을 입어야 하는 탓에 외부로 노출되는 눈은 짙고 화려하게 꾸미는 화장법을 선호한다. 중동의 트렌드 발신지로 꼽히는 UAE에서 판매된 화장품 품목에서도 향수(26.7%)와 색조화장품(16.7%)이 많았다.

그동안 한국 화장품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화장품 시장인 중국에서 위상을 높여왔지만, 지난해 사드 배치 논란으로 업계 전반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탈중국'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동은 할랄(아랍으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 인증을 비롯한 규제로 진입 장벽이 있는 시장이지만, 현지 유통업체와 협업해 시장 진출에 성공한 선례에 따라 신규 진출 업체도 증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숍 '에뛰드하우스'는 지난 3월 UAE 제2의 도시이자 경제수도인 두바이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매장이 위치한 두바이몰은 연간 80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두바이 대표 쇼핑몰이다.

에뛰드하우스는 두바이에 중동 1호점을 연 데 이어 쿠웨이트 최대 쇼핑몰 에비뉴몰에 2호점을 열었고, 사우디에도 매장을 추가 오픈했다. 색조 화장품에 강점을 둔 이 브랜드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면서 글로벌 14개국 소비자에게 새로운 뷰티 트렌드를 전파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동 진출에 앞서 주요 도시에 '혜초'라는 시장조사 인력을 파견한 바 있다. 2016년에는 두바이에 중동법인을 설립해 아랍 진출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에뛰드하우스 두바이 매장 모습. ⓒ아모레퍼시픽 에뛰드하우스 두바이 매장 모습. ⓒ아모레퍼시픽

네이처리퍼블릭도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에 1호 매장을 열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사우디가 '니캅(눈만 제외하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베일)' 착용률이 가장 높은 보수적인 국가라는 점을 고려해, 시장 진출에 앞서 2년여에 걸친 사전 준비에 공을 들였다.

우선 사우디 식약청 인증기관에서 성분 유해성 등의 확인 절차를 받고 총 650여개 품목을 화장품 전자 통신 시스템인 '이코스마'에 등록했다. 또 현지 최대 유통그룹인 '파와즈 알호케어'와 협력 계약을 맺은 뒤 사우디 최대 쇼핑몰 '알 낙힐 몰'에 입점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1호점 개장을 필두로 올해 안에 대도시 쇼핑몰 중심으로 5호점까지 선보일 예정이며 추후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중동에 최초 진출한 국내 브랜드는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로, 2007년 UAE 수도 아부다비에 1호 매장을 열었다. 이밖에도 토니모리, 더페이스샵 등 브랜드숍들이 중동 공략에 나선 바 있다.

중동에 진출하는 한국 화장품 기업이 늘면서 수출 규모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08년 13만5000달러에서 2016년 3582만달러로 8년간 265배 이상 증가했다.

한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중동은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고 한국 화장품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은 미개척 시장"이라며 "내수 침체와 사드 여파로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려는 기업들이 중동 진출을 위해 시장 조사와 현지 유통사와의 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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