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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장군' 금융위 '멍군'…파워게임 '냉기류'


입력 2018.07.13 14:35 수정 2018.07.13 15:08        부광우 기자

삼성바이오 핵심 쟁점 결론 안 내린 증선위…"금감원의 판단 유보 때문"

노동이사제·키코도 이견…"고래 싸운에 새우 등 터질라" 숨죽인 금융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강대 강 대립 기류가 점점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데일리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강대 강 대립 기류가 점점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데일리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강대 강 대립 기류가 점점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 심의를 둘러싸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각자의 의견을 고수하다 끝내 반쪽짜리 결론만 내는데 그치면서 양측의 대결 구도는 정점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양대 금융당국 기관 사이에 흐르는 묘한 냉기류의 결말을 두고 금융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금융위에 따르면 전날 오후 증선위는 임시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의 회계부정에 대한 금감원의 조치안 심의를 종결했다. 증선위는 금융사에 대한 제재 등을 논의하는 금융위의 산하 조직이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면서 바이오젠에게 부여한 주식 콜옵션 등 관련 내용을 공시하지 않은 것은 명백히 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와 관련 공인회계사의 회계처리기준 등 위반내용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문제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를 둘러싼 핵심 쟁점이었던 2015년 회계변경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이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한 이유가 금감원에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방법 변경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지만, 핵심적인 혐의에 대한 금감원의 판단이 유보돼 있어 조치안의 내용이 행정처분의 명확성과 구체성 측면에서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이슈를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은 한 달 전부터 갈등을 빚어 왔다. 금감원이 증선위에 제출한 조치안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기준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것이 고의적 분식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증선위는 그 이전 기간의 회계처리 적정성 여부도 함께 검토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보고 지난 5월 말 금감원에 감리 조치안에 대한 일부 보완을 요청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번 달 4일 열린 증선위 정례회의에서도 수정 조치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 윤석헌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 기존 조치안을 고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증선위의 요구를 공식 거부했다. 윤 원장은 지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 조치안은 2015년 이슈에 집중돼 있고 증선위는 그 이전의 문제에 대해 봐달라는 것이 요구 사항인데 절차적으로 이전까지 검토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증선위가 수정 요구를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원안 고수가 우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윤 원장의 발언이 나온 지 3일 만에 갑작스레 예정에 없던 임시회의를 소집하고, 2015년 회계변경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는 것으로 삼성바이오에 대한 심의를 마치면서 증선위는 금감원의 원안대로 심의할 수 없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한 모양새가 됐다. 오는 18일 정례회의가 예정돼 있음에도 윤 원장의 입장 표명이 나오자마자 빠르게 결론을 맺어버리면서 결국 증선위는 자신들의 요구대로 금감원이 조치안을 고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이에 대해 논의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 됐다.

최종구(왼쪽)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데일리안 최종구(왼쪽)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데일리안

금융위와 금감원의 의견 충돌을 빚고 있는 부분은 비단 삼성바이오뿐만이 아니다. 금융권의 또 다른 쟁점인 노동이사제 도입을 두고도 양 기관의 수장은 이견을 보이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회사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해 사업계획과 예산, 정관 개정 등 경영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추진 정책들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일치감치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비친 상태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이사제는 도입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융권에 노동이사제를 적용하기에는 다소 빠르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금감원의 상급 기관인 금융위의 수장이 이처럼 입장을 피력한 상황임에도 윤 원장은 해당 이슈를 다시 끄집어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윤 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육감독 혁신 과제 발표를 통해 근로자 추천 이사제에 대한 사회적 의견 수렴을 위해 공청회 개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표현이 다소 바뀌기는 했지만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윤 원장이 사실상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 원장과 윤 원장 모두 당장 노동이사제를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보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 하지만, 최 원장은 속도를 늦추자는 의견인 반면 윤 원장은 속도를 내자는 취지여서 방향은 정 반대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원장이 저보다 보수적이지 않나 싶다"라고 언급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욱이 윤 원장이 지난해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을 맡았던 당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안으로 금융위에 제시한데 대해 금융위가 반대한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연장선상에 있는 갈등으로 해석된다.

키코 문제에 대해서도 윤 원장은 최 위원장과 입장차를 분명히 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이에 중소기업이 피해를 본 바 있다.

윤 원장은 이번에 혁신과제를 발표하면서 키코 사건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윤 원장이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일 때 낸 권고안과 일치한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있었고 대법원 판결이 다 끝난 시점에서 전면 재조사는 어렵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런데 윤 원장이 이를 다시 거론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와 금감원의 기조가 너무 달라 금융사 입장에서는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지금으로서는 양 기관의 힘겨루기가 어느 정도 판가름 날 때까지 숨을 죽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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