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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중기 임금도 내놔라" 금속노조 총파업 집중타깃


입력 2018.07.13 11:23 수정 2018.07.13 13:44        박영국 기자

올해 임금협상 전략 '하후상박 연대임금' 관철 위해 현대차그룹 압박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전경.ⓒ현대차그룹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전경.ⓒ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13일 진행되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총파업의 중심에 서게 됐다. 금속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의 기치로 내건 ‘하후상박 연대임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대차그룹으로 하여금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까지 부담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와 산하 각 지역·사업장별 지부 및 지회들은 이날 서울 곳곳에서 상경집회를 연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와 대치동 포스코센터, 계동 현대중공업 등에서 행진을 벌인 뒤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 앞에서 집회를 벌인다.

현대차그룹 본사가 위치한 곳은 양재동 중에서도 외진 지역이다. 현대차그룹과 길 건너편 코트라 직원들 정도를 제외하면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 서울 시내 중심가나 강남, 여의도 등 사무시설 밀집지역에 비하면 현대차그룹 본사 앞은 노조가 집회를 벌여봐야 대중의 이목을 끌기 힘든 곳이다.

금속노조가 이런 곳을 중심 집회 장소로 정한 것은 이번 총파업의 핵심 아이템이 ‘임금격차 해소’기 때문이다. 명분상으로는 사법농단 의혹 관련자 처벌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조합원들에게 파업의 성과를 과시할 수 있는 부분은 기업을 압박해 금전적인 혜택을 얻어내는 부분이다.

앞서 금속노조는 지난 4월 임금격차 해소 차원에서 올해 임금협상 전략을 ‘하후상박 연대임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마디로 임금이 낮은 곳은 많이 올리고 높은 곳은 적게 올리자는 것인데, 임금을 적게 올린 곳은 해당 기업이 다른 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보전해야 한다는 식이다.

여기서 ‘상박’에 해당하는 기업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금속노조가 교섭권을 가진 3사 뿐이다. 금속노조는 올해 전체적인 임금인상 요구안을 7.4%로 하되 이들 3사에 대해서만 5.3% 인상을 요구하기로 했다. 대신 그 차액인 2.1%에 해당하는 금액을 중소 협력사 근로자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 임금을 올리는 데 사용하도록 내놓으란 논리다.

완성차 3사 중 한국지엠은 경영난으로 법정관리와 한국 철수 위기까지 내몰렸다 정부와 GM 본사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회생에 나선 상태다. 그 과정에서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수많은 근로자들을 내보낸 기업에게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인상에 사용할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염치가 있다면 해서는 안 될 말이다.

한국지엠을 제외하면 현대차그룹 산하 현대·기아차만 남는다. 결국 이번 금속노조 파업의 타깃은 현대차그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기아차 노조(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이미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5.3%(11만6276원)을 인상하고 기본급의 2.1%에 해당하는 인당 3만470원을 중소 협력사 근로자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 지원에 사용할 비용으로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근절 및 최초계약 납품단가 보장, 업체별 납품계약 시 보장된 임률 적용여부 노사 합동조사 등도 회사와 납품업체들간 거래관계에도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금속노조는 나아가 현대차그룹에 ‘금속산별 노사공동 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요구다. 애초에 노사간 협상 과정도 없이 산별노조가 일방적으로 산정한 임금인상률을 요구하면서 그나마 깎아준 것이니 그만큼을 다른 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기금으로 내놓으라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판매실적 감소와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첫 임금협상에서 동결 입장을 내놨다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지난달 20일 기본급 3만5000원 인상을 제시한 상태다.

금속노조가 요구한 ‘금속산별 노사공동 위원회’ 구성은 더욱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자칫 개별 기업이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산하 전 조합원들의 임금을 책임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재계에서는 조선업체 등 금속노조가 교섭권을 가진 다른 사업장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금속노조의 집중 타깃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속노조는 현대차그룹이 하후상박 연대임금과 금속산별 노사공동 위원회 구성 등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여름휴가 이후인 8월 2차 총파업을 벌이고 하반기 민주노총과 연대해 하반기 총파업까지 벌일 방침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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