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보다 더 예민한 스웨덴과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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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9월 20일 21:05:34
    한국과 일본 보다 더 예민한 스웨덴과 핀란드
    <알쓸신잡-스웨덴⓼> 650년 지배와 피지배로 얽혀진 앙숙
    민족도 언어도 완전히 달라 - 핀란드, 바이킹 싫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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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7-14 05:00
    이석원 객원기자
    ▲ @데일리안 DB

    발트해에 연결된 보트니아만을 사이에 두고 있는 두 나라 스웨덴과 핀란드. 간간히 두 나라를 한 나라로 혼동하는 사람도 있고, 두 나라를 엇갈려서 아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스웨덴과 핀란드는 시간대도 다르다. 한국과의 시간차가 섬머 타임 기준으로 스웨덴은 7시간 느리지만 핀란드는 6시간 느리다. 즉 서울이 7월 16일 정오라면, 스웨덴은 같은 날 오전 5시, 핀란드는 오전 6시다. 그래서 재밌는 건, 비행기를 타고 스톡홀름에서 헬싱키를 가면 출발 시간과 같은 시간에 도착한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모두 호수가 많기로 유명하다. 스웨덴에 약 8만 개의 호수가 있고 핀란드에는 무려 20만 개가 넘는 호수가 있다. 핀란드(Finland)는 ‘핀족의 땅’이라는 뜻의 영어 이름이지만, 핀란드어 나라 이름인 수오미(Suomi)는 ‘호수의 나라’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스웨덴과 핀란드는 결코 마음까지 가까운 나라는 아니다.

    헬싱키 중심 에스플라나디(Esplanadi) 공원.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스웨덴어로 말을 걸면 위 아래로 훑어본 후 대꾸도 하지 않고 눈길을 돌리기 일쑤다.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친절한 핀란드 젊은이들이 스웨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냉랭할 때도 있다. 심지어 유명한 관광지인 헬싱키 항구에 있는 노천 식당의 섹시하고 매력적인 핀란드 여성 주인에게 “당신은 멋진 바이킹 여전사 같다”고 아부를 떨었다가는 밥도 못 얻어먹는 일이 생긴다.

    사실 핀란드에게 있어서 스웨덴은 우리에게 일본과 같은 존재다. 무려 65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핀란드는 스웨덴의 속국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민지인 핀란드에 대해 강온 전략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던 스웨덴은 제정 러시아가 핀란드를 뺏어가기 직전 100여 년 동안은 핀란드어의 사용을 금하는 등 냉혹한 지배자가 돼 핀란드를 괴롭혔다.

    게다가 스웨덴은 핀란드를 독립시켜준 게 아니고 전쟁을 통해 제정 러시아에게 뺏긴 것이다. 결국 110년의 제정 러시아 지배까지 핀란드의 760년 피지배의 참혹한 역사는 고스란히 스웨덴의 몫이 된 셈이다.

    핀란드는 스웨덴과는 다른 나라이고, 다른 민족이고, 다른 언어다. 과거 학교 교육에서 ‘스칸디나비아 3국’이라는 용어에 스웨덴과 노르웨이, 그리고 핀란드를 집어넣었다. 핀란드의 공용어는 핀란드어와 스웨덴어라고 현재 인터넷 지식 백과에도 나와 있고, 특히 핀란드 상류층에서는 스웨덴어 구사를 자랑으로 여긴다고도 소개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팩트 오류다.

    흔히 스칸디나비아 3국이라고 하면 실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한 나라인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를 일컫는다. 최근 여기에 핀란드와 아이슬란드를 포함시켜 노르딕 국가라고 부르기도 하고, 실제 노르딕 이사회라는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주변 그린란드와 올란드 제도,그리고 페로 제도가 노르딕 이사회의 준회원국이고, 1991년 소련의 붕괴와 함께 독립한 발트해 연안 3국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까지 아울러 이른바 북유럽이라고 부른다.

    ▲ 핀란드는 스웨덴과 관련된 것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만 아직도 핀란드의 대중교통에서는 핀란드어와 스웨덴어가 함께 안내된다. 핀란드 헬싱키 트램 모습. (사진 = 이석원)

    실제 스웨덴과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북부 게르만어를 사용한다. 발음이나 알파벳의 약간의 차이가 있어 편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자기네 나라 말만으로도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들 세 나라는 같은 뿌리의 바이킹들이 세운 나라이고, 1397년부터 1523년까지 칼마르(Kalmar) 동맹을 맺어 거의 같은 나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핀란드는 없었다. 앞서 핀란드 항구 식당의 종업원에게 ‘바이킹 여전사’라고 하면 밥도 못얻어 먹는다는 말은 이 때문이다. 핀란드는 바이킹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민족이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게르만족인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와는 달리 아시아 계통인 핀족이다. 우랄 지역에서 이동한 사람들이다. 또 다른 북유럽 국가들처럼 유럽인도 어족에 속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우리나라나 일본과 같은 계열인 우랄-알타이 어족이 방계인 피노우그리아 어족이다. 어순이 우리와 비슷하다. 스웨덴과는 본질이 다른 사람들인 셈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유로(Euro)를 사용하지 않는다. 노르웨이는 비EU 국가이고, 스웨덴과 덴마크도 자국 화폐를 쓴다. 명칭도 같다. 왕관을 뜻하는 스웨덴 크로나, 덴마크 크로네, 노르웨이 크로네. 하지만 핀란드는 이 동네서 유일하게 유로를 사용한다. 아예 이들과 경제 체제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가 1918년 최종적으로 남의 지배에서 벗어나면서 아예 공화제를 채택한 것도 어쩌면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가 유지하는 군주제에 대한 극렬한 거부감 때문이라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물론 그렇지만 스웨덴과 핀란드의 관계를 한국과 일본의 관계로 대치해서 보는데는 무리가 있다. 실제 핀란드에서는 스웨덴어가 상당부분 통용된다. 우선 스웨덴의 지하철이나 트램, 버스 등 대중교통 안내에는 스웨덴어 외에 다른 어떤 말도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핀란드의 대중교통 안내에는 핀란드어와 스웨덴어가 함께 쓰인다. 핀란드가 스웨덴을 대하는 이중적 태도일지도 모른다.

    ‘거의’ 같은 나라라고 생각했던 스웨덴과 핀란드. 하지만 한국과 일본 간의 뼛속까지 배어있는 민족적 갈등 보다 더 깊은 골이 놓여 있는 두 나라.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복지 정책으로 경쟁하고, 가장 합리적인 시민 의식으로 견제하는 두 나라를 보는 색다른 시각은 제3자적 관점이지만 재밌는 관람기이기도 하다.[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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