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헌금하려고 지폐 가지고 다녀요” 바짝 다가선 ‘현금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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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9월 19일 08:47:42
    [르포]"헌금하려고 지폐 가지고 다녀요” 바짝 다가선 ‘현금 없는 사회’
    젊은 층 카드결제 증가…30대 현금 선호 비율 5.1%에 그쳐
    병원·배달음식 등 일상 속 카드결제…10대 체크카드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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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7-11 06:00
    김지원 기자( geewonk@dailian.co.kr)
    ▲ '현금없는 사회'가 세대 교체와 궤를 같이 하며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티이미지


    한국은행의 '동전없는 사회' 시범사업이 구체화되면서 실효성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궁극적으로 '현금없는 사회'는 저성장시대 효과적인 거시경제정책을 작동시킬 수 있는 시스템으로 긍정적이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나올 수 밖에 없어서다. 여기에서 궁금증이 생겼다. 세대를 아울러 현금 결제에 대한 의존도가 어느 정도 일까. 지난 주말 시내 곳곳을 둘러보며 '현금없는 사회'의 현재를 가늠해봤다.

    “(손님이)카드를 내미는 게 자연스럽다.”

    20~30대 소비층이 대부분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디저트 카페에서 지난 1월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이 모 씨의 말이다. 그는 “거의 모든 손님이 카드로 결제하다보니 현금 계산에 대한 생각 자체를 못할 정도"라며 "어쩌다 현금을 내미는 분이 계시면 살짝 당황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계산대에 선 그를 3시간 정도 지켜봤는데 현금으로 계산하는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예 현금 결제를 하지 않는 매장을 운영하는 점포가 빠르게 늘어날 태세다. 실제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4월 23일부터 판교H스퀘어점, 삼성역점, 구로에이스점 등 총 3곳을 ‘현금 없는 매장’으로 시범 운영한데 이어 적용 매장을 큰 폭 확대하기로 했다.

    7% 수준인 전국 매장의 현금 사용 결제 비중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자체 분석에 따른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오는 16일부터 현금 없는 매장이 100곳 늘어 총 103개 지점으로 운영된다”며 “현금 없는 매장이 현재 운영되는 세 개 매장의 현금 거래율이 두 달간 3%대에서 0.2%로 축소돼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결제 패턴을 알아보기 위해 주택가가 밀집해 있는 서울 외곽 병원과 약국에 들렀다. A 내과와 B 외과에서 각각 30분씩 머물렀다. 아이 셋을 데리고 병원을 찾은 40대 여성부터 홀로 온 70대 남성까지 총 17명의 환자가 계산대를 지나가도록 현금을 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약국에서 약값을 계산할 때도 결제 수단은 카드였다.

    10대도 눈여겨 봤다. 기기를 통한 주문이 보편화된 패스트푸드점. 시청 근처 한 패스트푸드점에 인근 중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이 보였다. 그는 "저기(기기)서 주문 안 되잖아. 여기서 해야 해. 카드밖에 안 돼, 저거”라며 대면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카드 없는 게 불편하냐는 물음에 “평소에는 모르는데 여기에서 만요”란 답이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음식을 시켜 먹으려 배달 어플리케이션(App)을 켰다. 역시 ‘바로 결제(신용카드, 휴대전화, 각종 페이등 미리 등록해놓은 수단으로 결제하는 것)’를 통해 현금 없는 결제가 가능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배달음식점의 전단에는 '카드결제 시 미리 말씀해주세요’란 문구가 있었다. 최근엔 이 문구를 찾아보기 힘들다.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바로 결제 주문이 매년 30~40%씩 증가했다”며 “현재 바로 결제 주문 비중은 전체주문(전화주문과 모바일주문을 합친 것)의 70%에 달한다”고 말했다.

    현금을 쓰는 곳은 찾아가야할 수준이었다. 고민 끝에 교회로 향했다. 교회에서 헌금 봉투에 현금을 넣는 신도의 모습이 보였다. 1만 원권을 헌금 봉투에 넣고 있던 그는 "헌금을 위해 평소에 잘 가지고 다니지 않는 현금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행의 ‘2017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급 수단에 대한 선호도에서 카드가 현금을 앞질렀다. 경제활동이 활발한 30, 40대의 카드 선호 비율은 각각 79.6%, 74.1%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반면 30, 40대 현금 선호 비율은 각각 5.1%, 8.9%에 그쳤다. 다만 70대 이상에서는 현금 선호가 79.6%로 두드러졌다.

    현금 선호가 노년층에 편중된 만큼, 세대교체에 따라 현금 없는 사회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현금이 익숙한 10대에게도 카드는 성큼 가까워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러 유인이 있지만, 체크카드를 학생증에 탑재하는 학교들이 있어 10대 대상 체크카드 발행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현금 결제는)앞으로도 심화될 것”이라 진단했다. 그는 “다른 나라도 그렇고 현금 쓰는 비중이 굉장히 줄고 있다”며 “최근 oo페이 등이 많이 등장하는데, 점차 보편화 되며 현금 쓰는 비중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개인들이 돈을 주고받을 때 드는 거래, 시간 비용이 줄어들어 사회적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데일리안 =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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