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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김정은 ‘시간은 내편’…지연 노림수?


입력 2018.07.11 00:00 수정 2018.07.11 06:01        이배운 기자

방북 폼페이오 빈손…비핵화 동력 상실

한미훈련 일시중지로 협상카드 버린 셈

김정은, 국제 사회 압박으로 대화 선택
방북 폼페이오 빈손…비핵화 동력 상실
한미훈련 일시중지로 협상카드 버린 셈
북중 ‘혈맹 관계’ 과시, 대북 압박 약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데일리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데일리안

폼페이오 방북성과 미흡…北 “비핵화 의지 흔들릴 수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8일 방북해 북미 고위급회담을 진행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도출되지 않으면서 비핵화 동력이 상실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국제사회의 최대 압박에 부담을 느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 신속하게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 그러나 북미 간 긴장 완화 및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 남북관계 밀착이 이뤄지자 전략적으로 비핵화 속도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2차 방북과 달리 이번 방북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했고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및 신고와 검증, 어느 부분도 진일보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가 아니면 판을 깰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외무성은 “첫 조미(북미) 고위급회담을 통해 조미사이의 신뢰는 더 공고화되기는커녕 오히려 확고부동했던 우리의 비핵화 의지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국면에 직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성공하고 기뻐하고 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성공하고 기뻐하고 있다. ⓒ노동신문

화해 분위기에 대북 최대압박 약화…비핵화 동력 상실

외교가는 남북·북미 화해 분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최대압박이 흐트러지고 이것이 비핵화 동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미 국방부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힘을 실어준다는 차원에서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한미 해병대 연합군사훈련, K-9 자주포 실사격 훈련 등을 일시중단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조치가 진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군사 압박을 푼 것은 유용한 협상 카드를 스스로 내버린 꼴이라는 비판이다.

중국의 대북제재 이완도 비핵화 동력을 약화시킨 주 요인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의 3차례 방중 행보는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북중 혈맹관계를 과시하며 몸값을 부풀리고 중국 지방정부와 민간기업에 제재완화 신호를 줬다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비핵화 드라이브에 발목을 잡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외교가는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장기화 시켜 미국을 견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막강한 대북 영향력을 쥔 중국의 협조가 불가피하고 그만큼 중국의 입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력 실전배치가 임박했다는 점은 미국을 불리하게 만든다. 미국 중앙정보국 및 관련 연구기관들은 북한이 연내 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고 미국 워싱턴을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뚜렷한 비핵화 실천 없이 협상이 지체될수록 북한의 협상력은 극대화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개최된 북미정상회담에서 회동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개최된 북미정상회담에서 회동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낮은 수준의 핵합의, 핵위기 재발 가능성 열어놔

미국의 핵 협상력 약화로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 제시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일괄타결’에서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동시적 조치는 북한이 핵능력을 보유한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CVID 논의가 없다는 점으로 미뤄, 북한이 향후 국제정세에 따라 핵 무력을 다시 들고 나올 가능성이 나온다. 고도화된 핵 역량을 갖추고 있는 북한은 검증의 구멍을 피해 소형화된 핵탄두를 은닉하고 향후 필요에 따라 핵 무력을 복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혁철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남아공, 우크라이나, 리비아 등 핵 능력을 완전히 포기한 국가들은 예외 없이 시간을 끌지 않았다”며 “김 위원장이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정직한 신고와 예외 없는 무한 사찰 및 검증 약속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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