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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에 대한 청와대의 부당한 인사개입


입력 2018.07.08 05:00 수정 2018.07.07 17:55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 ‘기회의 균등’‘과정의 공정’‘결과의 정의’ 현 정권 모토에 반해

곽태선 전 대표 실제 탈락시킨 '장 실장의 윗선’ 누구냐

<칼럼> ‘기회의 균등’‘과정의 공정’‘결과의 정의’ 현 정권 모토에 반해
곽태선 전 대표 실제 탈락시킨 '장 실장의 윗선’ 누구냐


장하성 대통령 정책실장이 지난해 8월 22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장하성 대통령 정책실장이 지난해 8월 22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선을 둘러싼 청와대 개입 논란이 점입가경,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덩달아 국민의 노후를 지키는 최후 보루인 국민연금이 크게 흔들리며 국민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번 인사 파문은 한마디로 ‘기회의 균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내건 현 정권의 모토에 철저히 반하는 것이다.

첫째, 장하성 정책실장의 부당한 인사 개입 문제다.

CIO 공모 과정에서 최고점을 받고도 탈락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장 실장으로부터 사전에 지원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처음에는 “장 실장이 곽 전 대표와 통화한 것은 국민연금이 본부장 후보자로 추천한 후”라고 했다.

하지만 곽 전 대표의 추가 폭로가 나오자 불과 3시간 뒤 “장 실장이 지원하라고 권유한 건 맞다”며 “유능한 사람이 지원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통화했다”고 말을 바꿨다.

국민을 우습게 보며 우롱하는 처사다. 어떻게 ‘사후 덕담’과 ‘사전 권유’가 같은 것인가?

김성주 공단 이사장도 최종후보 3명을 놓고 검증이 진행 중이던 지난 4월 곽 전 대표를 전주로 불러 '본부장 취임'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과연 적법하고, 투명하며, 공정한 절차인가?

공모를 시작하기도 전에 특정인에게 지원을 권유하고 사실상 내정한 것은 '무늬만 공모'일 뿐 실제는 짜고 치는 고스톱인 ‘공모 농단’이 아닌가?

청와대는 지금도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장 실장의 권유는 '부당한 인사개입'이 아니라 '정당한 인사추천'이라고 강변한다.

'내가 하면 정당한 인사추천이고, 남이 하면 부당한 인사개입'이라는 '내로남불'의 극치다.

일벌백계(一罰百戒)를 위해서도 장 실장에 대한 한 점 의혹 없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문책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둘째, 곽 전 대표의 탈락 이유와 코드 인사 문제다.

곽 전 대표는 서류 심사, 직접 면접 모두 1등이었고, 면접 참여자가 역대 CIO 후보 중에 최고라고 평가했지만 결국 탈락했다.

이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설명은 이민 1.5세대인 곽 전 대표와 아들의 국적, 병역이 검증에 걸렸다는 것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다.

CIO는 이민자 아니라 외국인이라도 모셔와야 하는 자리며, 국적이나 병역 등 기초 자료는 '권유(사실상 내정) 전'에 당연히 걸려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곽 전 대표 스스로 자신의 병역 문제에 대해 “나이 때문에 3주 민방위 훈련으로 병역을 대체했는데 혹시 이 부분이 문제가 될까 싶어 검증 자료 맨 앞장에 첨부했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현 정권의 코드와 맞지 않은 것이 탈락의 주된 이유로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일 것이다.

바로 청와대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원칙 투자를 하는 후보' 대신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려 무리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기관투자가가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다.

인수합병 등 기업의 주요 경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기업의 장기 성장에 기여하고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현재 유가증권 시장에서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만 256개에 이르는데, 정부가 국민연금을 앞세워 기업을 길들일 수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정부가 민간의 영역에 개입하는 것은 자금 손실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시장경제 원리에도 상충된다는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다.

둘 다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제도가 일방적으로 좋다고 단정할 순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능력'이나 '도덕성'보다 '이념'이나 '성향'을 우선하는 코드 인사로는 어느 조직도 결코 건전하게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호 견제와 균형, 반대 목소리가 없는 조직은 지속적인 발전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청와대는 사실상 내정되었던 곽 전 대표가 탈락한 '진짜 이유'를 소상하게 국민앞에 밝혀야 한다.

그리고 만약 잘못이 있다면 재공모가 아니라 곽 전 대표를 다시 임명해야 한다.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짜 잘못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셋째, 곽 전 대표를 실제 탈락시킨 '장 실장의 윗선’이 누구냐는 것이다.

'‘저와 장 실장님은 곽 사장님을 계속 밀었는데 위에서 그런(탈락) 지시가 있었다.'’

곽 전 대표가 김성주 이사장으로부터 받았다는 전화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제외하고 장 실장의 윗선이 도대체 누가 있는가?

혹시라도 최순실과 같은 비선실세가 있다면 국기(國基)를 뒤흔드는 중대 문제다.

국민연금 CIO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국민연금 이사장이 임명하는 자리다.

이 외의 모든 부당한 인사 개입은 당연히 '직권남용'이다.

장 실장과 김 이사장은 이번 사태의 전모(全貌)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청와대 정책실장보다 높은 누가, 무슨 이유로 탈락을 지시했는지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추후라도 이런 인사 전횡을 막을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국민의 노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국민연금은 '정권의 돈'이 아니라 '국민의 돈'이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CIO도 당연히 정권의 눈치만 보는 '정권 바라기'가 아니라, 유능하면서도 깨끗하고, 외풍에 휘둘리지 않는 오로지 '국민 바라기'가 되어야 한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일을 맡기겠습니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천명한 인사 원칙이 가장 필요한 자리가 바로 '국민연금 CIO'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와해(瓦解)' 직전의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CIO가 1년째 공석인 가운데 CIO 직무대리와 뉴욕사무소장이 잇달아 사의를 표명했고, 주식운용실장, 해외증권실장, 해외대체실장 등 주요 보직이 다 공석이다.

상반기에 기금운용역 38명을 뽑으려 했으나 지원자가 적어 20여 명 충원에 그쳐 대체투자 신규집행은 거의 스톱된 상태다.

올해 4월까지 기금운용수익률은 연환산 기준 1.66%로 지난해 7.28%에 크게 못 미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 모든 것이 전 정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개입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구속된 일과 결코 무관치 않다.

독립성과 자율성은 낮고 책임만 크다면 어떤 우수한 인재가 지원하겠는가?

'띠끌 같은 구(舊) 적폐'는 청산한다고 온갖 법석을 떨면서 '태산 같은 신(新) 적폐'는 그대로 둔다면 과연 누가 지원하겠는가?

그러나 위기야말로 또 다른 기회다.

이번에야말로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 투명한 인사 절차를 확실하게 구축할 절호의 기회다.

오로지 성과와 역량 중심의 기금 운용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다시 없는 기회다.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국민연금은 5년 단임 정권이 임의로 좌지우지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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