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는 초라하기만 한 '세계 1위'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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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9월 25일 14:53:14
    스웨덴에서는 초라하기만 한 '세계 1위' 스타벅스
    <알쓸신잡-스웨덴> 토종 커피점 브랜드에 밀려 존재감 없어
    세계 4위 커피 애호가 나라에서 스타벅스가 미미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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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7-08 05:00
    이석원 객원기자
    ▲ 스톡홀름에서 스타벅스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스웨덴 사람들은 스타벅스 커피가 '맛없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사진 = 이석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주문이 이뤄지는 커피 종류는 단연 아메리카노(Americano)다.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많은 양의 물을 섞어 커피 원액을 희석한 것이란 것쯤 모르는 사람이 없다. 물론 이름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아메리카노는 미국식 커피의 전형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메리카노가 탄생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에스프레소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라는 설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미군이 이탈리아에 진주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미군을 환영했다. 이탈리아에 진주한 미군은 이탈리아 사람들의 환대와 함께 풍성하고 아름다운 먹을거리에 열광했다. 프랑스나 독일, 그 어떤 유럽 국가들에 진주했을 때보다 그들은 행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탈리아 사람들 눈에 그런 미군이 이상하게 보이는 게 있었다. 미군들은 커피에 뜨거운 물을 잔뜩 타서 큰 컵에 마시거나 심지어는 수통에 담아 마시기까지 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저게 뭐하는 짓인가? 하고 의아해 했다.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 사람들은 곧 미군들을 얕잡아 보기도 했다. 커피 때문에 더 그랬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미군들이 마시는 커피를 ‘아메리카노(Americano)’라고 불렀다. ‘미국 놈’이라는 비하의 의미가 담겼다. 결국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마신다는 ‘아메리카노’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미국의 커피 문화를 조롱한 결과물인 셈이다.

    이론의 여지없이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점은 스타벅스다. 197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고든 보커, 제럴드 제리 볼드윈 그리고 지브 시글이 처음 설립했다. ‘백경’으로 번역되기도 한 그 유명한 미국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커피를 사랑하는 1등 항해사 스타벅의 이름에서 따왔다. 늘 해마다 수많은 논란과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스타벅스가 진출한 나라 중 스타벅스가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발휘하지 않는 나라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데 그 ‘그다지 많지 않은’ 나라 중 미국에 대한 친밀감이 무척 강한 북유럽 국가들이 있다. 스웨덴도 그 중 하나다.

    북유럽 국가들은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신다. 핀란드는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12kg로 이 분야 세계 1위다. 이탈리아가 5.9kg이니 두 배다. 핀란드에 이어 노르웨이는 9.9kg으로 2위, 그리고 스웨덴은 8.2kg으로 4위다. 스칸디나비아에 있는 북유럽 국가들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커피를 많이 마시는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사람들에게 스타벅스는 그다지 중요하지도, 친근하지도 않은 존재다. 이들 국가에 진출한 스타벅스 매장의 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들 국가 중 인구나 경제 규모 면에서 가장 큰 스웨덴에는 2013년 처음 스타벅스 매장이 문을 열었다. 2009년 스톡홀름 얼란다 국제공항에 첫 매장이 생기긴 했지만 그건 외국인이 워낙 많은 공항이라는 특성 때문이고 시내 일반에 스타벅스 매장이 생긴 건 그로부터 4년 후다. 현재 스웨덴 전체에는 스타벅스 매장 9개, 수도인 스톡홀름에 6개의 매장만이 있다. 제2 도시인 예테보리를 비롯해 인구로 3, 4위인 웁살라와 말뫼에 각각 1개씩이 더 있을 뿐이다.

    ▲ 스웨덴의 대표적인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인 웨덴스 커피. (사진 = 이석원)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마시는 핀란드는 더 심하다. 2013년 헬싱키에 스타벅스 매장이 처음 문을 열었는데 3개뿐이다. 핀란드에서 스타벅스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인 셈. 그나마 세계 커피 소비량 2위인 노르웨이가 가장 많다. 13개 매장이 있는데 그중 4개가 오슬로에 있다.

    스웨덴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피카(Fika)’라는 문화로 압축된다. 커피라는 뜻의 스웨덴어 Kaffe를 뒤집어 발음한 것이다. 19세기 공장주들의 눈을 피해 커피를 마시던 노동자들에게서 유래했다. 말 그대로 커피 마시는 자리, 시간, 모임 등을 일컫는 말이다. 스웨덴 사람들에게 피카는 일상의 즐거움을 넘어서 삶 자체로까지 인식된다. 회사에서나 학교에서나 또는 동네에서도 스웨덴 사람들은 마치 피카를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피카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피카는 회사든 집이든 자신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카페에서도 활발하다. 그래서 대도시는 물론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도 가장 많은 게 카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의 스타벅스 만큼이나 스웨덴에서 많이 눈에 띄는 카페 브랜드가 에스프레소 하우스(Espresso House)와 웨인스 커피(WAYNE’S COFFEE)다. 스톡홀름에는 ‘발에 밟힐’ 정도로 많고, 인구가 5000명 남짓이 ‘벽촌’에도 이 두 카페는 꼭 있다.

    처음 스타벅스가 생겼을 때 스웨덴 젊은이들은 살짝 열광했다. 와이파이(Wi-Fi)를 무료로 제공했고, 유럽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는 ‘아이스커피’가 있고, 또 화장실을 가기 위한 10 크로나(우리 돈 1300원 정도)짜리 동전도 필요 없었다. 하지만 에스프레소 하우스나 웨인스 커피가 같은 환경을 만들어 놓자 스타벅스 빈 테이블은 늘어났고, 매장은 늘어나지 않았다. 굳이 애플 노트북을 가지고 스타벅스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사람들은 미국식 아메리카노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들은 아메리카노를 마시지만 스타벅스가 아닌 자기들 토종 브랜드 카페에서 마신다. 즉 세계 최대 커피 기업인 스타벅스의 자존심에 강한 스크래치를 내는 것이다.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다. 스웨덴에는 ‘반미’ 정서 따위는 없다. 오히려 영국을 무시하면서 미국에 애착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런데 유독 먹는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의 자본을 쫓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 명확히 얘기해주는 스웨덴 사람들은 없다. “왜 스타벅스 보다 에스프레소 하우스를 선호하느냐?”고 물으면 “그냥”이라고 대답한다. 분명한 이유가 없는 것은 스타벅스로서는 가장 난감한 문제다. 분명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을 개선하거나 극복하는 대안을 만들면 되지만 이유가 분명하지 않으니 개선도 극복의 여지도 없는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커피를 많이 마시는 국민들에게 커피를 팔지 못하는 세계 최대 커피 회사의 아이러니다.[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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