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중동과 북한②] 분쟁과 독재의 중동역사, 한반도 정세 시사점은?


입력 2018.07.17 00:00 수정 2018.07.17 06:04        이배운 기자

“북한독재, 주민에 끊임없는 메시지 주입,

주민충성심 진심 아닐 것…남북 융합 가능”

북 비핵화 중동과 달라, 중국이 최대 관건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인터뷰
“북한독재, 주민에 끊임없는 메시지 주입,
주민충성심 진심 아닐 것…남북 융합 가능”
북 비핵화 중동과 달라, 중국이 최대 관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데일리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데일리안

오랜 세월 종교 갈등의 역사를 걸어온 중동지역은 이제 자유주의 국가와 독재국가 간 갈등을 겪고 있다.

중동에서 멀리 떨어진 극동아시아 한반도의 남과 북도 비슷한 상황이다.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한 중동의 역사는 한반도 운명에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중동과 북한의 독재는 최고지도자 개인의 절대권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중동은 권위주의적 독재체제이지만, 북한은 전체주의 독재체제라는 점에서 형태 자체는 북한이 더 ‘악랄’하다고 비판했다.

권위주의적 독재는 주민들의 관심을 정치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트려 권력의 안정성을 확보한다. 반면에 북한식 전체주의 독재는 주민들에게 끊임없이 정치적 메시지를 주입해 각성상태를 지속해 권력을 유지시킨다.

앞서 북한인권조사위원회(UN COI)는 16가지 반인도주의 범죄행위 목록을 만들고 시리아와 북한의 인권유린 정도를 비교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인종말살’을 제외한 15가지 반인도 범죄행위를, 시리아는 9개의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장 센터장은 “이는 시리아가 덜 악랄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김정은 정권의 조직력이 뛰어나고 어느 독재국가보다도 탄압역량이 높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아산정책연구원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아산정책연구원

일각에서는 남북이 통일하면 남북 주민의 융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극도로 폐쇄적인 독재체제에서 수십년간 선전·선동 교육을 받은 주민들이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 센터장은 긍정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 북한 주민들과 사회 엘리트들이 실제로 김정은 체제의 선전을 굳게 믿는 것이 아니며, 탈북자들의 적응 사례에서 보듯 인간의 ‘회복력’은 뛰어나다는 것이다.

장 센터장은 독재체제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속으로는 진심이 있으나 겉으로는 거짓을 말할 수밖에 없다는 ‘public lies private truths’현상을 제시한다. 극도로 사적인 공간에서는 진심을 표출하지만 공적인 공간에서는 서로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철저한 탓에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주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엘리트들에게도 적용되는 문제다. “이라크, 아프간 전쟁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비판한 장 센터장은 과거 중동의 사례들에 비춰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시 가장 중요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과 최측근만 제거하고 당원이나 엘리트들을 몰살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센터장은 “미국이 안정화 정책 여러 부분에서 실책을 저질렀는데, 가장 큰 것이 그 엄청난 독재국가인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의 바트당 당원들을 다 숙청한 것”이라며 “1당 독재체제에서 그들은 절대로 ‘노(No)’를 말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실제로 충성심이 있어서 당원이 된 것이 아니라 그냥 우수한 인적자원이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당원등록이 된 것”이라며 “대부분 당원들이 숙청당하거나 도망갔는데 그중에 비분강개한 엘리트들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ISIS(이슬람국가)가 돼 지역안정화 실패는 물론, 중동지역을 더욱 혼란에 빠트렸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지난해 4월 태양절 기념 열병식을 진행하면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하고 있다. ⓒ조선의오늘 북한이 지난해 4월 태양절 기념 열병식을 진행하면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하고 있다. ⓒ조선의오늘

앞서 리비아와 이란 등 중동 독재국가들은 과거 핵 개발을 강행했다가 국제사회와 합의를 맺고 비핵화를 추진했다. 북한의 비핵화도 이들의 사례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지만 이란 핵합의는 최근 실패한 합의로 규정됐고 리비아 비핵화는 북한에 적용할 수 없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장 센터장은 리비아와 북한의 비핵화는 각각 그 규모나 정도의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핵 기술이 초보적인 수준에 그쳤던 리비아는 비핵화 작업이 그만큼 손쉬웠지만 핵 무력이 초고도화된 북한의 비핵화 작업은 역사상 전례가 없어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중동 국가들의 과거 비핵화 사례는 우리에게 ‘비핵화는 아주 아주 어려운 문제’라는 교훈을 준다”며 “북한의 비핵화는 결국 중국의 압박이 관건인데 이들은 주거니 받거니 서로 국익을 양보하고 보듬어주면서 너무 잘 지내는 것이 문제다”고 꼬집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배운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