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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과 대란 사이 '비닐 패션'…투명한 PVC 소재 열풍


입력 2018.07.08 15:56 수정 2018.07.06 15:58        손현진 기자

샤넬·셀린·버버리까지 '비닐 패션' 선봬…고가에도 완판 행렬

PVC 소재 인기 확대…'시스루' 아이템 수요 증가에 한몫

한때 싸구려로 인식되던 폴리염화비닐(PVC) 소재가 국내외 패션업계를 주름잡고 있다. 럭키슈에뜨가 온라인 전용으로 판매한 비치백. ⓒ코오롱FnC 한때 싸구려로 인식되던 폴리염화비닐(PVC) 소재가 국내외 패션업계를 주름잡고 있다. 럭키슈에뜨가 온라인 전용으로 판매한 비치백. ⓒ코오롱FnC

#. 프랑스 명품 '셀린'이 지난 2월 한정 생산한 비닐백은 없어서 못파는 '귀하신 몸'이다. 양가죽 지갑과 비닐백이 세트로 이뤄진 이 '솔로 클러치' 제품은 매장에 입고되자마자 팔려나갔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겉모습은 잡화점에서 물건을 사면 담아주는 '비닐 쇼핑백'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가격은 590달러(약 66만원). 현재 온라인에서는 '셀린st(스타일) 비닐백'이라는 1~2만원대 카피 제품이 넘쳐나고 있다.

한때 싸구려로 인식되던 폴리염화비닐(PVC) 소재가 국내외 패션업계를 주름잡고 있다. 특히 명품 브랜드가 잇따라 선보인 PVC 가방은 내용물이 다 보이는 디자인과 고가로 논란을 부르는 동시에, 연일 완판 행렬이 이어지는 '잇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닐 패션'의 인기는 작년부터 예고됐다.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이 작년 공개한 2018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PVC 소재의 패션 아이템들이 잇따라 등장했기 때문이다. 샤넬·셀린·버버리·캘빈클라인 등은 비닐을 소재로 한 가방과 의류, 잡화 등을 일제히 선보였다.

셀린의 솔로 클러치와 함께 주목받은 명품 가방은 샤넬의 비치백으로, 이 역시 고급 가죽이 아닌 비닐 소재로 만들어졌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샤넬 가방'과 다른 파격적인 디자인에도 이 제품 역시 출시 직후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품목이 됐다. 발렌티노도 스파이크로 둘러싼 250만원대 투명 가방을 출시했다.

셀린 솔로 클러치 제품. ⓒ셀린 셀린 솔로 클러치 제품. ⓒ셀린

이처럼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비닐 가방의 특징은 디자인적 장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방 안에 든 백인백이나 여러 소품을 대놓고 드러내면서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는 방편이 될 수 있어서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플라스틱은 오래되고 뻔한 프랑스산 옷감보다 훨씬 낫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PVC 소재의 인기는 가방에만 국한되지 않고 의류와 잡화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샤넬과 발망, 발렌티노는 PVC를 활용한 파격적인 아우터를, 버버리는 트렌치코트를 재해석한 비닐 옷을 선보였다.

크리스찬 루부탱은 지난달 투명한 구두 컬렉션을 출시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요소인 크래프트 페이퍼(공예용 종이)를 찢고 구겨서 콜라주를 완성한 뒤 고광택 투명 PVC를 덧입힌 독특한 디자인이다. 겉면을 비닐로 처리해 마치 하나의 캡슐처럼 보이도록 했다. 이 컬렉션은 남성·여성 슈즈와 가방, 지갑 등으로 출시됐다.

국내 브랜드들도 비닐 패션에 주목하고 있다. 코오롱FnC의 영캐주얼 브랜드 '럭키슈에뜨'는 온라인 전용으로 내놓은 리조트 컬렉션에서 컬러 파우치와 로고 프린트를 넣은 투명 PVC백을 선보였고,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전개하는 편집숍 비이커도 '오리온 초코파이'와 협업한 투명백을 출시했다.

이랜드리테일의 '슈펜'이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모티브로 제작한 투명백. ⓒ이랜드 이랜드리테일의 '슈펜'이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모티브로 제작한 투명백. ⓒ이랜드

이랜드리테일의 슈즈 SPA 브랜드 슈펜은 식품기업 빙그레와 함께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모티브로 한 투명 가방을 출시했다. 이랜드 측에 따르면 이번 협업 제품은 지난달 19일 소셜커머스 티몬의 실시간 쇼핑방송에서 단독 선발매된 직후 하루 만에 1차 물량이 품절됐다.

올 여름 패션 유행도 PVC를 비롯한 시스루 소재의 상품이 주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옥션이 지난 6월 1월부터 30일까지 한 달 간 여성 의류 및 잡화 판매를 조사한 결과 시스루 상품 판매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루 스커트 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8배 가량 증가했고, 시스루 블라우스도 판매량이 77% 증가했다. 또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는 레이스 블라우스는 54%, PVC 소재의 투명 비닐백 수요는 61% 증가했다.

옥션 관계자는 "발랄하면서 은근한 매력을 뽐낼 수 있는 시스루 패션이 대세로 떠올랐다"며 "휴가지에서 포인트로 입기에도 좋아 올 여름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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