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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경쟁에 던져진 현대차…이업종과 제휴 잇달아


입력 2018.07.04 14:45 수정 2018.07.04 16:09        박영국 기자

탈내연기관·자율주행·커넥티드카·차량공유 등 미래차 트렌드 선제대응

미래차 주도권 뺐기면 '껍데기'만 만드는 하청업체 전락할수도

커넥티드 카 이미지.ⓒ현대자동차 커넥티드 카 이미지.ⓒ현대자동차

탈내연기관·자율주행·커넥티드카·차량공유 등 미래차 트렌드 선제대응
미래차 주도권 뺐기면 '껍데기'만 만드는 하청업체 전락할수도


현대자동차가 잇달아 이업종(異業種)에 속한 기업들과 제휴 및 투자에 나서고 있다. 카셰어링(차량공유), 카헤일링(차량호출), 반도체, 배터리 재활용업체 등 분야도 다양하다.

자동차 산업의 빠른 변화로 더 이상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가 가진 경쟁력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파트너를 끌어들이며 미래를 준비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호주의 차량공유(카셰어링) 선도 업체 ‘카 넥스트 도어(Car Next Door)’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이르면 2020년 첨단 ICT를 활용한 신개념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현대차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카 넥스트 도어'와 첨단 IoT 기술을 활용한 카셰어링 사업을 추진한다. '카 넥스트 도어'와 협업해 고객의 차량과 스마트폰을 연결해 주는 '현대 오토 링크(Hyundai Auto Link)'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현대차는 호주 현지에 판매하는 신차에 폰 커넥티비티를 통해 도어 개폐와 차량 시동이 가능한 기능을 탑재한다. 이를 통해 현대차 소유자와 대여자 간에 차 키 전달이 필요 없는 편리한 P2P 차량 공유 환경을 만들어 준다.

현대차가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서 투자나 협업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국내와 독일 카셰어링 업체에 수소전기차를 공급한 바 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네걸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아이오닉EV를 활용한 카셰어링 서비스를 론칭한 바 있다.

현대차와 '카 넥스트 도어'는 이르면 2020년 해당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며, 호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i30와 코나를 시작으로 향후 싼타페, 아이오닉 등 전 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어 올 1월에는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 업체인 그랩(GRAB)에 투자를 단행하고 전략적 협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는 커넥티드카 기술 분야에서도 활발한 투자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차량용 통신 반도체 설계업체인 오토톡스(Autotalks)와 투자 및 협력관계를 맺은 게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오토톡스와 함께 커넥티드 카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통신 칩셋(반도체 집적회로) 개발을 위해 상호 협력할 계획이다.

오토톡스가 강점을 가진 통신 칩셋은 커넥티드 카가 차량 내·외부와 대용량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연결하는 '달리는 컴퓨터'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각종 데이터를 송수신하고 판단, 제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현대차는 앞서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와 협업해 중국 시장에서 커넥티드카 서비스의 일종인 통신형 내비게이션을 비롯,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등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달 핀란드 에너지기업인 ‘바르질라’와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맺은 것도 이업종과의 협업 사례 중 하나다.

현대차와 바르질라의 협업은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ESS(에너지 저장장치)’ 개발 분야에서 이뤄진다.

현대차는 이번 파트너십 협약을 토대로 ESS 설계 및 제작 기술 확보, 설치 및 운영 경험 축적, 유지 및 보수 편의성 제고 등 차별화된 핵심 기술력 강화 및 사업성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완성차·IT·서비스 업종간 미래차 주도권 다툼

현대차가 이처럼 이업종과의 협력에 주력하는 것은 미래 자동차 산업 트렌드의 변화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종속관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 트렌드를 ‘탈내연기관(전기차, 수소차 등)’,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차량공유’ 등 크게 네 가지로 보고 있다.

이 트렌드가 현실화되려면 IT, 서비스 등 다른 업종의 기술과 노하우가 많이 개입돼야 하고, 그만큼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가 가진 기술의 비중은 줄어든다.

가솔린·디젤엔진 등 내연기관이 도태되고 전기차와 수소차가 보편화되면 배터리와 전기모터,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등 관련 부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의 비중이 커지는 반면 기존 내연기관 엔진 기반으로 자동차를 만들던 완성차 업체의 비중은 줄어든다.

당장 전기차의 상용화 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있어 최대 관건은 배터리의 소형화와 저장용량 확대, 충전시간 단축 등이다. 완성차 업체가 어떤 노력을 한다 해도 배터리 기술력의 진보 없이는 전기차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자율주행·커넥티드카는 IT와 자동차 산업에 반씩 걸쳐있는 분야다. 구글이나 애플, 네이버 등 국내외 IT기업들이 잇달아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며 완성차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차량공유가 보편화되는 것도 자동차 업계 판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우버와 같은 대형 차량공유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소비 성향이 차량 ‘구매’ 보다는 ‘공유’ 쪽으로 쏠릴 경우 힘의 균형이 차량공유업체 쪽으로 쏠릴 여지가 높다.

즉, 엔진이 아닌 배터리와 모터로 구동되고, 자율주행·커넥티드 기술로 제어되며, 카셰어링 업체가 소유하는 방식이 보편화된다면 애플이 자체 생산공장 하나 없이 아이폰을 만들어 파는 것처럼 핵심 기술과 서비스가 제조 분야를 하청화시키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은 ‘껍데기만’ 만드는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각 업종마다 신규 기업이나 다른 이종기업이 쉽게 넘을 수 없는 진입장벽이라는 게 있는데, 탈내연기관·자율주행·커넥티드카·차량공유 등의 트렌드가 보편화되면 자동차 업종의 진입장벽이 허물어지고 다른 진입장벽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완성차 업체로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길 것이라는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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