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 편파중계 지적하면 친일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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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전 편파중계 지적하면 친일파인가
    <하재근의 닭치고tv> 한국 해설자가 왜 감사를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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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7-04 06:02
    하재근 문화평론가
    ▲ ⓒ KBS 방송 캡처

    이해할 수 없는 편파중계가 나왔다.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일본과 벨기에 경기 KBS 중계에서 터진 일이다. 벨기에 샤들리가 막판에 극적인 결승골을 넣었는데 한준희 해설위원이 "샤들리 감사합니다. 아까 왜 교체했냐고 했는데 사과하겠습니다"라며 흥분했다. 그러면서 한 번 더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벨기에 선수가 골을 넣었는데 한국 해설자가 왜 감사해한단 말인가? 당연히 편파중계 논란이 터졌다. 다른 곳도 아니고 무려 KBS,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 중계에서 터진 사건이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편파중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이 논란에 대해 네티즌 반응은 압도적으로 한준희 해설위원이 잘 했다는 쪽이다.

    “일본이 우리 경기에 응원한 적 있었나? 응원도 맘대로 못 하냐?”
    “속 시원하고 꿀잼이던데.. 왜 일본 응원이라도 하라는 건가?? 해설 너무 잘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들 정서대로 방송하는 건 당연하다”

    이런 반응들이다. 심지어 한 매체는 일본에겐 한국을 성토할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 네티즌 정서에 편승, 대중을 선동하는 듯한 기사를 내기도 했다. 편파중계 문제를 지적하는 매체에겐 ‘친일일보’, ‘친일파는 일본으로 꺼져라’는 식의 반응이 나온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 일본을 응원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사 중계의 편파성 문제다. 일반 네티즌이 아무리 일본을 싫어한다고 해도, 공영방송사만은 공식적인 차원에서 품위를 지켰어야 했다. 그런 게 국격이다.

    한 위원은 그 전 경기에서 승부차기까지 갔는데, 또 승부차기까지 가면 중계진 체력소모가 극심하기 때문에 결승골에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는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을 하다 결국 본능적으로 나왔다며 편파중계를 인정했다. 공영방송 중계를 ‘본능’으로 하면 안 된다. 다시는 공영방송에서 이런 ‘자해적’ 중계를 하지 않도록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자해적’이라고 한 것은 우리 국익에 손해를 끼친다는 의미다. 국가대표 공영방송이 대놓고 이웃나라에 적대감을 표시해서 좋을 것이 없다. 게다가 일본은 엄연히 한미일 동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우방이다. 경제적으로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설사 일본인이 한국에 수준 낮은 발언들을 한다고 해도 우리의 공식적 채널에서만큼은 품위를 지켜야 한다. 그게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이익이다.

    이에 대해 김어준은 라디오에서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경기 다음으로 중요한 경기는 일본전이다. 원래 남의 불행을 즐기면 안 되는 법인데 월드컵에서 라이벌 팀의 불행은 즐겨도 된다. 월드컵이 그러라고 있는 거다. 평상시 이성적인 사고를 내려놓고 승부 자체에 몰입해 원시적 감정을 드러내라고 월드컵이 있는 거다"라며 "어제 녹화를 해서 새벽에 잤는데 이 경기를 보고 피로가 싹 날아갔다"고 편파중계를 두둔했다고 한다.

    이것도 방송진행자로서 부적절한 태도다. 물론 KBS에 비할 정도로 국가를 대표하는 방송은 아니지만 어쨌든 방송은 방송이다. 정식 방송은 인터넷 방송에서 자유롭게 감정을 배설할 때와는 달라야 한다. 일반 네티즌들이 국민감정에 북받쳐 이웃나라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도 그것을 차분한 분위기로 다독여야 하는 것이 방송의 역할이다.

    국제경기 중계는 중립을 지키면서도 어느 정도는 같은 아시아, 특히 가까운 동아시아의 선전을 기원해주는 쪽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인의 정서와 동떨어져 답답하다고 해도 방송은 그래야 한다. 우리도 한국 대 독일전 중계에서 중국 방송인이 독일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것에 크게 실망하고 중국을 비난했다.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어떻게 독일을 응원하느냐고 말이다. 우리 방송만큼은 중국 방송 수준으로 추락하면 안 된다.[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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