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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2 연평해전을 지우고 있나


입력 2018.07.03 06:57 수정 2018.07.03 11:15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국가행사대신 부대 자체 행사로 회귀시켜

보상금도 대형사고보다 적어…누가 나라 지키나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유가족들이 지난 2015년 8월 1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DMZ 도라산평화공원에서 열린 '연평해전 영웅의 숲' 착공식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데일리안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유가족들이 지난 2015년 8월 1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DMZ 도라산평화공원에서 열린 '연평해전 영웅의 숲' 착공식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데일리안

국가 행사로 격상되었던 '제2 연평해전 승전 기념식'이 올해부터 다시 '부대 자체 행사'로 돌아갔다. 서해 수호의 영웅들이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밀려든다.

영웅들이 목숨으로 지켜준 나라에서 숨 쉬고 있는 현실에서 영웅들을 기억하는 국민들이 한 명씩 줄어들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든다.

고(故) 윤영하 소령, 고 한상국 상사, 고 조천형 중사, 고 황도현 중사, 고 서후원 중사, 고 박동혁 병장.

제2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여섯 명의 해군 용사들의 이름들이다. 적의 기습공격에도 죽음을 각오한 결연한 의지로 단 한 치의 바다도 용납하지 않고 적을 물리친 서해의 영웅들이다.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천연의 해변을 갖고 있는 아름다운 섬 연평도, 우리나라 제일의 조기어장으로 유명한 파시(波市)가 열려 많은 인기를 누리던 서해 최대의 어장 연평도, 북한 부포항과 10㎞, 석도와는 2.8㎞ 떨어져 국방의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하는 서해 최북단의 섬 연평도,

2002년 6월 29일 월드컵의 함성이 뜨거운 가운데, 한국과 터키의 3, 4위전 경기가 열리던 날 이 아름다운 해역에 한발의 포성이 울렸다. 교전에 앞서 북방한계선 북한측 해상에서 북한의 꽃게잡이 어선을 경계하던 북한 경비정 2척이 남한측 북방한계선을 침범하면서 계속 남하하기 시작했다.

이에 우리 해군의 고속정 4척이 즉각 대응에 나서 초계와 동시에 퇴거 경고 방송을 하는 한편, 교전 지침에 따라 경고사격 대신 차단기동을 위해 접근했다. 그런데 아무런 징후도 없이 북한 경비정이 갑자기 선제 기습포격을 가해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호의 조타실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이때부터 양측 함정 사이에 교전이 시작되고, 곧바로 인근 해역에 있던 해군 고속정과 초계정들이 교전에 합류하였다. 이후 북한 경비정 1척에서 화염이 발생하자 나머지 1척과 함께 퇴각하기 시작함으로써 교전은 30여 분 만에 끝이 났다.

치열한 교전 끝에 북한 경비정은 퇴각했지만 위의 6명이 전사했고, 참수리 357호정은 바다 밑으로 침몰했다. 북한은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혀 사과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이 전쟁은 북한의 계획적인 선제 도발이었지만 햇볕정책 속에서 우발적 충돌로 축소 규정되면서, '서해 교전'으로 불렸고, 6명의 묘비엔 '전사'란 단어도 쓰지 못했다. 그동안 이 전쟁은 우리 장병이 북한의 도발을 온몸으로 막아낸 승리의 해전이며, 우리 영해를 한 치도 넘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과시한 자랑스러운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잊혀져왔다.

유족들은 음지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고, 심지어 일부는 가족의 주검이  묻혀 있는 그토록 사랑했던 조국을 등져야 했다.

그러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서해의 영웅들은 '일시' 부활하였다. 대한민국이 붉게 물들었던 날, 붉은 악마보다 더 붉었던 영웅들의 숭고한 휴먼 감동 실화는 한편의 아름다운 영화로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이때까지 우리 강토는 삼국으로 나누어져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이제 삼국이 하나로 통합돼 한 나라가 되었으니 민생은 안정되고 백성들은 평화롭게 살게 되었다. 그러나 동해로 침입하여 재물을 노략질하는 왜구가 걱정이다. 내가 죽은 뒤에 용이 되어 불법을 받들고 나라의 평화를 지킬 터이니 나의 유해를 동해에 장사 지내라.”

또한 영웅들은 죽어서도 바다의 용이 되어 국가의 안위를 지키겠다는 대왕암의 문무왕처럼 '신형 유도탄 고속정(윤영하함)'으로 부활하였다.

그러나 '촛불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서해의 영웅들은 '적국'이 아니라 목숨 바쳐 지킨 '조국'에 의해 다시 한번 '부관참시(剖棺斬屍)'를 당하고 있다. 국방부는 조국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싸운 장병들을 제대로 기리기는커녕 6명의 '전사자(戰死者)'를 '순직(殉職)'했다고 오기했다.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나 집권 여당의 추모 메시지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 급기야 '승전 기념식'이 과거 '햇볕 정권' 당시의 '부대 자체 행사'로 돌아갔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나라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그들의 숭고한 충정을 망각한다면 제3의 연평해전은 반드시 재발한다.

1인당 총보상금이 10억원을 훌쩍 넘어선 최근 대형 사고의 사망 보상금에 비해 그들에게 지급된 순직 보상금 3000만∼ 5700만원, '나라 위해 목숨을 바치면 개값'이라는 비판이 나오면 제3의 연평해전은 반드시 재발한다.

"誓海漁龍動 盟山草木知(서해어룡동 맹산초목지)"

"바다에 맹세하니 어룡이 감동하고,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아는구나."

충무공의 삼척검(三尺劍)에 새겨진 명문(銘文)처럼,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을 어룡이 감동하고, 초목이 알 정도로 절절히 맹세할 때 비로소 제3의 연평해전은 막을 수 있다.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의 숭고함을 몸소 실천한 그들을 국민 모두가 기억하고 존경심을 가질 때 비로소 제3의 연평해전은 막을 수 있다.

애국과 보훈에,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일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국가가 국민의 희생과 헌신에 답하지 않고, 국민이 국가가 자기를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 못하는 나라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

"此獸若除 死卽無憾(차수약제 사즉무감)"

"이 원수 다 없앤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으리라."

그대들의 거룩한 영전에 충무공이 노량해전에 앞서 남기신 마지막 말씀을 바친다. 조국과 함께 영원히 가는 그대들, 부디 영면하소서.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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