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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분 행복했던 일본…독이 된 ‘시간 끌기’


입력 2018.07.03 05:37 수정 2018.07.03 05:39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후반 초반 연속골 터뜨리며 8강 진출 눈앞

계속된 공격으로 역습 빌미 제공, 결국 탈락

일본은 벨기에를 상대로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 게티이미지 일본은 벨기에를 상대로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 게티이미지

일본 축구가 벨기에를 맞아 대형 사고를 칠 뻔했지만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일본은 3일(한국시각),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 2-3 패했다.

이로써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8년 만에 16강에 올랐던 일본은 눈앞으로 다가왔었던 사상 첫 8강 진출이 무산되며 짐을 꾸리게 됐다. 반면, 2개 대회 연속 8강에 오른 벨기에는 멕시코를 꺾고 올라온 브라질과 만난다.

이번 대회 최고의 재미를 선사한 명승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승자는 벨기에였지만 일본 역시 주인공이 되기에 손색이 없었다.

전반 내내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으로 탐색전을 벌인 일본은 후반 들어 약점을 간파라도 했듯 벨기에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특히 벨기에의 쓰리백은 측면 공격을 강화한 일본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일본은 후반 3분 하라구치 겐키가 깜짝 골을 뽑아냈다. 벨기에 수비수 얀 베르통언의 실수가 있었지만 수비를 단단히 한 뒤 측면을 활용한 빠른 역습 전개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당황한 벨기에 수비진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진 모습이었다. 어수선한 플레이가 지속되는 가운데 4분 뒤 추가골이 들어갔다. 이번에는 이누이 다카시가 페널티박스 바깥 중앙에서 때린 강력한 무회전 슈팅이 티보 쿠르투와 골키퍼가 손쓸 수 없는 구석으로 공이 향했다.

2-0으로 벌린 일본의 축구 행복 지수는 역대 최대치로 치솟았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침착하게 경기에 임했고 오히려 벨기에 선수들이 다급한 모습을 보이며 승부의 무게 추가 일본 쪽으로 기울었다.

이누이의 추가골이 터졌을 때만 해도 일본의 8강행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 게티이미지 이누이의 추가골이 터졌을 때만 해도 일본의 8강행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 게티이미지

일본 입장에서는 천천히 공을 돌리며 시간만 끌어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서 전 세계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공 돌리기’였다.

실제로 일본은 2골 차로 앞선 상황에서 지공이 예상됐지만, 선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빠른 공격 전개를 그만둘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러면서 경기 상황은 반전 조짐을 보였다. 공격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던 벨기에는 고공 폭격기 마루앙 펠라이니를 투입시켰고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벨기에는 후반 24분 코너킥 상황에서 베르통언의 행운의 골이 터진데 이어 5분 뒤 교체 투입된 펠라이니가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순식간에 동점을 허용한 상황에서 일본의 남은 선택지는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라인을 잔뜩 끌어올린 벨기에의 후방을 공략하는 쪽을 택했다. 종료 직전에는 혼다 게이스케가 프리킥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무회전 슈팅을 날리기도 했지만, 승리의 여신은 골을 허락하지 않았고 불과 10초 뒤 벨기에에 역전 결승골을 선물했다.

앞서 있던 상황에서 공을 돌리며 시간을 끌었어도 일본을 비난할 수는 없었다. 일본 역시 지공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폴란드전 여파로 인한 심리적 부담으로 스스로 선택지를 지우고 말아 희대의 역전극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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