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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특검' 이미 증거는 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


입력 2018.06.29 07:52 수정 2018.06.29 08:03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살아있는 권력' 조사 못한 경찰의 무의지 수사 종료

허익범 특검 표현대로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진실은 드러난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할 허익범 특별검사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첫 공식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할 허익범 특별검사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첫 공식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드루킹 특검이 20일간의 준비기간을 마치고 27일 대장정의 돛을 올렸다.

“인적·물적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가겠다. 조용하고 담담하게 객관적인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하겠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수사를 약속한 허익범 특검의 각오다. 그렇다면 과연 특검은 법불아귀(法不阿貴)의 성역 없는 수사로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밝히고 민주주의의 적을 단죄할 수 있을까? 과연 지지율 70%의 집권 2년 차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정권의 치부를 가감 없이 파헤칠 수 있을까? 과연 그 시작은 비록 미약하였지만 그 끝은 창대(昌大)할 수 있을까?

특검이 처한 여건은 결코 녹록지 않다. 공소시효나 수사기간 등 시간에 쫓기고 초동수사 부실로 압수수색을 제대로 하지 않아, 디지털 증거 확보·보존 작업도 부실했다. 한마디로 '일모도원(日暮途遠)', 길은 멀고 험난한데 날은 저물고 시간은 없다.

벌써 드루킹에게 센다이 총영사를 제안했다는 의혹으로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당선인의 공소시효가 27일 자정에 끝났지 않았는가? 또한 초기 검경의 부실 수사, 늑장 수사, 은폐 수사, 꼬리자르기 수사, 눈치보기 수사로 이미 중요 증거가 하나 둘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특검은 투철한 소명의식으로 민주체제의 기반을 흔드는 선거부정이 다시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역사의 전범을 세워야 한다. 조용하고, 담담하게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진실을 파헤치되 결코 권력의 장벽에 막혀선 안 된다. 권력과 여론에 대한 일체의 좌고우면 없이 오로지 팩트와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담대히 나아가야 한다.

김경수 당선자는 과연 드루킹으로부터 텔레그램으로 일일 보고를 받고, 매일 늦어도 오후 11시에는 확인했는지?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드루킹 측의 매크로 시연 장면을 보고 승인 의사를 표시했는지?

또한 매크로 시연 직후 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는지, 건넸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보좌관이 받은 5백만원과 본인이 후원금으로 받은 2700만원의 성격은 무엇이고, 그 과정은 적법한지? 드루킹을 만난 경위와 횟수부터 댓글 조작 지시, 인사청탁 내용, 후원내역까지 그동안 왜 계속 말이 바뀌었는지?

김 당선자와 드루킹 간에 밝혀야 할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검 출범 전날 제1부속비서관에서 정무비서관으로 영전한 송인배와 백원우 민정비서관도 마찬가지다.

송 비서관은 드루킹을 네 차례 만났으며, 그 중 두 번의 경우는 드루킹 측으로부터 100만원씩 받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백 비서관은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변호사를 왜 만났고,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이 또한 청와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진실이 낱낱이 파헤쳐져야 한다.

검경의 '직무유기'와 '수사 은폐'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이 특검까지 이른 것은 전적으로 검경의 부실 수사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그동안 검경은 수사를 한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진실을 은폐해 권력 실세를 비호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 외에도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인지 여부 등 드루킹을 둘러싼 국민적 의혹은 끝이 없다. 특검은 이와 같은 국민의 상식적 의문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한 줌 의혹 없는 명백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동안의 검경의 총체적 부실 수사를 배제하고 원점에서 철저한 재수사를 통해 실체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여론조작은 공론의 장을 오염시켜 국민의 의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무는 중대 범죄다.

특검은 결코 권력에 대한 눈치보기 수사로 면죄부만 주고 끝난 과거의 전철을 되밟아선 안 된다. 여론조작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라는 국민적 기대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정권 핵심 실세들의 댓글 조작 공모 여부를 명쾌하게 가를 객관적 증거 발굴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필자는 이번 특검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날 것이라는 일각의 비관적 전망과 달리 의외로 망외(望外)의 대어(大魚)가 잡힐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검의 출범 자체는 우여곡절 끝의 난산이었지만 건강한 옥동자가 태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미 특검 스스로 검경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들을 서로 '통합 분석'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자료'가 나왔다고 언급하고 있지 않은가? 먼저 디지털 포렌식 등 첨단 수사 기법의 비약적 발전으로 초동수사의 부실로 삭제되고 은폐된 증거를 얼마든지 복원할 수 있다. '은폐의 기술'보다 '복원의 기술'이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토사구팽(兎死狗烹)'의 배신감을 느끼는 드루킹의 전폭적인 수사협조도 기대된다. 윤평 변호사도 “발버둥치고 벗어나려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펼쳐진 길이니까 협조할 것이다''라고 하여 적극적인 수사 협조 의지를 밝히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본 사건의 경우 기소된 피고인만 44명에 달할 정도로 증인들이 많다. 수십 명의 입과 눈을 어떻게 다 막을 수 있는가? 한 명의 진술보다 수십 명의 진술이 더 신빙성과 증명력이 높지 않겠는가?

결국 문제는 진실을 밝히려는 특검의 '강력한 의지'다. 의지만 있다면 실체진실을 밝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한마디로 '지재유경(志在有逕)',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것이다.

'거짓과 은폐'보다 '진실과 정의'가 승리해 온 것은 역사에 의해 검증된 진리다. '이장폐천(以掌蔽天)', '손바닥으로 결코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것도 경험에 의해 검증된 진리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특검은 '결연한 의지'와 '비장한 각오'로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국민적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 한치 물샐 틈 없는 꼼꼼한 수사로 진실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증거들을 하나라도 더 찾아 민주주의의 적들을 '발본색원(拔本塞源)' 하여야 한다. 

만약 특검의 수사마저 부실하면 다시 온 나라가 정치공방의 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 들 수밖에 없다. 또한 언젠가 정권이 바뀌면 ‘특검이 다시 특검당하는’ 불행한 사태가 올 수 밖에 없다. 부디 이번 특검이 '권력의 민낯'을 낱낱이 파헤쳐 ‘성공한 특검’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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