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계약 만료’ 신태용 감독, 냉정한 잣대가 필요하다


입력 2018.06.28 17:49 수정 2018.06.28 17:50        데일리안 스포츠 = 김평호 기자

러시아 월드컵 끝으로 감독 계약 종료

조별리그 탈락으로 재계약 명분 잃어

계약이 만료된 신태용 감독. ⓒ 데일리안DB 계약이 만료된 신태용 감독. ⓒ 데일리안DB

그 누구보다도 파란만장했던 신태용호의 항해가 독일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으로 끝으로 종료가 됐다.

지난해 7월 4일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뒤를 이어 대표팀 지휘봉을 이어 받은 신태용 감독의 계약 기간은 월드컵 대회가 열리는 7월까지이나 한국의 16강 진출 실패로 사실상 종료됐다.

1년 전 대한축구협회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대표팀이 졸전을 거듭하자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신태용 감독을 선임했다.

이에 2016 리우 올림픽 대표팀과 U-20 대표팀을 이끌었던 신태용 감독은 3번 연속 축구대표팀의 ‘소방수’ 역할을 맡게 됐다.

앞서 신 감독은 2016 리우 올림픽 당시 고인이 된 이광종 감독의 후임으로 구원 등판해 8강 진출을 이끌었고, 이듬해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는 안익수 감독의 후임으로 팀을 맡아 한국을 16강에 올려놓았다.

전임 사령탑의 도중하차로 중간에 지휘봉을 잡아 나름의 지도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극단적인 공격 축구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의 출발은 호기로웠다. ‘독이 든 성배’라는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그는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한 몸을 불사지르겠다”고 선언하면서 “슈틸리케 감독과 나는 스타일이 다르다. 그가 믿었던 선수를 그냥 쓰지는 않겠다. 나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들을 뽑을 생각”이라며 당찬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신태용 감독의 원했던 구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신태용호는 월드컵 최종 예선 마지막 두 경기에서 극적 무승부를 거두며 가까스로 본선에 올랐지만 연이은 졸전에 ‘월드컵 진출을 당했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고, 난 데 없는 ‘히딩크 감독 부임설’로 심한 마음고생을 겪기도 했다.

특히 말이 앞서는 그의 언행은 팬들의 신뢰를 잃고 말았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한국이 최약체로 평가 받는 월드컵에서 공격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해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반전에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월드컵 직전 평가전 성적이 좋지 않았고, 베스트 11 확정 없이 실험만 거듭한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모의고사 성적이 시원치 않아 우려를 자아내던 오스트리아 전훈 때 나온 소위 ‘트릭’ 발언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적어도 스웨덴전까지는 기다려보자는 동정 여론도 등장했지만 처음으로 꺼내든 4-3-3 전술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팬들의 비난은 극에 달했고, 자신의 부진으로 멘탈이 흔들리는 선수를 끝까지 중용하며 원성을 사기도 했다.

목표로 했던 16강 진출에 실패한 만큼 신태용 감독의 재계약에 대한 명분도 사라졌다. ⓒ 데일리안DB 목표로 했던 16강 진출에 실패한 만큼 신태용 감독의 재계약에 대한 명분도 사라졌다. ⓒ 데일리안DB

또 트릭을 써가며 그토록 감추려고 했던 수십 가지 세트피스 역시 이번 월드컵에서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신뢰를 잃고 말았다.

물론 신 감독이 애초 자신이 원했던 구상이 흐트러진 부분은 있었다. 신태용호의 황태자로 불리던 권창훈이 대회 직전 부상으로 낙마했고, 베테랑 공격수 이근호와 주전 수비수로 나설 것이 유력했던 김민재와 김진수까지 부상을 당하면서 본선 플랜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럼에도 불구, 지난 1년간 신태용 감독이 보여준 행보는 분명 실망스러웠다. 일각에서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1년이라는 시간이 감독의 색깔을 보여주기에는 짧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는 슈틸리케 감독 시절 수석코치로 있으면서 누구보다도 대표팀을 잘 알고 있는 지도자였다.

신태용 감독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이제 와서 자신의 축구 색깔을 보여줄 시간이 짧았다고 항변한다면 이는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이웃 나라 일본만 봐도 월드컵 2개월 전에 팀을 맡았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갑작스럽게 경질하는 등 대회 시작도 전에 삐걱거렸지만 새로 팀을 맡게 된 니시노 아키라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하면서 선전을 펼치고 있다. 감독의 역량이 이만큼 중요하다.

현재로선 신태용 감독의 재계약 가능성이 높지 않은 편이다. 역대 한국 대표팀 사령탑 중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 후 계약 연장을 한 사례는 없다. 신 감독 역시 목표로 했던 16강 진출에 실패한 만큼 재계약에 대한 명분이 사라졌다.

이제는 협회가 신 감독에게 냉정한 잣대를 들이댈 일만 남았다.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는 것에 도취돼 재계약에 힘을 실어준다면 국민들은 또 다시 4년을 속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