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이준익 "쿨함보다 핫한 게 멋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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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9월 23일 10:12:58
    [D-인터뷰] 이준익 "쿨함보다 핫한 게 멋있지 않나요?"
    영화 '변산'으로 스크린 복귀
    "촌스러움이 오히려 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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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6-28 08:56
    부수정 기자(sjboo71@dailian.co.kr)
    ▲ 영화 '변산'을 만든 이준익 감독은 "촌스러움이 오히려 멋있다"고 말했다.ⓒ메가박스(주)플러스엠

    영화 '변산'으로 스크린 복귀
    "촌스러움이 오히려 멋있어"


    "슬플 땐 울고, 화날 땐 화내고, 웃기면 웃자고."

    영화 '변산'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이준익(58) 감독이 말했다. '쿨함'보다 '핫'한 게 멋있다고. 촌스러운 게 더 멋있는 것이라고.

    '변산'은 '동주'(2016), '박열'(2017)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 세 번째 이야기다.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고향 변산으로 돌아가 초등학교 동창 선미(김고은)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학수와 선미를 비롯한 여러 인물을 통해 우리가 흔히 봐왔거나 겪었던 청춘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팍팍하고 지친 청춘의 삶을 웃프게(웃기지만 슬픈) 그려낸 게 미덕이다.

    26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청춘, 꼰대, 아재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된다"며 "이들을 하나로 규정 짓는 것 자체가 습관이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재밌자고 영화를 만든 것이지, 사화의 어떤 현상에 대해 의미 부여하려고 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언론의 평가는 좋다. '역시 이준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 감독은 이야기를 담백하면서 맛깔스럽게 요리했다. 화려하지 않아도, 군침이 꿀꺽 넘어가는 진수성찬이다.

    "감사하다"는 이 감독은 "시사회를 통해 공개하기 전까지 불안했다"며 "촌스러운 시골 이야기를 호감 있게 푸는 게 관건이었다"고 강조했다.

    ▲ 영화 '변산'을 만든 이준익 감독은 "촌스러운 시골 이야기를 호감 있게 푸는 게 관건이었다"고 강조했다.ⓒ메가박스(주)플러스엠

    영화 속 주인공인 학수는 래퍼다. 학수를 자신의 마음을 담은 랩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이 감독은 학수의 사연을 들여다보는 와중에 학수의 마음이 담긴 랩을 곳곳에 넣었다. 자칫하면 극의 몰입도를 떨어트릴 수 있는 부분을, 매끈하게 이어놓은 셈이다. "랩을 모르는 분들도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1차 관문은 통과한 거죠. 랩이 등장해야 하는 부분을 신경 써야 했죠. 인물들 각자 사연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타이밍에 랩을 넣어야 했어요. 랩과 드라마의 절묘한 조화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학수가 시를 쓰는 래퍼인 것도 인상적이다. 이 감독은 "랩이 곧 시"라며 "정말 세련된 현대시"라고 했다. "문학이 죽었다는 말이 있죠. 시는 더욱더 그렇고요. 디지털 시대로 전화되면서 오프라인 시대의 이야기가 온라인으로 옮겨 가고 있죠. 시는 랩이라는 형태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여러 인물의 에피소드를 촘촘히 엮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칫하면 산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으로선 굉장히 불리하죠. 삼각이 사각이 되고, 또 오각이 되는 복잡한 관계를 만들어야 했어요. 정교한 싵타래를 엮었는데 이걸 시도해내는 게 참 재밌어요."

    영화엔 다양한 청춘들이 나온다. 미래의 안정된 삶을 위해 고향에서 생활 터전을 마련하거나 꿈을 위해 고향을 떠나는 청춘, 아르바이트하며 빠듯한 생활을 이어가는 청춘 등의 면면이 익숙하다. 주인공이 고향에 내려가서 맞닥뜨리는 이야기 자체는 크게 신선하지 않다. 화려한 양념에 길든 젊은 관객들은 촌스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감독은 "촌스러움이 아름답다"며 "우리가 말하는 고향이란 개념도 요즘엔 많이 변했다. 어느덧 높은 건물들이 자리한 탓에 고향이 없어졌다. 다만 정서적인 고향은 있다. 동창들, 친척들의 이미지나 그들을 바라보는 감정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한 인간이 지닌 정체성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어요. 정체성을 부정하면서 어디까지 살 수 있을까요? 학수는 부정하고 싶은 자신의 정체성을 마주했을 때 그 정체성을 인정합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인정'을요. 인정해야 극복을 하거든요. 짜릿하지 않나요?"

    ▲ 영화 '변산'을 만든 이준익 감독은 "청춘, 꼰대, 아재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된다"며 "이들을 하나로 규정 짓는 것 자체가 습관이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메가박스(주)플러스엠

    방황하던 학수는 그토록 미워했던 아버지와의 주먹다짐을 통해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다. 잘 사는 게 최고의 복수라고. 도망치고 싶었던 존재인 고향과 아버지를 인정한 것이다. 이 감독은 꼰대의 바람직함은 '컴온 인마!' 같은 태도라고 했다. "좋은 제자는 스승을 밟고 올라가는 거죠. 약점과 장애를 극복해야 함께 나아갈 수 있어요."

    '변산'엔 악역이 없다. 저마다 사연이 있어 안쓰럽다. 인간과 세상을 선하게 바라보는 이 감독의 시선이 반영된 게 아닐까 궁금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이 세상에 절대 선, 절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선과 악은 공존한다는 거다. "절대 선이나 악은 할리우드의 산물입니다. 선과 악은 입장 차이에서 생겨나요. 타인에게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존중하면 됩니다. 근데 이걸 시도하지 않죠. 개인적인 가치를 중요시 하는 요즘엔 공동체 의식을 강요하면 꼰대가 돼요. 그래서 세대 간 갈등이 생겨납니다. 상대방의 가치를 존중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쿨하다'는 것도 할리우드에서 넘어온 것"이라며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때가 더 멋있다"고 강조했다.

    남자 캐릭터를 삐딱하고 지질하게, 여자 캐릭터를 성숙한 존재로 그려진 것도 신선했다. 그가 만든 영화 속 캐릭터의 여성 캐릭터를 보면 면면이 멋있다. 이 감독은 "남자는 본래 지질하다"고 웃은 뒤 "여성성은 도달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즐거운 인생'(2007), '님은 먼곳에'(2008),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 '평양성'(2010), '소원'(2013), '사도'(2015), '동주'(2016), '박열'(2017) 등으로 자신만의 연출 세계를 구축해왔다. 최근 들어선 1년에 한 편씩 선보이고 있다.

    '박열' 인터뷰 때 그는 심심할 틈이 없다고 했다. 삶의 원천은 '성실함'이다. "인터뷰하는 지금도 재밌어요. 이 순간 재밌어야지. 그게 예의죠. 즐겁지 않으면 일을 안 해."[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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