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인적 청산 칼부림 멈추고 이념 논쟁부터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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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당, 인적 청산 칼부림 멈추고 이념 논쟁부터 하라
    <칼럼>조직이니 사람이니 해체 논의 이전에 정체성 분명히 해야
    박근혜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 무엇을 해서 성공했는지 반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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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6-25 05:24
    이진곤 언론인
    ▲ 자유한국당 중앙위원들이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6.13 지방선거 참패와 관련해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의 사퇴와 최단시간 내 비대위 구성, 조속한 전당대회 개최, 당내 중진의원들의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 트럼프, 나름의 계산 있겠지만

    북한의 김정은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그 입으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한반도 상황은 여전히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미상태다. 북한을 당장이라도 요절낼 것처럼 거친 말을 구사하면서 전략무기들을 앞세워 무력시위를 벌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미‧북 회담에서 갑자기 호호야(好好爺)가 되었다. 김정은이 귀여운 조카라도 되는 양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그의 신뢰성을 보증할 태세다.

    물론 상재(商才)가 뛰어나고 협상의 귀재로 평가되는 트럼프에게 왜 계산이 없겠는가. 갑자기 김정은의 처지가 딱해 보여서 보호해줄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국가 간의 협상 과정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제로다. 상대에 대해 기대하는 게 있기 때문에 협상을 하고 인심도 쓴다. 트럼프로서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풀지 못한 북핵 문제를 자신의 협상력으로 해결해 보이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선제적으로 기정사실화 책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지만 북한의 입장에서 핵과 미사일 포기는 체제 존속의 포기나 다를 바 없다. 국력을 온통 거기에만 쏟아 부었기 때문에 재래식 전력, 전쟁수행 능력의 저하는 불문가지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그때마다 경기를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그쪽 사정을 짐작하기엔 부족하지 않다. 어떻게 핵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핵무장의 대내적 효용성이란 측면에서도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전지전능한 신의 지위를 고집하는 김정은이 권좌를 유지하느냐 못하느냐는 폭력 수단의 크기에 달렸다. 그게 바로 핵무기다. 집착하는 것은 당연하다.

    예상컨대 트럼프가 군사적 해결의 가능성을 배제할 경우, 미‧북 핵협상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장기화되게 마련이다. 종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것은 다자간 협상이 아니라 미‧북 양자 협상 구도가 됐다는 점이다. 담판에 의한 신속하고 분명한 해결 가능성이 열렸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반대로 격하게 맞부딪칠 위험성도 크다. 힘에서는 미국이 압도적 우위에 있지만 시간에 있어서는 북한이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다. 예측이 어렵다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를 둘러싼, 혹은 우리가 직면한 상황은 엄중하다. 전략적 역량을 고도화해서 이 위기의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면서 국민을 안심시켜줘야 할 책임은 정부와 정치권에 있다. 그러니까 국가운영을 책임진 사람들 모두가 국가‧국민‧국체‧정체‧가치‧제도 수호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방법론에서는 차이가 있을지라도(당연히 있어야 하겠지만), 사명감‧희생정신은 한결같아야 한다.

    [2] 비대위로 보수정당 살리려면

    무대 위엔 오직 한 사람만 두드러져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다. 미‧북 핵협상 구조 속에서 특별한 역할을 맡은 것 같지는 않은데 누구보다 바빠 보인다. 정부와 정치권 안에서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나름의 대안들이 제시될 법도 한데 문 대통령의 목소리만 있을 뿐이다. 정부 여당은 또 그렇다 하더라도 야당들이 입을 다물다시피 하고 있는 것은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정권 측과 이념이나 정책에서 교집합 부분이 넓은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특별히 다른 목소리를 낼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해도 된다. 그런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왜 대응에 소극적인가. 그간 두 정당이 표방해온 외교안보정책 원칙에 따르면 지금은 한국 안보의 위기상황이다. 한미연합훈련뿐만 아니라 우리군 단독 훈련도 중단된다. 훈련을 않는 군대도 군대인가. 그런 군대를 유지할 이유와 명분은 무엇인가. 당내 계파싸움에 몰두하느라 이런 국가적 난국을 외면하는 정당들을 국민은 그래도 믿고 기대해야 하는가.

    두 정당 공히 6‧13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참패의 후폭풍에 휩쓸렸기 때문일 것이다. 책임 소재 규명과 당 쇄신 방안 마련 및 새 지도부 구성 문제 등을 싸고 당이 사분오열 허둥지둥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경우가 심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그나마 낫다. 이 당은 소 잃고 나서 서로 화풀이 한다고 외양간을 아예 뜯어내버릴 기세다. 그러면 소는 어디서 누가 키운다는 것인가?

    정권이 와해되고 전직 두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친박‧비박 혹은 친박‧친이로 갈라져 험하게 다투고 있다. 초선의원모임,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 등 당내 단체들이 결성되는 등 단합보다는 분열 쪽으로 분위기가 쏠린다. “너 나가!”라는 소리는 들리는데 “나 나간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중앙당 해체, 당명 변경 등 충격적인 당 혁신안을 제시했다가 소속 의원들로부터 ‘퇴진’압박을 받는 등 내홍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자유한국당은 24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준비위원회라는 것을 출범시켰다. 3선의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위원장으로 임명한 모양인데, 전에 없던 시도다. 비대위라는 것은 위기 돌파를 위한 한시적 기구다. 그런데 그걸 구성하기 위한 또 다른 한시기구를 만들었다고 한다. 정당이라는데서는 이렇게도 하는가보다.

    아마 인선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좀 시간을 갖고 인선을 전담할 기구를 만들자고 해서 준비위원회라는 것을 구성한 것 같은데 이것이 자유한국당이 직면한 현실이다. 아직 누가 맡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겠지만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겨야 당의 면모를 일신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마땅히 떠오르는 인사도 있을 것 같지 않다.

    어렵사리 비대위가 구성된다해도 그건 고난의 시작에 불과하다. 거기서 요술방망이라도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면 이보다 더한 착각도 없다. 분위기를 일신하면서 특별한 권한을 부여받은 기구가 대대적 쇄신 작업을 하게 한다는 게 비대위 구성의 의의일 것인데, 아무도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3] 외과수술 위주 쇄신 탈피해야

    성공사례가 있기는 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1~12년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 2016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 겸 선대위원장 체제다. 당시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선관위 디도스 공격 의혹, 불법선거자금 의혹 등으로 당 지도부가 와해되고 말았다(그때나 이번에나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패색이 짙었던 당을 거뜬히 일으켜 세웠다. 2012년 4월 11일 치러진 제19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집권당은 과반을 넘긴 152석을 확보하며 기염을 토했다. 그럴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그는 당의 실세였고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치인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강력한 당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 위원장의 경우 문재인 당시 당 대표에 의해 영입된 인사였다. 극심한 계파갈등과 소속 의원의 대거이탈이라는 홍역을 치르긴 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으로 문 대표의 당내 위상과 파워는 강화됐다. 그 문 대표가 김 위원장을 영입하고 적극 뒷받침한 것이 민주당 비대위 체제의 성공 요인이었던 것이다.

    이번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감으로 김종인 전 의원을 거명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던데 이런 코미디가 따로 없다. 그의 역량을 못 믿어서가 아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념에서나 정강정책에서나 가치기준에 있어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정당이다. 비대위원장을 외과의사로 인식한다는 뜻이겠는데, 이런 성격의 비대위로서는 소기의 목적을 절대로 달성할 수 없다.

    그 외에 언론에서 거명되는 인사들도 개인적으로는 충분한 능력과 경륜을 갖췄겠지만 자유한국당을 명실상부한 보수의 중심세력으로 환골탈태시키라는 당의 기대와 주문에 부응하기는 지난하다. 당의 구심점으로서 확고한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배경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비대위가 되려면 인적 청산, 조직 개편 위주의 외과수술식 쇄신 작업에서 탈피해야 한다. 먼저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당의 이념, 가치, 정책 등을 명확히 재정리하는 게 급선무다. 보수정당이라면서도 보수의 의미가 무엇인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어떤 정신자세를 갖추고자 하는지, 국민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분명한 언어로 말하지 못하면 쇄신 그 자체가 당권투쟁의 한 양상으로 인식되거나 아니면 일시적으로 효과를 내는 응급처방에 그치고 만다.

    비대위 구성 이전에 자유한국당 사람들이 실천해야 할 일이 있다. 일단은 보수 혹은 우파의 큰 지붕 아래 함께 모이는 것이다. 정치는 선악의 투쟁과정이 아니다. 절대선도 없지만 절대악도 없다. 일단은 단합해서 세력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이 경구는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다들 알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걸 실천할 수 있어야 보수정당의 부활은 가능하다.

    서로 용납 못하겠다고 싸우고 갈라서고 하다가 21대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도 확보 못하게 될 때 어떤 상황이 초래될지는 굳이 설명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정권 측에서는 사회주의적 편향성이 뚜렷한 새로운 헌법을 만들자고 할 것이다. 그럴 지경이 되면 누가 무슨 수로 이를 막을 것인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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