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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하늘 물들인 JP, 3김중 가장 성공한 삶인 이유


입력 2018.06.24 07:04 수정 2018.06.24 08:09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대통령하면 뭐하나 다 거품같은것 소신대로 사는게 성공"

은유와 비유 속에 촌철살인 뜻을 담고 가족장으로 조용히 떠나다

일반조문객들이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일반조문객들이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역사의 한시대가 저물고 있다. 영광과 오욕으로 얼룩진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온 몸으로 체현한 시대의 풍운아 김종필 전 총리.

'쿠데타 원조'냐, '혁명의 영웅'이냐에서 부터 극과 극의 평가를 받으며 영욕과 부침을 거듭해왔던 김종필 전 총리.

그가 향년 92세로 별세함으로써 김대중·김영삼·김종필 트로이카가 이끌어왔던 '3김(金) 시대'가 종언을 고한 것이다. 2009년 DJ, 2015년 YS 서거에 이어 김 전 총리까지 영면에 들면서 3김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모든 인물의 평가에는 지공무사(至公無私)한 '포폄(褒貶)의 원칙'이 필요하다. 이념의 틀에 갇힌 편협한 평가가 아니라 대공지정(大公至正)의 자세로 공(功)과 과(過)를 균형되게 평가하라는 것이다.

''군사 쿠데타로 독재 정권에 부역했고, '충청권의 맹주'로 지역갈등을 조장했으며, 변신의 귀재이며, 권력형 부정부패의 원조다.''

그에 대한 부정적 평가다. 

“배가 고픈데 무슨 민주주의가 있고 자유가 있는가? 5·16 혁명을 통해 조국 근대화의 기틀을 닦았고, 경륜과 뚝심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그에 대한 긍정적 평가다.

필자는 위의 두 평가를 모두 지공무사한 포폄(褒貶)으로 본다. 다만 필자는 그의 역사적 공과를 다소 후하게 평가하여 '공칠과삼(功七過三)'으로 평가한다.

"역사는 기승전결로 이루어진다. 5·16은 역사 발전의 토양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역사를 일으킨 사람이며,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그 계승자이고, 김영삼 대통령의 변화와 개혁은 그 전환에 해당된다."(1993.5.16. 5·16 민족상 시상식)

그의 말처럼 역사는 끄집어 낼 수도, 자빠트릴 수도, 다시 세울 수도 없는 것이며, 모든 역사는 '시대 상황'에 비추어 '연속적으로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관사정(蓋棺事定)'

또한 두보(杜甫)의 '군불견(君不見)'이라는 싯구에서 보는 것처럼 모든 역사적 인물의 평가는 관뚜껑을 닫고서야 비로소 정당한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사 정계에서 활동 당시 그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 하더라도 은퇴 후에 그가 나라의 대소사에 국가의 원로로서 방향을 제시해주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은 당연히 평가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호랑이로 알면 된다. 아무리 맹수라도 잘해주면 내 고마움을 알 걸로 생각하지만, 호랑이는 그런 것을 하나도 느끼지 못한다. 정치를 잘 하면 열매는 국민이 대신 따먹으니 정치는 허업(虛業)이다.”

그가 고 박영옥 여사의 빈소를 찾은 정치인들에게 불가(佛家)의 법문(法問)처럼 설파한 정치철학이다.

평생 대통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2인자로 ‘1인자’를 꿈꿔왔지만 아내의 주검 앞에서 결국 모든 것이 허업(虛業)이었음을 깨닫고 후배 정치인들에도 설파한 고 김종필 전 총리,

"자의반 타의반" 등 수많은 은유와 비유로 감칠맛 나는 표현들을 적절히 구사했지만 마지막 유언으로 '정치는 허업(虛業)'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간 고 김종필 전 총리,

필자는 평생 경험에서 우러난 그의 정치철학에 깊은 반향과 울림을 느낀다.

“내가 우스갯소리를 좀 할까. 인간이 어떻게 하면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느냐. 미운사람 죽는 걸 확인하고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있다가 편안히 숨 거두는 사람이 승자야. 대통령 하면 뭐하나. 다 거품 같은 거지. 천생 소신대로 살고, 자기 기준에서 못했다고 보이는 사람 죽는 거 확인하고, 거기서 또 자기 살 길을 세워서 그렇게 편안하게 살다 가는 게….”

평생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싶다”던 대권(大權)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영원한 2인자'로 쓸쓸히 퇴장했던 고 김종필 전 총리, 특유의 정치력으로 역대 거의 모든 정권의 탄생에 '1등공신'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대통령 빼고 다 해 본' 비운의 정치인 고 김종필 전 총리,

그의 '우스갯소리'에 일정 부분 공감하는 필자는 그가 어느 면에서는 3김 중 가장 성공한 삶을 살다 간 '승자'로 평가한다.

"나는 국립묘지나 그런데 가지 않고 고향의 가족묘원에 먼저 간 아내와 같이 묻히겠다."

고인의 영면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빈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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