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차라리 당 해산하는 전당대회를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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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9월 19일 11:13:15
    한국당, 차라리 당 해산하는 전당대회를 열어라
    <칼럼>느닷없는 무릎꿇기부터 해묵은 계파 물어뜯기까지
    배의 인양 불가능하면 옥석 가리도록 기회 드리는게 공당.
    기사본문
    등록 : 2018-06-23 07:18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위해 발언석으로 이동하며 귿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방선거의 기록적 참패 이후,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신속하지만 뜬금없이 ‘잘못했다’며 무릎을 꿇었다. 하는 사람도 무엇을 잘못해 무릎을 꿇어야 하는지 몰랐겠지만, 보는 사람은 “왜?”하는 반응이 많았다. 한국당에서는 “국민이 화가 났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쇼라도 상관없다, 안하는 것 보다 백번 낳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뭐를 잘못했는데?”라고 질문하는데, 속 시원히 반성문을 제시하는 ‘책임있는 사람’은 없었다.

    홍준표 대표의 권한을 이어받은 김성태 대표권한대행은 진단도 없이 극단적인 처방을 발표하고 밀어붙였다. 진심어린 반성과 문제의 본질을 알려는 노력도 건너뛴 채, 바로 미리 준비했다는 듯이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최소한의 당내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이유도 제시치 못한 채, 이념과 정책면에서 ‘지나친 좌클릭’으로 내부 비판을 자초했다.

    역시, 긴가민가하던 국민은 일주일도 안돼서 그들의 반성이 ‘그냥 쇼’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그렇지. 제 버릇 개주나?”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잠시 반성모드이던 사람들이 금방 표변하며 ‘남탓’만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목숨 건 투쟁’의 방식이다. ‘세력화가 필요하다’, ‘적으로 본다’, ‘목을 친다’같은 조선시대 사화[士禍]에서나 등장할 법한 용어들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여과없이 언론에 실렸다.

    한국당의 최다선이자 최고령 의원인 서청원 의원이 당 실패에 책임을 지겠다며 스스로 당을 떠난 바로 다음날 일이다. 노정객은 후배들에게 ‘비극적 도돌이표’인 ‘계파분쟁’을 중지하고, 미래를 얘기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남은 후배들은 당 최고어른의 이런 결단과 충언에도 ‘싸움박질’에만 여념이 없다. 이런 정도로 한국당의 계파갈등은 뿌리가 깊고 치료가 힘들어 보인다. 보통 “보수는 부패에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보수는 부패뿐 아니라 분열로 망했다. 부패는 기본이고 분열이라는 신종병이 첨가된 것이다. 그동안 보수는 ‘부패’를 ‘유능(有能)’으로 상쇄해 왔다. 그러나, 분열은 유능을 방해한다. 결국 서로 물고 물리며 공도동망(共倒同亡)한다. 지난 10년 보수쇄락의 역사고, 지금 딱한 처지의 원인이다.

    사람들은 ‘친박’, ‘비박’간의 갈등이라 한다. 그러나, 연원을 따지자면 2007년 대선 전 ‘친이’, ‘친박’간의 갈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당의 지리멸렬 중에 야당은 유력한 두 세력이 대권을 두고 경쟁했다. ‘친 이명박’, ‘친 박근혜’ 계파가 그들이었다. 중립은 도태되고 말살됐다. 한쪽은 ‘부자되세요’로 대표되는 장밋빛 청사진으로 노골적으로 매표를 했다. 다른 쪽은 ‘100% 대한민국’이라며 전체적인 사고를 숨기지 않았다. 한쪽은 ‘상업주의’였고, 한쪽은 ‘권위주의’였다. 둘 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와는 거기가 먼 생각들이다.

    보통 정치적 갈등에서 보스의 갈등은 수하에게 전이된다. 그러나 이들 간의 갈등양상은 과거와 좀 달랐다. 과거에는 최소한 ‘이념적 차이’를 부각시켰는데, 그러나 이들의 갈등은 철저히 이권에 근거한 것이었다. 먹잇감을 독식하려는 처절한 권력투쟁이었다. 정권이 바뀌자 같은 진영인데도 불구하고 ‘부역자’라며 전 정권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처냈다. 그 ‘부역자’라는 용어는 문재인정권이 들어서자 수백배의 힘으로 두 계파 모두에게 퍼부어졌다.

    그들의 편협함은 ‘유능함’을 희생시켰고 결국 최소한의 국정운영능력까지 무력화시켰다. 과거의 능력있는 인재들은 줄을 서지 않으니 양 계파 모두에게 배척당했다. 양측에서 ‘부역자’로 몰려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야 말로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내부 불만은 정권을 넘겨줄 정도의 불화로 이어졌다.

    탄핵의 원인이 됐던 ‘친박’, ‘비박’간의 갈등은 지난해 대선에 즈음해 대규모 탈당사태로 이어진다. ‘비박’의원들이 박근혜의 그늘로는 대선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당을 버리고 정당세탁을 기도한다. 정치적으로 순진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웠다. 결국 반전총장은 험난한 정치를 견디지 못하고 중도하차하자 탈당파들은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그 후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한국당으로 들어와 당권을 잡았다.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에서 ‘친박청산’은 전가의 보도였던 것이다.

    비박은 3선이 주류다. 이명박 정권에서 공천받고 배지를 단 사람들이다. 재선의원은 이명박 정권때 공천을 받았으나, 당시 당권과 공천권은 친박이 잡고 있었기에 친박이 대부분이다. 초선의원은 박근혜정권이 정권을 잃을 정도로 당·청간 갈등을 무릅쓰고 공천한 대상들이다. 친박·비박간의 갈등은 ‘친이’, ‘친박’에서 유래하는 이유다.

    대선패배가 ‘박근혜리스크’였다면, 이번 지방선거 패배는 ‘홍준표리스크'였다. ‘친이’ 출신이고 탈당파를 우군으로 삼아 권력을 잡은 홍준표 대표도 국민의 심판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국민들, 특히 보수유권자들은 친이, 친박 모두에게 보수진영 무력화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즉 누구도 무죄일 수 없고, 누군가를 정죄할 정당성이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당은 남탓만 하는 붕당정치에서 벋어나질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새로운 지도부는 당을 해체한다고 한다. 해체라고는 하지만 정적에 대한 숙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내부갈등만 증폭되고 ‘비극적 도돌이표’는 반복될 것이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초빙하겠다고 한다. 외부인사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도 인명진 비대위원장처럼 이용만 당하고 추한 모습으로 물러나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의사가 누가 되든 문제점에 대한 공감과 구성원 개개인의 내재화가 결여된 외과수술은 파괴적일 수 밖에 없다.

    “환자의 몸은 전쟁터다. 전쟁에서 진 의사는 물러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전쟁터는 폐허가 된다.”

    의학드라마 ‘하얀거탑’에 나오는 대사다. 못된 의사는 환자의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도 아랑곳 하지 않고 병과 싸운다. 병든 것도 환자고, 병을 이기는 것도 환자다. 환자의 동의도 없이 병과 전투를 치를 수는 없다. 언제나 패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몸의 일부를 희생해야 낫는다는 처방이면 더욱 그렇다. 병에 대해 환자가 충분히 인지하고 스스로 결단을 통해 치료를 결정해야 병을 이길 수 있다. 어떤 일방주의도 또 다른 논란만 야기할 뿐이다.

    그럴 바에야 말로만의 ‘당 해체’가 아니라, ‘당 해산’을 결정하는 전당대회를 여는 것이 더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일 것이다. 더 이상 기대와 실망을 주기 보다는 깨끗이 청산을 하고, 국회의원 개개인의 ‘각자도생(各自圖生)’ 기회를 열어 줄 때다. 배의 인양이 불가능하다면, 통째로 침몰시키기보다 국민들에게 옥석을 가릴 수 있도록 기회를 드리는 것이 공당의 마지막 책무라 할 것이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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