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포스코 회장 선출에 왜 그들이 군침을 흘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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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9월 20일 06:30:19
    [기자의 눈]포스코 회장 선출에 왜 그들이 군침을 흘릴까
    문재인 정부 민간기업 인사 개입 없다더니 여당 통해 승계 카운슬 중단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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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6-21 14:16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오른쪽), 정휘 바름정의경제정의연구소 대표(가운데),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이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포스코 CEO 승계 카운슬에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민간기업 인사 개입 없다더니 여당 통해 승계 카운슬 중단 압력

    라면을 끓이다 보면 꼭 본인은 먹을 생각이 없다고 해놓고 이런저런 간섭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물을 많이 넣어라 적게 넣어라, 면을 먼저 넣어라 수프를 먼저 넣어라, 계란을 풀어서 넣어라 통으로 넣어라 등등.

    그런 녀석들은 반드시 라면이 다 끓고 나면 탐욕으로 가득찬 눈을 한 채 젓가락을 집어 들고 달려들게 마련이다. 참 얄밉다.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승계 카운슬이 마지막 회의를 열던 20일. 정치권이 온통 시끌벅적했다.

    “부실 경영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외이사들이 포스코 혁신을 짊어져야 할 CEO를 선출하려고 한다”면서 CEO 승계 카운슬의 잠정 중단을 요구하는 여당 의원이 있는가 하면 “외부 인사는 회장이 돼도 업무 파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포스코 출신 후보가 차기 회장으로 선출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야당 의원도 있었다.

    또 다른 야당 의원은 “이른바 ‘포피아’가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으니 우리 마음대로 회장을 뽑으면 된다’고 오판한 채 포스코 사유화를 지속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면서 승계 카운슬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외부 인사를 뽑아야 한다는 쪽과 ‘업무 연속성’을 명분으로 내부 인사를 지지하는 쪽으로 나뉘는 모양새다.

    공기업 인사를 두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당연한 일이거니 하겠다. 하지만 포스코는 엄연히 민간기업이다.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민간기업의 CEO 인사를 두고 여당과 야당이 패를 나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꼴이다. 이대로 가다간 CEO 승계 카운슬에서 최종 후보자를 내놓으면 청문회를 하자고 달려들 판이다.

    심지어 여권에서는 국민연금이 포스코 지분 10.79%를 보유했다는 점을 들어 국민연금을 통해 포스코 경영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런 식이라면 국내 거의 모든 대기업이 국민연금을 통해 정부나 정치권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정치권, 특히 여당의 행태는 다 끓인 라면에 젓가락을 들고 뛰어들던 그 때 그 친구의 식탐으로 가득찬 눈빛을 연상케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간기업의 인사에 일체 개입하지 않기로 해놓고 여당을 통해 압력을 넣는 것도 라면 먹을 생각이 없다던 말을 뒤바꾼 그 때 그 녀석의 얄미운 짓과 오버랩된다.

    ▲ 박영국 데일리안 산업부 차장대우.
    대체 포스코 회장 자리가 어떤 냄새를 풍기기에 저들이 그토록 군침을 흘리는지 의문이다. 포스코나 KT와 같은, 과거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 된 기업들은 예로부터 정치자금이나 특정 정권의 비자금 창구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정부의 ‘적폐청산’ 구호가 무색하게 악습을 관례로 여기는 풍토가 남아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일각에서는 CEO 승계카운슬이 후보군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등 ‘깜깜이’ 인선 작업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자 입장에서도 정보 공유가 안되니 답답하다.

    하지만 이날 정치권의 행태를 보니 각 과정별로 후보들의 이름이 공개됐다면 더 큰 난리가 났겠다는 생각도 든다. CEO 승계카운슬 전체를 뒤흔드는 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개별 후보에게 압력을 행사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CEO 승계카운슬은 차기 회장 선정 기준으로 ‘글로벌 경영역량, 혁신역량, 핵심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 및 추진역량’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외부의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이 기준만을 잣대로 삼아야 할 것이다. 라면은 옆에서 누가 뭐라건 무시하고 제조사가 봉지에 적어 놓은 ‘조리예’대로 끓이는 게 가장 맛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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