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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한국 축구와 이주열


입력 2018.06.20 10:24 수정 2018.07.03 08:31        이미경 기자

변동성 커진 대내외환경속 한은 통화정책방향성도 안갯속

이주열, 시장급변속 관망보다는 적극적인 통화정책 펼쳐야

금융시장의 바로미터가 되어야할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성도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속에서 안갯속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금융시장의 바로미터가 되어야할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성도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속에서 안갯속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초청한 은행장들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한 은행장의 '미워도 다시한번'이라는 건배사가 회자됐다.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한국 국가대표팀의 첫 경기를 앞두고 진행됐던 간담회였던만큼 은행장은 만찬에 앞서 "(한국축구에) 기대를 걸었지만 번번히 실망만 했다"며 이번에 다시 기대를 걸어본다는 의미에서 '미워도 다시한번'이라는 건배사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배사를 제안한 은행장의 바램(?)과는 다르게 유효슈팅 제로라는 기록을 남긴 채 스웨덴에 패배하고 말았다.

평가전에서 이해할 수 없는 즉흥적 전략으로 '트릭 감독'이라는 비아냥을 샀던 신태용 감독은 "이길 자신있다"는 장담과 다르게 안일한 준비로 스웨덴을 공략할 방법을 전혀 찾지 못했다.

금융시장의 바로미터가 되어야할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성도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속에서 너무나도 한가한 행보를 보이면서 한국 축구의 현주소와 오버랩되고 있다.

현 통화정책에서 진전된 카드를 내밀기 조차 버거워보이는 한은의 행보를 놓고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여러 추측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하반기에 한번 인상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하반기 금융시장이 어떻게 급변할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금리인상 시기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7인의 금통위원들 사이에서도 금융시장에 대한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현재 글로벌 시장 대응 차원에서 통화정책방향을 조정해야한다는 견해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엇갈리며 기준금리의 방향성이라는 큰 줄기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

이는 한은 금통위 내에서도 향후 금리정책에 대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 지표에만 기댄 이 총재의 낙관적인 판단이 향후에 더 큰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오찬 기자간담회를 주재한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한미간 금리격차와 미중간 무역전쟁 우려 등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국내 자본시장에서의 대규모 자본유출 가능성이 낮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수시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유의깊게 살피겠다고 했다. 하지만 위기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앞으로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윤곽은 여전히 희미하다. 한은이 공격수일지 수비수일지에 대한 방향성 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금융시장의 방향성을 정해줘야하는 한은의 행보 자체가 연일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신흥국 금융불안, 글로벌 무역갈등, 환율변동성 등 굵직한 변수들이 연일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지만 한은이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주도 면밀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처럼 통화정책 운용 난이도는 높아진 상황에서 한은의 역할론을 놓고 이 총재도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총재는 최근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속에서 통화정책 운용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급변하는 국제상황과 더불어 국내 상황도 최악의 고용상황, 가계부채, 내수 불안 등의 경제 상황으로 한은의 통화정책은 더욱 갈림길에 서있다.

최근 시장상황은 생각보다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정책금리를 연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한데 이어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고, 신흥국발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가운데 원화가치 급락과 외국인의 자본이탈 등 국내 금융시장은 연일 요동치며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만큼 고려해야할 변수들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만났던 한 금융권 인사는 최근 경제상황만 놓고보면 금리동결이 아닌 금리인하를 해야할정도로 불확실한 상황의 연속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금리인하 결정이 시장의 공감을 얻기 힘들고 금리인상을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동결기조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점차 수비수 역할만 자초하다 중앙은행의 역할 무용성마저 거론될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녹록치 않은 시장 상황에서도 한은이 금융시장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운전대를 내려놓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한은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될 필요가 있다. 시장상황만 살피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명심해야한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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