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연합훈련 중단 다음 구상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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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11월 13일 11:26:04
    문 대통령, 연합훈련 중단 다음 구상은 뭔가요?
    <칼럼>미북 오찬 메인메뉴는 문정인 언급한 훈련 중단
    미국과 대등한 관계라는 착각 강액부동은 안제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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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6-18 05:36
    이진곤 언론인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북미정상회담에서 공동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연합뉴스

    [1] 저비용 안보 더 누리긴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통치자 김정은 사이의 6‧12 싱가포르 회담이 예상치 못했던 상황을 초래했다. 단호한 자세로 북한의 핵 포기 다짐을 받아내려 할 것으로 기대됐던 트럼프는 부모 잃어 의지가지없는 조카를 만난 듯, 다정한 표정으로 다독이면서 아낌없이 추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긴장한 표정을 한 채 회담장에 나설 것으로 지레짐작 됐던 김정은은 의연하게 회담에 임해서 가외의 소득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자론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했던 좌파들은 트럼프-김정은 사이에 발을 들여놓을 여지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당황했을 듯하다. 문 대통령은 시간을 비워두고, 또 싱가포르 현지에 숙소 및 행사장까지 준비하면서 기다렸던 모양이지만 트럼프의 초청장은 오지 않았다. 우파 또한 트럼프-김정은의 너무 케미 맞아하는 모습에 뜨악해질 수밖에 없었다.

    더 황당한 것은 두 사람의 성찬에 오른 메인 요리가 ‘한미연합훈련 중단’이었다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사전에 귀띔을 받은 것 같지는 않다. 하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이미 여러 차례 제기했던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 정부의 희망을 트럼프가 미‧북회담에서 반영한 것”이라고 할 것인가? 어쨌든 원하던 대로 됐으니 문 대통령이나 문 특보나 다음 과제를 구상하고 있을 법하다. 그게 뭔가요?

    트럼프는 약속했고, 한미 군 당국은 이미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이 비핵화 다짐을 제대로 이행한다는 전제를 두었다지만 전면전을 상정한 연합훈련은 이제 없어졌다고 보는 게 맞다. 트럼프의 말마따나 돈 드는 일을 왜 미국이 하려고 하겠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친 장삿속을 드러냈다며 섭섭해 하는 목소리가 주로 우파 쪽에서 나오고 있지만 우리가 그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니다.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미국과 주한미군을 대해왔는지를 생각하면 일언반사(一言半辭)인들 할 말이 있을 리 없다. 그건 좌파의 목소리였으니 우리 책임은 아니라고 할 것인가? 그래봐야 미국인들에겐 같은 한국인이다.

    트럼프의 장삿속이라고 해도 따지고 보면 당연한 요구다. 우리가 너무나 저비용에 익숙해진 게 문제이지 미국의 요구에 잘못된 것은 없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이익까지 대변하면서 강력한 대미 저항태세를 과시하고 있는 동안에는 대한민국의 국방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같은 한반도 안보 구도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 계산은 달라진다.

    [2] 심부름꾼‧돈 자루 역할 불가피

    어쨌든 정리하면 이렇다.

    ①트럼프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미국의 이익을 대표한다. 한국 사람들은 늘 엉뚱한 꿈을 꿔왔던 것임을 확인하게 됐다. ‘혈맹’을 만사형통의 주문처럼 외었지만 그 관계를 한사코 허물려고 한 세력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었다. 특수관계를 내세우고 있으나 세계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에겐 세계 모든 나라가 특수관계국이다.

    ②미국의 이익을 위해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된다는 억지 논리가 비로소 깨뜨려지게 됐다. 한반도에서 북한의 도발에 의한 전쟁 발발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아지면 연합훈련이 왜 필요하겠는가. 미국은 한국의 부모국가가 아니다. 우리에게 빚진 바도 없다. 오히려 해방을 시켜줬고, 6‧25에서 지켜준 베풂만 있었을 뿐이다.

    ③미국의 이익이라는 측면에서는 남북한을 특별히 달리 대해야 할 까닭이 없다. 수만 명의 자국 젊은이를 이 땅에 바치고, 자국민들의 세금으로 막대한 지원을 해 왔는데도 적개심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한국, 입으로는 더할 수 없는 욕설과 악담을 퍼붓지만 그렇다고 인적 물적 지원을 요구하지도 않은 북한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진절머리가 날까?

    ④트럼프-김정은 회담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은 언제나 ‘북‧미회담’으로 표현했다. 미국이 바보여서 그걸 깨닫지 못했을까?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미국 세력권에 편입된다면 마다할 까닭이 없고, 한국이 계속 어깃장을 놓는다면 굳이 붙잡을 이유도 없다. 선택권은 우리에게 있는 게 아니라 미국에 있는 것이다.

    ⑤한국이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장할수록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에 따른 부대비용의 규모는 커지게 마련이고 그것은 거의 대부분 한국의 몫이 된다. 김정은이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해도 그 대상은 문 대통령이 아니라 트럼프다.

    ⑥트럼프가 특검수사, 11월 중간선거, 나아가 2년 후의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대북협상과 관련해서 다대한 실적을 올리고 싶어 할 수는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스프트라이트 받기를 좋아하는, ‘주인공 신드롬’ 같은 성격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최종적 결정을 내리는 힘은 미국의 가치, 미국의 전통, 미국의 책무, 미국인의 사명감, 즉 미국의 정체성에서 나온다.

    ⑦한국은 문재인 정부의 등장과 함께 키다리아저씨를 잃어버릴 상황을 맞았다. 대신 양키를 상대해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랜 구도를 바꾸기가 어렵긴 하다. 그러나 바뀌면 적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국제관계다.

    ⑧한국인들의 가장 큰 착각은 우리와 미국이 대등한 관계라는 인식이다. 그게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다. 앞으로 미국이 우리에 대해서도 대국 행세를 톡톡히 하는 것을 피부로 절감해야 할지도 모른다. 강대국은 원하는 것을 달래서 얻어낼 수도 있지만 을러대서 받아낼 수도 있다. 강약부동(强弱不同)은 언제나 진리다.

    ⑨김정은이 다시 장난을 치면 모르거니와 그렇지 않는 한 미‧북 관계는 악화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 중국을 양쪽에 두고 이른바 균형외교라는 것을 추진할 수도 있다. 한국의 좌표설정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⑩핵 포기가 가시화되고 경제적 지원이 공개적으로 진척되면 김정은의 내부적 통제력은 약화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면 또 모르겠으나 김정은이 건재한 한 한국은 언제나 지렛대‧징검돌 노릇이나 해야 한다. 심부름꾼 및 돈 자루 역할도 거부하기 어렵다. 가장 괴롭힘을 당하는 쪽은 아마 종북세력일 것이다.

    ⑪만약 한국이 미국과 맞서는 상황이 된다면,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현 경제정책이 계속된다면 국가와 국민의 빈곤화는 불가피해 보인다(사상투쟁을 필요로 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것도 정략일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조건에서는 일단 기울어지면 회복불능이다.

    [3] 비용을 대라는 게 왜 이상한가

    고대 아테네는 민주정의 본향이다. 특히 페리클레스가 집권했던 30년간이 민주정의 황금기였다. 그런데 그 시절 아테네는 대외적으로, 우리사회의 진보좌파들이 미국을 공격할 때 늘 들이대는 그 ‘제국(帝國)’이었다. 아테네, 스파르타, 코린트 등 그리스 연합군이 페르시아 크세르크세스의 잔존세력과 전쟁 중 그쪽 편에 섰던 폴리스들을 격퇴한 것이 플라타이아 전투였다. 승전 이듬해인 BC478년 아테네는 에게해의 연안 및 섬들의 폴리스들과 공동방위 목적의 델로스동맹을 조직했다.

    아테네는 막강한 해군력을 자랑하는 강국이었다. 대부분의 동맹국들에게 함선과 수병을 거의 전적으로 지원했다. 독립적인 군사력을 가질 수 없었던 작은 폴리스들이 그 비용을 물었다. BC454년에 동맹의 금고를 델로스에서 아테네로 옮겼다. 페리클레스가 집권한지 7년째 되는 해였다. 페리클레스는 권력을 잡자 페르시아의 침공으로 폐허가 된 아테네를 재건하기 시작했다. 그가 도시 재건 사업에 돈을 너무 많이 쓴다는 반발이 일었다. 그는 의회에서 말했다.

    “내가 돈을 너무 쓴다고 생각하신다면, 이제 내 용돈을 털겠소. 하지만 그럴 경우 기념물들에는 오로지 내 이름만을 새겨 넣겠소.”

    이 말로 그는 원하는 만큼 돈을 써도 좋다는 허가를 의회로부터 받아냈다. 반대세력은 다시 동맹국들의 공납금(貢納金)을 마구 쓴다고 비난했다.

    “동맹군들이라고? 아테네는 그들에게 한 푼도 빚진 것이 없소. 그들은 배 한 척, 말 한 마리, 병사 한명 제공하지 않은 채 오로지 돈 몇 푼 내고 야만인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잖소. 그 돈은 자기들이 받고 있는 서비스의 대가로 우리에게 준 것이니 그들의 돈이 아니라 우리 것 아니오? 게다가 아테네는 군사적으로 충분히 무장을 했으니 이제는 영원토록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일에 자원을 써야 하오.”(드니 랭동, 소크라테스와 아테네)

    오버랩 되는 인물이 있다면 바로 트럼프다. 무엇보다 화법이 유사하다. 그렇지만 미국은 지금까지 그처럼 야박하게 우리를 대한 적이 없다. 적어도 우리에 대해서는 선량한 후견국의 역할을 다했다. 반면에 우리 측에서는 수도 없이 많은 반미행동들로 그들을 공격해왔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황당한 힘자랑을 계속할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 세계유수의 경제강국 국가원수일 때에만 김정은에게 대접받을 수 있다. 북한에 경도된 이른바 친북‧종북 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통령이 되고자 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북한으로부터도 조소‧경시(輕視)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위대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위상을 스스로 버리는 일이 없으리라 믿는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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