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은행권 채용비리' 6개 은행 38명 기소…전·현직 은행장 등 포함

대검찰청 반부패부, 17일 시중은행 채용비리 중간수사 결과 발표

대검찰청 청사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검찰이 국민·하나·우리·부산·대구·광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와 관련해 은행장 4명을 포함해 총 38명을 재판에 넘겼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17일 전국 6개 시중은행 채용비리에 대해 지난해 11월부터 올 6월까지 수사한 결과 12명을 구속기소 하고, 26명을 불구속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역시 양벌규정에 따라 재판에 넘겨졌다.

은행별로는 성세환(66) 전 부산은행장 등 7명이 불구속 기소되고, 3명이 구속 기소된 부산은행이 기소 대상자가 가장 많았다.

부산지검에 따르면 성 전 은행장은 2012년 11월 진행된 5·6급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부산시 세정담당관 송 모(62)로부터 아들 채용청탁을 받고 시험점수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송씨는 부산은행 전 수석부행장 정모(62)씨로부터 부산시 시금고 재유치와 관련한 편의제공을 청탁받은 뒤 성 은행장에게 아들 채용을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은행도 박인규(64) 전 은행장을 포함해 8명이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에 따르면 박 전 은행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총 7차례에 거쳐 시험점수를 조작하는 방법 등으로 채용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은행장은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 감사에 나서자 이를 피할 목적으로 인사부 직원들을 시켜 컴퓨터를 교체하고 채용비리 관련 서류를 폐기하게 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함께 받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2명이 구속기소 되고 5명이 불구속 기소되는 등 채용비리로 얼룩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함영주(61) 은행장도 불구속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서부지검에 따르면 함 은행장은 2015년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남녀 합격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불합격자 9명을 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를 받는다. 함 은행장은 또 2016년 신입행원 채용에서도 남녀 합격자 비율을 4대 1로 맞추기 위해 불합격자 10명을 합격시킨 혐의도 받는다.

이광구(60) 전 은행장을 포함해 6명이 불구속 기소된 우리은행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북부지검에 따르면 이 전 은행장은 2015년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조카 등 불합격자 5명을 합격시킨 등 혐의다. 이 전 은행장의 공소사실에는 2016년 신입행원 채용과 2017년 대졸 공채 과정에서도 은행간부 등의 자녀를 부정하게 합격시킨 혐의도 포함됐다.

총 5명이 재판에 넘겨진 국민은행은 윤종규 은행장이 기소를 피했다. 대신 이모(59) 전 부행장 등 3명은 2015년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남성합격자 비율을 높일 목적으로 남성 지원자 113명의 서류전형 평가점수를 높이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를 낮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서울남부지검은 당초 윤 은행장도 채용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을 하는 등 강제수사를 벌였지만, 합격자 변경 사실을 보고받거나 강요하는 등의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불기소처분했다.

불합격자 점수를 높이고 합격자 점수를 낮추는 방법으로 채용비리를 저지른 광주은행 양모(54) 전 부행장과 서모(52) 전 부행장 등 4명도 광주지검이 재판에 넘겨졌다. 양 부행장은 신입행원에 지원한 자신의 딸 면접에 직접 참여해 고득점을 부여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수사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서울북부지검 등 6개 검찰청에서 동시다발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또 올 5월에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신한은행 채용비리 수사자료를 넘겨받아 서울동부지검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신한금융그룹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