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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지급 졸라매는 생보업계…고객이 봉(?)


입력 2018.06.18 06:00 수정 2018.06.18 06:08        부광우 기자

올해 1분기 생보 보험금 지출 2조6337억…전년보다 줄어

건수는 2배 늘어…커지는 재무 부담 가입자에 전가 지적도

국내 24개 생보사들이 올해 1~3월 가입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은 총 2조633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6648억원) 대비 1.2%(311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보험금 지급 건수는 43만6539건으로 같은 기간(22만8918건) 대비 90.7%(20만7621건) 증가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24개 생보사들이 올해 1~3월 가입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은 총 2조633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6648억원) 대비 1.2%(311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보험금 지급 건수는 43만6539건으로 같은 기간(22만8918건) 대비 90.7%(20만7621건) 증가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올해 들어 가입자들에 대한 보험금 지출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 사업의 영향으로 예전보다 지급 건수는 크게 늘었음에도 정작 내준 돈의 총액이 쪼그라드는 모습은 고객들에 대한 보상에 인색해진 최근 생보업계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험사의 재무적 부담을 늘리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생보사들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더욱 가속화하는 가운데 애꿎은 고객들이 불똥을 뒤집어쓰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3월 국내 24개 생보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은 총 2조633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6648억원) 대비 1.2%(311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보사별로 보면 같은 기간 KB생명의 보험금 지출이 821억원에서 503억원으로 38.7%(318억원) 급감하며 감소세가 가장 가팔랐다. 이어 DGB생명이 283억원에서 176억원으로, KDB생명이 1283억원에서 808억원으로 각각 37.7%(107억원)와 37.0%(475억원)씩 줄며 감소폭이 큰 편이었다. 동양생명의 보험금도 1155억원에서 779억원으로 32.5%(376억원) 줄며 30% 이상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 같이 보험금 지급 액수 규모는 줄었지만 해당 기간 생보사들의 보험금 지급 건수는 도리어 두 배 가까이 불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받은 보험금 금액은 예전만 못했다는 얘기다.

실제 조사 대상 생보사들의 올해 1분기 보험금 지급 건수는 43만6539건으로 전년 동기(22만8918건) 대비 90.7%(20만7621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보험금 지급 1건당 액수는 1164만원에서 603만원으로 48.1%(561만원) 감소하며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처럼 올해 들어 생보사들의 보험급 지급 건이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 캠페인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이름 그대로 잠자고 있는 보험금을 계약자들에게 찾아주는 정책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18일 금융당국이 숨은 보험금 통합조회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6주 동안에만 만기보험금 6만건, 휴면보험금 13만건, 미청구 사망보험금 4000건 등이 주인을 찾았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 캠페인 실시 이후 소액의 만기 보험금 지급이 다수 이뤄지면서 올해 지급 건수가 눈에 띄게 불어난 측면이 있다"며 "그런데도 오히려 관련 지출 액수가 줄었다면 그 이상으로 보험금 지급 규모가 축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생보사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시행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IFRS17 때문이다. 2021년부터 보험업계에는 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보험사들은 보험금 적립 부담이 커지게 된다. 특히 과거 자산 규모 경쟁 속에서 고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생보사들로서는 고민이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요즘 생보사들이 다방면으로 지출을 줄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요인이다.

문제는 보험업계에 이런 기류가 확산되면서 가입자들에게 내주는 보험금까지 아끼려는 흐름이 짙어질 경우 결국 애먼 고객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금이 적어진다는 것은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기대했던 만큼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라며 "보험사들이 IFRS17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더라도 보험 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신뢰 차원에서 가입자들에 대한 보험금까지 절감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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