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김희애 "촬영 끝나고 운 건 처음, 힘든 만큼 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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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9월 21일 15:05:23
    [D-인터뷰] 김희애 "촬영 끝나고 운 건 처음, 힘든 만큼 성숙"
    영화 '허스토리'서 문정숙 역
    "우아함 대명사? 실제론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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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6-18 08:54
    부수정 기자(sjboo71@dailian.co.kr)
    ▲ 영화 '허스토리'에 출연한 배우 김희애는 "작품이 끝나고 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털어놨다.ⓒ뉴

    영화 '허스토리'서 문정숙 역
    "우아함 대명사? 실제론 반전"


    배우 김희애(50)는 우아함의 대명사다. 유명 광고 문구 '놓치지 않을 거예요'처럼 우아함만큼은 놓치지 않는 그다. 그런 김희애가 당당한 걸크러시(여성이 다른 여성을 선망하거나 동경하는 마음) 캐릭터로 확 변했다.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를 통해서다.

    '허스토리'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는 영화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벌인 수많은 법정투쟁 가운데 유일하게 일부 승소를 받아낸 판결인 '관부 재판'의 실화를 소재로 한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23회에 걸쳐 일본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힘겨운 법정투쟁을 벌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10명의 원고단과 이들의 승소를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관부 재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재판 사상 처음으로 보상 판결을 받아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이룬 재판이지만,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는 일본 정부에 맞서 재판을 이끈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다뤘다.

    김희애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6년간 관부 재판을 이끈 당찬 원고단 단장을 연기했다. 14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김희애는 "처음엔 고민 없이 선택했다"며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감은 오래 가지 않았다. 실화를 소재로 한 탓에 부담감이 밀려왔다. 그는 "할머니들이 용기를 내고 일본 정부에 맞서 싸우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며 "이 얘기를 모르고 살았다는 점에 반성했고, 인간으로서 부끄럽다"고 털어놨다. 민 감독이 칭찬에 인색한 터라 잘하고 있는지도 몰랐단다.

    ▲ 영화 '허스토리'에 출연한 배우 김희애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해졌다"고 고백했다.ⓒ뉴

    김희애가 맡은 문정숙은 부산에서 사업을 하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앞으로 나선다. 사업이 위기에 처하지만 할머니들을 끝까지 책임진 당찬 여성이다. 김희애는 캐릭터를 위해 체중 5kg을 늘리고, 일본어와 부산 사투리를 연습했다. "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어요. 누가 툭 치면 일본어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했어요. 촬영을 작년에 끝냈는데 일본어 대사가 아직도 기억난답니다. 근데 일본어보다 부산 사투리가 더 어려웠어요(웃음)."

    배우는 또 "한 장면, 한 장면에 집중하며 문정숙만 생각했다"며 "최대한 날 내려놓으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김희애는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 선배들과 호흡했다. 영화는 여성들의 연대가 빛나는 작품이다. "선배들이 신인처럼 긴장하고, 설레며 촬영을 준비하는 모습에 자극받았어요. 감동적이었고요. '나 배우구나'라고 거드름 피우는 게 아닌, 순수한 열정으로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저 역시 그런 마음으로 연기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친구로 나온 김선영과 주고받는 장면에선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는 "김선영 씨와 애드리브도 했는데 호흡이 잘 맞았다"며 "김선영 씨는 정말 뛰어난 배우"라고 극찬했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아이 캔 스피크' 얘기도 나왔다. 김희애는 "나문희 선생님 연기를 보고 감동했다"며 "한계에 깨부수며 연기 하시는 모습을 보며 감동했다"고 고백했다.

    연기 생활 중 촬영이 끝나고 운 작품은 '허스토리'가 처음이다. "힘든 작업을 끝내서인지 시원한 느낌도 들었고, 서러운 감정도 들었어요. 확 달려졌다고 할 순 없지만, 배우로서나 인간적으로 한 단계 성숙했어요. 이 영화는 그냥 대충하면 안 되는 영화였답니다. 인간으로서 특별한 경험을 가져다준 작품이었어요. 힘든 만큼 성숙해졌답니다."

    1983년 영화 '스무해 첫째날'로 데뷔한 김희애는 '아들과 딸'(1992), '폭풍의 계절'(1993), '사랑과 결혼'(1995), '완전한 사랑'(2003), '부모님 전상서'(2004), '내 남자의 여자'(2007), '아내의 자격'(2012), '우아한 거짓말'(2014), '밀회'(2014), '미세스 캅'(2015), '사라진 밤'(2018)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 영화 '허스토리'에 출연한 배우 김희애는 "후배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뉴

    특히 여성 캐릭터가 주가 된 작품에 자주 나왔다. 여배우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작품에 많지 않은 요즘에도 김희애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이번 '허스토리'도 그렇다. 김희애는 "'허스토리'에 여성들의 이야기에서 나아가 인간을 다룬 작품"이라며 "연약한 사람들이 참아왔던 아픔과 슬픔을 내뱉는 모습이 인상적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배들이 오랫동안 연기하시는 걸 보면 좋다"며 "후배들을 위해 나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느낀다. 비중 상관없이 작품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라고 했다.

    주로 TV 드라마에 자주 나온 김희애는 '우아한 거짓말'을 기점으로 스크린에도 나오고 있다. "대중들이 편안하게 보는 장르가 있더라고요. 전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이라 쉽지 않아요. 계획대로 안 되죠. 영화에 나올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뻐요. 무엇보다 일할 때 행복해야 합니다."

    '우아함의 대명사'인 김희애의 평상시 삶은 어떨까. 쑥스러운 듯 웃은 그는 "완전 반전 생활"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지나치게 평범한 동네 아줌마죠. 호호. 학부모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기도 하고요. 배우도 인간의 모습을 그려야 하는데 너무 동떨어져 있으면 안 되거든요. 집에서는 저를 배우가 아닌 인간 김희애로 봐줘요. 개인의 삶과 직업인의 삶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죠."

    현재 백수라는 그는 "말도 안 되는 것 못하겠다"며 "나한테 잘 어울리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허스토리'에서 머리를 짧게 잘랐는데 너무 편했어요. 남자 배우들은 할 게 많은데 여자 배우들은 아니죠. 남자 배우들 역할이 남으면 제가 할 수 있답니다. 머리 확 자를 준비는 돼 있거든요. 여장부 스타일로!"[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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