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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폐기 '카자흐스탄 모델' 절대 안 된다


입력 2018.06.12 07:14 수정 2018.06.12 07:25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옛 소연방 국가들은 비자발적 보유 직접 핵 만든 북과 달라

'리비아 모델'에 의한 완전한 북핵 폐기 외에 다른 대안은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데일리안

한반도뿐 아니라 태평천하(太平天下)의 운명을 좌우할 '세기의 이벤트'의 주사위가 던져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세기의 담판’을 위해 마침내 싱가포르에 입성한 것이다.

이제 과연 한반도에 핵이라는 공포의 그림자가 지워지고 평화와 번영의 길이 열릴 것인가? 과연 두 정상은 'CVID(완전한 비핵화)'와 'CVIG(완전한 체제 보장)' 간의 '완전한 빅딜(big deal)'에 이를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두 정상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이 단칼에 북핵 폐기에 대해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을 것인가?

기대난망,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며,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은 70년 냉전질서 속에 난제가 겹겹이 쌓인 해묵은 사안이다. 그 완성까지는 숱한 논란과 장애를 뛰어넘어야 할 국제적 사안이다.

결국 두 정상은 첫 만남에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큰 그림'을 담고 구체적인 방법론과 이행 시간표 등은 후속 회담으로 미룰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는 이번 회담에서 북핵 폐기에 대한 완전한 구체적 합의를 기대하지 않는다. 서로의 진정성을 확인한다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이라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협상 결렬'이나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진정 걱정하는 것은 서로의 필요에 의한 '나쁜 합의'다. 이중에서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모델'이다. 미국의 강경파들이 선호하던 '리비아 모델'이 북한의 강력한 반발로 사실상 폐기되면서 대안으로 '카자흐스탄 모델'이 강력히 떠오르고 있다.

위 모델은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의 핵무기 폐기를 위해 샘 넌·리처드 루가 전 미국 상원의원이 1991년 공동으로 발의한 '넌-루가 법'이 토대다. 당시 카자흐스탄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는 소련의 붕괴로 어느 날 갑자기 자국 영토에 실전 배치된 핵무기를 갖게 된 '비자발적 핵보유국'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위협감축 협력 프로그램'(CTR)'을 통해 핵무기와 화학무기, 운반체계 등을 폐기하기 위해 위 법에 따라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였다. 미국이 위 프로그램에 따라 4년 동안 지원한 총 금액은 16억 달러다. 그 결과 ICBM 537기, 폭격기 128대, 공대지 핵미사일 708개, SLBM 496기, 핵잠수함 27척, 핵실험 터널 194곳을 폐기했다.

아울러 핵 개발에 동원된 옛 소련 과학자 등의 인력을 대상으로 전직(轉職) 훈련과 직장 알선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가진 핵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다른 나라나 테러단체로 유출되는 일을 방지했다.

그렇다면 과연 위 방식은 북핵 폐기에도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모델인가? 필자는 위 방식은 절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잘못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카자흐스탄 등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과 북한의 '핵 보유 경위'가 전혀 다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이 핵을 보유하게 된 것은 구 소련의 해체로 말미암아 어쩔 수 없이 '비자발적'으로 보유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과연 어떠한가? 북한은 6.25 직후부터 집요하게 국제사회를 기만하면서 핵개발을 진행하여 결국 사실상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이런 경우에도 과연 핵폐기 비용을 국제사회가 부담해야 하는가? 보편적 국제규범과 조약에 반하여 불법으로 핵을 보유하고도 이를 폐기하는 대가로 천문학적 금액을 요구하는 북한의 억지는 봉이 김선달도 웃을 일이다.

둘째, '카자흐스탄 모델'을 따를 때 대부분의 비용을 사실상 우리가 떠 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북한 비핵화 대가로 경제적 보상을 할 주체로 한국과 중국, 일본을 지목하면서 비핵화 비용 문제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각종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 비핵화 달성까지 10년을 기준으로 최소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최근 영국 유라이즌 캐피털 연구소와 공동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북한 핵 포기 대가로 향후 10년간 2조달러(약 2100조원)의 비용이 추산된다고 예상했다.

이를 한·미·일·중이 과연 어떻게 공정하게 분배할 것인가? 필자가 보기에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 때처럼 대북 지원 대부분을 우리가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로서는 '핵폭탄'만큼이나 큰 재앙이다. 결국 비용부담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카자흐스탄 모델' 적용은 비용 분담 문제와 관련하여 추후 큰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과연 무엇인가? 바로 '체제보장'이 포함된 '리비아 모델'이다. '선 일괄타결, 후 보상 원칙'이자 그 폐기 비용도 '원인자 부담의 원칙'상 당연히 '북한'이 부담해야 한다.

최근 '리비아 모델'은 미 백악관에서조차 일종의 금기어가 된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북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는 자리에 '리비아 모델' 적용을 주창해온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물론, 이를 지지했던 펜스 부통령마저 없었다.

그러나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만약 북미회담이 정략에 의해 졸속 담판으로 흐른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북한 비핵화 법안들을 잇달아 발의한 것은 중요한 반면교사다. 졸속 합의에 대한 사전 경고임은 물론, 만약 ‘나쁜 합의’가 도출된다면 실행을 저지하겠다는 결의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와 국회의 대응을 보면 참으로 답답하다. 말로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외치지만 실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전혀 알 수가 없다.

오로지 북미회담의 성공을 '하늘에 비는 것'이 말이 되는가? 북핵 폐기는 미국보다 우리에게 더 사활적 이익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안전하고 번영한 북한, 국제사회와 통합된 북한의 변화는 미국보다 같은 동포인 우리에게 더 절실한 문제다.

그럼에도 정부는 북핵 폐기보다 자칫 반미 정서나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종전선언에만 매달리고 있는 모양세다. 모든 일에는 '선후'와 '경중'이 있다. 지금은 오로지 완전한 북핵 폐기에 전념할 때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그 다음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체제보장이 포함된 '리비아 모델'에 의한 완전한 북핵 폐기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아무리 '나쁜 합의'도 '협상 결렬'보다 낫다는 생각으로는 파멸적 재앙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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