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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내빈’ 정권 심판할 사람은 샤이보수 당신이다


입력 2018.06.09 07:59 수정 2018.06.09 08:24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드루킹 사건’'여배우와 불륜설’ 이슈 백약이 무효

역전 가능성은 ‘숨은 표심’뿐 어떤 결정하든 투표 꼭 해야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8일 최종 투표율이 8.77%로 집계됐다.(자료사진)ⓒ데일리안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8일 최종 투표율이 8.77%로 집계됐다.(자료사진)ⓒ데일리안

지방선거 막바지다. 다음 주에는 다양한 층에서 리더들이 선출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국민들은 ‘결제(투표)를 하기 위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언론이 ‘깜깜이 선거’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이미 끝난 선거’라는 시각도 있겠지만, 언론사의 입장에서 선거보도를 해 정치적 구설에 휩쓸리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보신을 위한 보도’를 하는 것이다.

‘이미 끝난 선거’라는 판단에는 ‘과학적 근거’도 있다. 대표가 여론조사다. 모든 여론조사는 여당의 압승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선거법상 더 이상 여론조사를 발표할 수 없다.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론조사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최근에는 더욱 심해졌다. 미국 트럼프대통령 당선, 영국의 브렉시트(Brexit)가 대표적인 예다. 요즘은 당시 대안으로 각광받았던 ‘SNS 빅데이터 분석’도 나오지 않는다.

여론조사의 불확실성은 외국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국내 역대선거에도 계속 확인된다. 최근의 예로, 2016년 총선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이 압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결과는 새누리당의 참패였다. 이를 계기로 여당이 쪼개지고,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권이 바뀌었다. 가장 극적인 예는 ‘정치1번지’라는 서울 종로의 경우다.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에 15%이상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세훈 캠프는 ‘총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고 대선캠프처럼 운영됐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정세균후보가 15%가량 앞서 승리했다. 30% 전후의 오차가 난 것이다. 한쪽은 망연자실이었고, 반대쪽에서는 ‘기대치 않은 횡재’에 환호했다. 한쪽은 유력한 대권주자에서 정치적 미아로, 다른 쪽은 공천도 힘들었던 인사가 국회의장의 영예를 안게 됐다.

같은 지방선거로 말하자면, 8년 전 지방선거를 들 수 있다. 당시 서울시장에는 오세훈시장이 나와 재선을 노렸고, 야당에서는 한명숙 전총리가 출마했다. 선거 얼마 전 ‘천안함 폭침사건’이 터졌다. 지방선거는 ‘끝났다’는 분위기였다. 여론조사도 줄곧 당시 여당이 압승하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이상 앞서던 오세훈시장은 개표가 시작되자 계속 끌려가다가 새벽에야 겨우 역전을 해 시장직을 지킬 수 있었다. 경기지사, 인천시장은 야당의 몫이 됐고, 전체 단체장선거에서도 예상을 깨고 야당이 승리했다. 극적인 반전이었으나 잘못된 여론조사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았다.

과거와 외국의 사례를 볼 때, 언론은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를 더욱 신중하게 다뤄야 할텐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과거와 달리 여론조사의 불확실성 가능성에 대한 문제의식도 없다. 언론의 이런 안이한 태도는 왜일까?

필자는 ‘의도적 외면’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의외의 변수와 이변을 예견하는 것 자체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인기’를 구가하는 현 정권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것이다. 현 정권은 이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이변이 가능한 변수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정권의 의도를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것이다. 여론조사 예측결과가 맞으면 다행이고, 만약 틀리면 과거의 예대로 ‘약간의 호들갑’을 떨면 된다. 형식적인 사과에 이어 여론조사기관을 비판하면 된다. 이미 사과에는 이골이 났다. 한 번 더 사과를 하는 것은 역린을 건드리는 위험부담에 비하면 정말 사소한 일이다.

야당은 답답하기만 하다. 여당지지도는 하늘을 찌르고, 야당과 보수지지층은 쪼개져 힘을 못 쓰고 있고, 언론관심은 ‘미북정상회담’에 쏠리고 있다. 여론조사를 기정사실화하며 틈을 주지 않으니, 어떤 이슈를 내 놓아도 외면받기 일수다.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여배우와 불륜설’ 등 과거선거 같으면 개별지역뿐 아니라 전체 선거판세를 뒤흔들 이슈들이 즐비한데 힘을 쓰지 못한다. 백약이 무효다.

야당은 이러한 ‘깜깜이 선거’에서 활로를 찾는다. 역전 가능성은 ‘숨은 표심’뿐이다. ‘샤이(shy) 보수’가 희망이다. 지금같은 ‘기울어진 운동장’ 분위기에서 여론조사에 대답을 하지 않는 보수유권자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사람의 이념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그 많던 보수가 종적을 감췄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침묵의 나선이론’이다. 문제는 전화도 받지 않는 그들이 투표소까지 나오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야당은 ‘경제실정’을 부각시킬 수 밖에 없다. 보수유권자의 애국주의를 자극하기 위해서다. ‘분통을 터트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여야의 전략을 종합하면, 여당은 ‘평화’를 부각하고 야당은 ‘경제’를 이슈화하려 안간힘을 쓴다. 보이기에는 ‘평화’가 대세인 것 같다. 그러나 맹점이 있다. ‘평화’는 막연하다. 게다가 이미 우리 손을 떠났다. 미국과 북한이 주인공이고, 우리정부는 대기조다. 특별히 개인기를 발휘할 영역을 남아 있지 않다. 영광은 미국과 북한의 몫이고, 우리는 부담만 남았다. 평화에 힘을 실어주기 보다는 우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견제’를 생각할 수도 있다. 남북정상회담 ‘성공’의 이득은 이미 여론에 반영됐고, 미래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발현될 차례다. ‘정부에 힘을 실어 달라’는 말은 한마디로 철지난 주장이다.

사람들은 ‘외화내빈(外華內貧) 정권’이라 현 정권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평화주장’이 속빈강정임을 국민이 느끼게 된 것이다. 현실로 돌아오면 ‘어려운 경제’가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언론이 애써 외면해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을 바꿀 순 없다. 거듭된 경제실정은 서민들을 등 돌리게 할 것이다. 이들은 조직화된 귀족노조에 휘둘려 일자리 창출은 못하고 오히려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의 일자리를 뺏는 정부를 원망하게 될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나타나는 것은 결국 시간문제다. 지방선거 전에 임계점을 넘으면 결과는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야당은 그런 분위기를 앞당겨 선거에 활용하려 할 것이고, 여당은 가능한 한 미루려 할 것이다. 문제는 국민의 자세다. 언론이나 여론조사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미망이나 구호가 아닌, 현실에 입각한 투표를 해야 한다. 어떤 결정을 하든 투표는 꼭 해야 한다. 정권은 틈만 나면 국민의 눈을 피해 다른 꿍꿍이를 펴곤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든 정권이 ‘국민을 무시해도 될지 아닌지’ 선거를 통해 파악한다는 것이다. 유사이래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이 성공한 예는 없었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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