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김정은과 밀착하는 北우방국…목적은 트럼프 뒷담화?


입력 2018.06.06 04:40 수정 2018.06.05 21:22        이배운 기자

중국·러시아·시리아, 미국과 대립각 지속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악영향 우려

중국·러시아·시리아, 미국과 대립각 지속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악영향 우려


(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트위터, BBC뉴스 캡처 (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트위터, BBC뉴스 캡처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중국, 러시아, 시리아 등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국가들이 북한과 밀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국가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해왔고 최근에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관계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던 북한이 이들 국가의 영향을 받아 다시 반미 전선으로 돌아설 경우 한반도 비핵화도 난항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8일 중국 다롄에서 회동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8일 중국 다롄에서 회동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중국과 미국은 최근 무역, 남중국해문제, 인권 등 여러 분야에서 갈등을 벌이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 3일(현지시각) 미중 3차무역협상이 교착상태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양측 대표단은 미국제품 구매 확대, 무역적자 축소 등을 놓고 협의를 가졌으나 합의를 구하지 못하면서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국무장관은 지난 4일 중국정부에 ‘천안문 사태’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천안문 사태는 1976년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 시위를 벌이던 학생들이 무자비하게 학살당한 사건으로 지금도 중국 공산당은 이를 거론하는 것을 금기시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정부에 이래라 저래라 할 자격은 전혀 없다“고 강하게 맞섰다.

양국은 또 오는 12일 대만에 문을 여는 미국 재대만협회 사무실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사무실은 사실상 미국 대사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며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행위는 중국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월과 5월 두차례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과 회동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정세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뒤 태도가 돌변했다”며 "시진핑은 최고의 포커플레이어"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달 31일 회동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달 31일 회동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미국을 포함한 서방진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군사력으로 합병하자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러 제재에 맞제재 조처를 할 수 있는 법률안에 서명하는 등 서방진영과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이다.

미·러 대리전 성격을 띄고 있는 시리아 내전도 첨예한 긴장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미군 주도의 동맹군이 시리아 정부군 기지를 공습하면서 시리아 정권을 보호하는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했고 미러간 직접적인 무력충돌 위기로 치닫기도 했다. 이어 지난달 미 동맹국 공군이 시리아 정부군 기지를 공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러갈등 재점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31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아울러 오는 9월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기간에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 정상회담을 가지자고 요청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친서를 받은 김 위원장은 "푸틴 지도부가 미국의 우월주의에 저항하고 있는 것을 평가한다“며 ”우리는 항상 이와 관련한 깊은 공조에 대해 러시아 측과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각)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 사실을 언급한 뒤 “그 회동의 목적이 무엇일까”라고 반문하면서 “긍정적인 회동이었다면 나도 좋아할 것이고 부정적인 회동이었다면 나로서는 즐겁지 않다”며 북러 밀착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지난 4월 시리아 다마스쿠스 동부 구타지역의 도마지구에서 시리아 군의 폭격으로 연기가 나고 있다. ⓒABC뉴스 지난 4월 시리아 다마스쿠스 동부 구타지역의 도마지구에서 시리아 군의 폭격으로 연기가 나고 있다. ⓒABC뉴스

지난 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문정남 시리아 주재 북한대사에게 신임장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조선(북한)을 방문하고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뛰어난 정치력과 현명한 지도력 덕택에 최근 한반도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전세계가 환영하고 있다”며 “최종 승리와 한국 재통일을 달성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와 북한은 1966년에 공식적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함께 미국에 반기를 들어왔다. 특히 북한은 시리아에 화학무기 부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이외에도 중동 전쟁에서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기위해 전투기 조종사, 장갑차 운전사와 미사일 전문가 등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정부는 내전 기간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등 반군을 잔혹하게 진압했다는 이유로 국제제재의 대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반목하는 아사드 대통령이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시 북미관계가 다시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아울러 북측은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에 응하기 앞서 시리아에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빼돌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반미 우방국과 전략적으로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자신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외교적 선택권이 있다는 메시지를 흘림으로써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견제하고 핵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배운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