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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상의탈의집회, 가슴은 성적 대상일까


입력 2018.06.05 15:36 수정 2018.06.05 15:40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닭치고tv>여성의 가슴에 분명히 존재하는 성적인 의미를 부정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앞에서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페이스북의 성차별적 규정에 항의하는 상의 탈의 시위를 하고 있다. 이 단체는 앞서 페이스북이 남성의 반라 사진은 그대로 두면서 여성의 반라 사진만 삭제하는 점을 규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앞에서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페이스북의 성차별적 규정에 항의하는 상의 탈의 시위를 하고 있다. 이 단체는 앞서 페이스북이 남성의 반라 사진은 그대로 두면서 여성의 반라 사진만 삭제하는 점을 규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이 진행한 상의 탈의 집회가 화제다. 이들이 여성의 몸도 남성의 몸과 똑같이 ‘인간의 신체’라는 취지로 여성의 상의 탈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는데 페이스북 코리아 측에서 성적인 표현이라며 곧바로 삭제했다. 이에 항의하기 위해 단체 회원들이 페이스북 코리아 앞에서 ‘우리는 음란물이 아니다’, ‘여자가 더우면 웃통 좀 깔 수 있지’ 등의 구호를 내세우며 상의 탈의 시위를 감행한 사건이다.

현장에서 경찰이 곧바로 이불로 이들을 가렸고, 처벌 여부를 고심하다 입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법원은 음란성을 ‘일반 사람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는데, 이들의 행위는 이런 음란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공개된 장소에서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해 타인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경우’는 경범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이번엔 노출 즉시 경찰이 가렸고 시민의 신고도 없었기 때문에 시민에게 불쾌감을 줬다고 할 수가 없어서 경범죄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페이스북 코리아 측은 문제의 게시물 삭제가 기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며, 사회적 의미를 담은 게시물이라면 나체도 허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삭제됐던 게시물을 복구했다. 여성단체 회원들에게 사과도 했다. 경찰과 페이스북 차원에선 이렇게 일단락되는 모양새이지만, 공론장에선 관련 논쟁이 뜨겁다.

시위를 감행한 측은 이렇게 주장한다. ‘남성들은 쉽게 웃통을 드러내는 데 여성은 그러지 못한다. 여성의 몸은 섹시하게 드러내되 정숙하게 감춰야 하는 이중적인 요구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여성의 나체는 음란물로 규정되어 삭제, 모자이크 등을 당하지만 남성의 나체는 인간 보편의 몸으로 인식되어 자연스럽게 유통된다. 여성의 몸에 부여되는 남성중심적 아름다움과 음란물의 이미지를 버려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 여성은 “여성의 가슴이 태어날 때부터 성적인 의미를 부여받는 건 아니다. 남성의 상반신 노출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여성의 노출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지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세상에 ‘인간 보편의 몸’이라는 것이 있는데, 바로 남성의 몸이 그렇다고 인식한다. 그리하여 여성의 몸도 남성의 몸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 인간 보편 몸의 지위에 오른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런 보편의 몸은 없다. 남성의 몸과 여성의 몸이 있을 뿐이다. 둘 중의 어느 쪽도 ‘보편’이 아니다. 한 쪽이 다른 쪽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

여성의 나체처럼 남성의 나체도 자연스럽게 유통되지 않는다. 남성의 나체만 자연스럽게 유통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유통되는 건 남성의 상반신이다. 반면 여성의 상반신은 그렇지 않다. 특히 가슴이 남성과 여성의 몸에서 결정적 차이가 나타나는 지점이다.

남성의 가슴엔 성적인 의미가 크지 않은데, 여성의 가슴은 그 반대다. 이들은 이것을 차별로 인식한다. 여성의 가슴을 남성의 가슴과 똑같이 대우해달라고 한다. 여성의 가슴에도 남성의 가슴처럼 성적인 의미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의 가슴엔 성적인 의미가 분명히 있다. 엉덩이와 더불어 여성의 신체 중에서 가장 강력하게 성적인 신호를 발신하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가슴이다. 그래서 성인 영상물 시장에서 여성의 가슴이 아주 중요한 소재인 것이다. 이것을 부정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같다. 남성의 가슴은 이런 정도의 성적인 신호를 내지 못한다. 이건 차이이고 다름이다. 남성의 가슴과 여성의 가슴은 분명히 다르다. 이것을 억지로 같게 만드는 것이 여성해방은 아니다.

가슴을 비롯해 여성의 신체를 드러낸 콘텐츠를 금기시하는 것은 여성을 차별하거나 억압하는 것만이 아니다. 여성의 몸을 성적인 대상으로 소비하려는 경향이 대단히 강력하기 때문에, 그것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의미도 있다.

만약 상반신을 비롯해 여성의 몸에 성적인 의미가 없고 남성의 몸과 같다고 한다면, 여성의 몸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를 단죄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여성의 몸을 찍었거나 가슴에 신체접촉을 했어도 성적인 의도와 연결 짓기 힘들어진다. 예능에서 기혼 여성 연예인들이 젊은 남성 연예인의 가슴을 만지거나 상반신 맨몸을 즐기듯 보는 설정이 종종 나온다. 이젠 아저씨들이 젊은 여성 연예인의 가슴을 만지거나 상반신을 즐겨야 하나?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여성 몸의 일부분에 분명히 성적인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이런 행위를 우리가 부적절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런 상식을 무시하는 주장을 하면 사람들의 공감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여성이 스스로 자기 몸의 노출 정도를 결정할 자유가 신장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보수적인 사회에서 여성의 몸을 금기시해왔다. 대표적으로 우리 성리학 조선 사회, 이슬람 사회가 그렇다. 여성에 대한 억압과 옷으로 몸을 꽁꽁 싸매게 하는 것이 같은 선상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요즘도 여성의 자유분방한 옷차림에 대해 개탄하면서, 성범죄를 여성의 옷차림 탓으로 돌리는 시각이 있다. 여성에게 정숙할 것을 강요하는 구조에선 여성의 ‘노출 투쟁’이 의미가 있다.

다만 사회의 상식에 부합하는 합리성, 정도가 문제다. 무조건 여성의 가슴과 남성의 가슴을 동일시하면서, 여성의 가슴에 분명히 존재하는 성적인 의미를 부정하는 식의 비합리적인 주장을 한다면 여성주의 운동 자체가 희화화될 수 있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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