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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종전선언 급물살…비핵화 원칙 흔들리나


입력 2018.06.05 08:58 수정 2018.06.05 09:26        이배운 기자

대북 군사압박 약화 불가피, 핵협상 우위 상실 우려

유엔사 존립 근거도 모호…주한미군·훈련축소 압박

실효성 없고 검증도 어려워…우리 안보에 이득 없어

대북 군사압박 약화 불가피, 핵협상 우위 상실 우려
유엔사 존립 근거도 모호…주한미군·훈련축소 압박
실효성 없고 검증도 어려워…우리 안보에 이득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주고 있다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주고 있다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2일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공식선언하고 한반도 종전선언까지 언급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종전선언은 정전협정 체결 이후 정전(휴전) 상태인 남북전쟁을 완전히 끝내는 상태로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이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 평화협정 체결에 앞서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정치적 선언으로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의 첫 단계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외교가는 북한의 실질적인 안보 위협이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종전선언은 핵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한미동맹 균열의 계기가 되면서 자칫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군사압박 약화 불가피…핵협상 우위 뺏기나

오는 12일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질 시 미국의 군사적 압박 약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쟁 종료를 선언한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더 이상 검토할 수 없게 되고 대북 제재 명분도 약화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사적 옵션 가능성은 북한을 핵 테이블로 이끌어내고 미국의 핵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본격적으로 비핵화 실천에 나서기 전에도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것은 협상의 주도권을 내주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이행 가능성을 좁힐 수 있다는 평가다.

한미 정부가 견지해왔던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어떤 보상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당초 미국이 선 핵폐기 후 보상 방식을 주장한 이유는 과거 북한은 이득만 챙기면서 지금의 핵 위기를 만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미 종전선언은 북한이 핵 폐기 이행만 천명한 상황에서 ‘종전과 평화 체제’를 선제적으로 내준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남북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남북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주한 유엔사령부 존립근거 상실…주한미군·연합훈련 축소 압박 우려

종전선언에 따라 유엔사령부 해체와 미군 철수 등의 요구가 뒤따를 우려도 제기된다. 종전선언은 그 자체로 법적 효력이 없더라도 전쟁 상태가 끝났다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주한미군 축소 및 한미 연합훈련 중단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가는 한미연합사령부는 한국군과 미군의 연합 지휘 기구이기 때문에 종전선언의 영향은 비교적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주한 유엔군사령부는 한반도 정전협정 유지 및 관리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종전선언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남북 교전 상황을 전제로 존재하는 유엔사령부는 존립 근거가 약해져 유엔사령부를 실질적으로 운용 중인 미군이 이를 해체하거나 다른 역할의 기구로 바꾸는 방안을 결정해야한다. 아울러 북한은 유엔사령부가 지정한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서도 무효를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북한과 더불어 중국과 러시아가 미군 감축을 압박하고 나서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군 전력이 한반도에 증강 배치되는 것을 미국의 세력 확장 전략으로 보고 한미연합훈련과 북한의 핵 도발을 동시에 중단한다는 이른바 ‘쌍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지난 4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즈’에 기고한 글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는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한미군 감축을 둘러싼 논란 가열을 전망한 바 있다.

2015년 국회와 경찰특공대, 소방방재청 등 관계기관 관계자들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연습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015년 국회와 경찰특공대, 소방방재청 등 관계기관 관계자들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연습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실효성 없고 검증도 어려워…우리 안보에 이득 없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제거되지 않은 종전선언은 실효성 없는 ‘쇼’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재래 및 생화학 무기 등 위협들에 대처하지 않은 채 맺는 종전협정은 우리 안보에 이득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비무장지대 인근에 집중돼 있는 한국과 북한의 병력을 점진적으로 감축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내용의 합의가 포함돼야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는 진정한 의미의 종전선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무기 제거와 병력의 대규모 감축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베넷 연구원은 “여기에는 생화학 무기와 방사능 무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재래식 병력도 대규모 감축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비무장지대의 진정한 ‘비무장지대화(化)’를 위해서는 실제로 병력이 감축·재배치됐는지에 관한 확인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과거 유럽의 경우 미국과 당시 소련은 합의와 검증이 오가는 매우 장기간의 군축 과정을 통해 공식적인 종전선언이 이뤄졌다”며 “이같은 맥락에서 남북이 못 박은 종전선언 시기도 문제다”고 덧붙였다.

2016년 주한미군사령부가 한국 특수전사령부와의 연합훈련을 위해 제1공수특전단과 제75레인저연대를 파견했다. ⓒ연합뉴스 2016년 주한미군사령부가 한국 특수전사령부와의 연합훈련을 위해 제1공수특전단과 제75레인저연대를 파견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북한의 실질적인 위협이 제거되기 전부터 한미가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것은 CVID 현실화라는 목적보다 회담성공이라는 정치적 업적 쌓기에 치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비핵화 협상과 더불어 70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전쟁을 종결낸다는 상징성은 국내 지지율 획득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은 “최근 비핵화 논의 방향이 북한의 불가역적인 핵 폐기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아닌 북한의 체제 보장 마련에 집중되는 감이 있다”며 “요구사항을 쪼개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북한 특유의 살라미 전술이 먹혀드는 형국이다”고 지적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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