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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압박에 변화하는 재계...콘트롤타워 필요성 '여전'


입력 2018.06.04 04:00 수정 2018.06.04 10:08        이홍석 기자

삼성·한화 콘트롤타워 폐지...재계, 역기능 더 우려

정부의 민간기업 개입 비판 목소리 점점 커져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연합뉴스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연합뉴스
삼성·한화 콘트롤타워 폐지...재계, 역기능 더 우려
정부의 민간기업 개입 비판 목소리 점점 커져


삼성에 이어 한화도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 온 경영기획실을 해체하면서 재벌 개혁을 압박하는 정부의 기조에 발 맞춰가는 모습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기업들도 어쩔 수 없는 시대사회적 변화에 부응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기업의 콘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역기능 우려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계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대기업 그룹사의 콘트롤타워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향후 어떤 식으로 해법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한화가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 온 조직을 해체한 것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로부터 '총수일가의 바람막이 역할'이라는 비난에 따른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한 목적이 크다. 또한 기업 스스로 과거의 이미지를 벗고 역할에 대한 새로운 방향전환을 모색하기 위한 것도 한 이유이다.

삼성과 한화의 잇단 콘트롤타워 폐지...재계 "경영 구심점 필요"

삼성은 지난해 2월 말 미래전략실을 해체했고, 한화는 지난달 31일 경영기획실 해체를 발표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다소 급하게 이뤄진 감이 없지 않은 이번 조치들로 인한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다양한 형태로 콘트롤(제어) 기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변화 요구에 따라 일률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를 중심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으며, SK도 수펙스(SUPEX)추구위원회라는 최고의사결정기구 체제를 마련한 상태다. 또 LG는 (주)LG를 정점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한 상태이고, 효성도 1일자로 (주)효성의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시켰다.

재계에서는 적어도 기업 집단의 규모가 큰 대기업 그룹사들만이라도 콘트롤타워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러 계열사를 선단처럼 이끌고 있는 대기업 그룹사로서는 계열사별 각개격파로는 성장과 발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영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기업집단 규모가 클수록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역할을 분담하고 조정을 통해 상호 협력을 꾀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이 '적절한 시점인지'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본연의 경쟁력 강화에 보다 힘써야할 상황에서 콘트롤타워 부재는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영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콘트롤타워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인한 혼란까지 겹치게 될 수 있다”면서 “기업들이 이중고를 겪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10대그룹간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10대그룹간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 민간기업 조직에 지나친 간섭...경쟁력 약화 책임질 수 있나?"

정치권이 민간기업의 콘트롤타워 역할 여부를 '감내라 콩내라' 이야기하는 것 자체에 대한 반감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의 재벌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콘트롤타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부터 삼성과 같은 거대 대기업 그룹의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법적 지위가 담보되지 않고 막강한 권한에 비해 법적 책임은 거의없는 조직은 아니라는 의견이었다. 김 위원장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이 기존 미래전략실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콘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와 맥이 닿아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경영 효율성 향상을 위해서는 콘트롤타워와 같은 조직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부나 정치권이 왜 민간기업의 조직에 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각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그에 맞게 결정하면 될 일을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가 있나 싶다”며 “이는 기업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어 “정부가 기업들에게 방침을 정해 놓고 이를 천편일률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정부가 콘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민간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책임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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