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아름다운 이별' 지단이 이룩한 성과 세 가지


입력 2018.06.01 16:32 수정 2018.06.01 16:32        데일리안 스포츠 = 진지수 객원기자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물러난 지단. ⓒ 게티이미지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물러난 지단. ⓒ 게티이미지

선수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레알 마드리드 그 자체로 불리는 지네딘 지단 감독이 자진 사임한다. UEFA 챔피언스리그 개편 이후 첫 3연패 대업을 이룬 지단인 만큼, 팬들로서도 관계자들로서도 여러모로 아쉬운 순간이다.

갑작스러웠다. 31일(이하 한국시각) 스페인 현지 매체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긴급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라고 알렸다. 그리고 이날 오후 지단이 페레스 회장과 함께 클럽 하우스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구단과의 작별을 알렸다.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직을 이어나가지 않기로 했다. 조금은 어려운 일이지만, 결단력을 내려야 한다. 레알의 성공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목소리가 필요하다. 이것이 내가 팀을 떠나는 이유"라며 구단의 리빌딩을 위해 감독직을 내려놨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불과 며칠 전 지단은 레알을 이끌고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등극, 대회 개편 이후 처음으로 3연패라는 대업을 일궈냈다. 선수로서 이미 레알의 레전드로 꼽혔던 지단이었기에 감독 변신 후 그가 거둔 성과 역시 남달랐다. 그러나 지단의 선택은 구단과의 결별이었다. 이미 이룰 수 있는 건 모두 이룬 지단이었던 만큼, 이례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장의 부담감에 대한 그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2년 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친정팀 레알의 사령탑으로 돌아온 이후 굵직한 성과를 거뒀던 지단,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서의 지단이 레알에서 일궈낸 결과물은 무엇이 있을까.


#1 데뷔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대회 3연패

모두가 물음표를 던졌다. 기대보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더 따가웠다. 그러나 이를 뒤집었다. 2015/2016시즌 레알은 안첼로티 감독이 아닌 베니테스 감독 체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예상대로 성적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그러던 중 지단이 베니테스의 후임으로 레알 지휘봉을 잡았다.

어느 정도 선수진은 완성된 만큼, 선수단을 장악해 줄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필요한 레알이었다. 이런 점에서 레전드 지단은 안성맞춤이었다. 다만 경험 부족이 문제였다. 그럼에도 지단은 자신에 대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며 성공 시대의 1막을 열었다. 부임 첫 시즌 그는 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이끌었다.

첫 시즌만 하더라도, 감독으로서의 역량보다는 선수단을 장악한 카리스마만 돋보였다. 그리고 2016/2017시즌 지단의 레알은 라 리가 우승 그리고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 등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손에 거머쥐으며 축구사를 장식했다. 그리고 올 시즌에도 레알은 리버풀을 제압하며 대회 3연패를 기록했다.

감독 데뷔 후 세 시즌 연속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 3연속 우승 자체가 대회 개편 이후에는 처음 있는 일이다. 지단의 레알은 그렇게 전설이 됐다.


#2. 남다른 카리스마 지단의 레알이 성공한 이유

혹자는 지단의 레알에 대해 재미없다는 혹평을 한다. 또 다른 이는 임팩트가 없다는 비아냥도 섞는다. 그러나 스포츠 세계는 냉정하다. 축구를 잘하는 팀이 아닌, 이기는 팀이 진정한 승자다. 이런 점에서 지단의 레알은 별들의 전쟁으로 꼽히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만 3연패를 달성했다. 결과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칭송받을만한 팀이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단의 카리스마가 있었다. 지단은 팀의 슈퍼스타인 호날두 길들이기에 성공했다.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호날두의 출전 시간을 분배했다. 선수를 관리했고, 적절한 로테이션 체제를 가동했다. 모두가 의심했지만, 결과는 우승이었다. 발베르데 감독의 바르셀로나가 라 리가 우승을 차지하고도, 최강이 될 수 없었던 이유는 로테이션의 부재였다.

경기 자체만 놓고 보면 아기자기한 모습은 없지만, 대신 시원시원했다. 선수단 컨디션 조절 성공으로 팀이 필요한 순간 팀의 주축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내며 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라는 대업을 이뤄냈다.


#3. 독이 든 성배였던 레알 사령탑, 지단은 해피 엔딩

유종의 미, 지단에게 딱 어울리는 수식어다. 모든 걸 이뤄냈다. 그리고 정점에 올라선 순간, 과감하게 작별을 택했다. 레알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다.

레알은 유럽 최고의 명문이다. 무수히 많은 슈퍼스타가 거쳐 갔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3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2위 밀란과 레알의 격차가 6개임을 고려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동시에 레알의 사령탑은 잦은 교체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천하의 주제 무리뉴도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도 레알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지단은 달랐다. 별다른 홍역 없이, 그것도 자발적으로 구단과 상의 하에 팀과 결별했다. 정점에 이른 순간, 팀의 레전드로서 감독으로서 레알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한 지단은 그렇게 최고의 순간 구단과 작별했다. 모순되지만,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진지수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진지수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