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세계를 놀라게 한 또다른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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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이 세계를 놀라게 한 또다른 지점
    <하재근의 닭치고tv>자신들의 이야기 콘텐츠에 담아 '독창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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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5-31 06:16
    하재근 문화평론가
    ▲ 미국 빌보드가 방탄소년단이 케이팝 그룹 최초로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 10위에 올랐다고 밝혔다.ⓒ빅히트

    빌보드닷컴은 이렇게 썼다. ‘대부분의 케이팝 그룹들은 그들의 음악을 정치화하거나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는 데 주저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여러 차례 정신건강, 왕따, 자살 등 정치와 문화적 문제를 다뤘다. 이런 비전형적인 접근 방식이 미국에서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높였다.’

    CNN 전문가 인터뷰에서도 “그들은 한국 아이돌 그룹의 레퍼토리와는 벗어난 우울, 역경 등의 주제를 은유 없이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독특함이 있다”라고 방송됐다. 사랑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는 여타 아이돌들 노래에 비해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가사가 달랐고, 그것이 미국에서 인기를 더욱 키웠다는 것이다.

    ‘그 말하는 넌 뭔 수저길래 수저수저 거려 난 사람인데 ... 애쓰지 좀 말어. 져도 괜찮아‘

    ‘불타오르네’의 가사다. 최근 한국사회를 뒤흔든 수저계급론을 가사에 반영했다. ‘애쓰지 말라’는 말은, 과도한 경쟁에 지친 청년들을 향한 위로이면서 자기계발 ‘노력 담론’에 대한 야유로도 읽힌다. 희망이 사라진 시대에 대한 절망의 표현일 수도 있다. 방탄소년단은 이렇게 다양한 관점에서 사회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가사를 노래에 담았다.

    ‘뱁새’에서도 '알바 가면 열정페이 ... 이건 정상이 아냐 / 아 노력노력 타령 좀 그만둬'라며 분노와 절망을 표현했다. ‘쩔어’에선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 세대 / 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라고 했다. ‘낫 투데이’에선 ‘널 가두는 유리천장 따윈 부숴’라며 젊은이들을 격려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낙원’이 위로의 정서를 담았다. '꿈이 없어도 괜찮아 / 잠시 행복을 느낄 네 순간들이 있다면 / 멈춰서도 괜찮아 ... 우린 꿈을 남한테서 꿔 빚처럼 / 위대해져야 한다 배워 빛처럼 / 꿈이 뭐 거창한 거라고 / 아무나 되라고'

    굳이 위대해질 필요 없다며, 꿈이 없어도 괜찮다며, 아무나 되도 괜찮다는 위로다. 꿈을 향한 무한한 노력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야유도 담겼다. 아무나 되도 괜찮다는 말은 작년에 이효리가 ‘한끼줍쇼’에서 해서 화제가 되면서 ‘노멀크러시’ 트렌드의 대표적인 가치관으로 알려진 표현이다. 이런 사회적 흐름을 놓치지 않고 가사에 반영하는 것이다.

    멤버들이 인터뷰를 통해 아이돌 같지 않는 사유를 표현할 때도 있다.

    RM은 “제 꿈은 빌보드 1등도 아니고 저를 제대로 사랑해주는 것이다. 제 추함과 초라함을 몇억 번 마주해도 닿을 수 없을 것 같아서다. 이 주제로는 어둠, 고독 등 할 수 있는 말이 많다.”라고 했다.

    슈가는 “불안함과 외로움은 평생 함께하는 것 같다. 그걸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느냐는 평생 공부해야 한다. 상황과 순간마다 감정이 너무 달라서 매 순간 고민하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앨범의 콘셉트에 대해서도 스스로 설명한다. “이번 앨범은 기승전결 중 세 번째 시리즈다. 기승에서 사랑의 두근거림과 설렘을 담았다면 ‘티어’에선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거짓된 사랑은 결국 이별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결국 이별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별을 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RM)

    방탄소년단이 앨범 작업을 하며 참조한 문학 작품이 알려지기도 한다. 르 귄의 작품의 수록된 '바람의 열두 방향'은 2014년 나온 개정판이 2쇄에 머물러 있다가 방탄소년단 참조 후 순식간에 6쇄를 찍기도 했다.

    이렇게 사유의 흔적을 드러내고 작품활동을 통해 의미를 담아내는 것이 팬들을 더욱 열광하게 한다.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를 팬들이 자발적으로 각국 언어로 번역하고, 그 속의 의미를 찾기 위해 자기만의 해석을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팬덤이 더욱 깊어지고, 팬들이 방탄소년단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 방탄소년단이 10대일 때, 20대일 때, 자신들의 생각과 고민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세계의 젊은 팬들이 거기에 공감하며 방탄소년단과 일체감을 느낀다.

    미국 CNBC는 다른 케이팝 그룹들과 방탄소년단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진정성’을 꼽았다. 그게 바로 이런 방탄소년단의 가사와 사유를 일컫는 말이다.

    그래미엔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와 춤, 뮤직비디오로 스토리라인을 연결한다. 그래서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미국 사회에서 더 깊은 차원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방탄소년단은 독창적이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방탄소년단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콘텐츠에 담았기 때문에 ‘독창적’이고, 그래서 미국 사회에서 더 깊은 지지를 받았다는 이야기다.

    서구 사회엔 뮤지션은 자기 음악을 스스로 만들거나 자기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내야 한다는 관념이 있다. 그동안 일반적인 아이돌들은 여기에 부합하지 않았다. 방탄소년단은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아이돌이면서도, 서구인들이 아티스트로 인정할 만한 진정성을 선보였다. 그것이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10~20대들을 더욱 고양시켰고, 막강 화력 ‘아미’로 활동하게 만든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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