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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했던 KBO, 히어로즈 사태 책임 없나


입력 2018.05.31 00:06 수정 2018.05.30 23:02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히어로즈, 뒷거래로만 131억 원 챙겨

징계 예정인 KBO도 자성의 목소리 내야

정운찬 KBO총재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다룰지 관심이 모아진다. ⓒ 연합뉴스 정운찬 KBO총재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다룰지 관심이 모아진다. ⓒ 연합뉴스

넥센 히어로즈발 ‘선수 팔기’의 파장이 크게 일고 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30일 KBO리그 8개 구단으로부터 구단 자체 조사 결과, 과거 히어로즈 구단과의 현금 포함 트레이드 계약 중 신고하지 않거나 발표와는 다른 계약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

이에 KBO는 해당 구단들에 신속하게 관련 자료를 송부해 줄 것을 요청했고, KBO는 제출된 자료를 분석해 미신고된 현금 트레이드 계약 사실을 검증했다.

조사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SK를 제외한 나머지 8개 구단이 히어로즈와 이른바 ‘뒷돈 거래’를 했고 액수 역시 입이 떡 벌어질만한 수준이다.

히어로즈는 2009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23건의 트레이드를 발생시켰고 이중 현금 트레이드 총액은 58억 원(4건)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거짓이었다. 각 구단의 자진 신고에 따르면, 8건의 현금트레이드가 추가로 있었고 히어로즈로 넘어간 총 액수는 무려 189억 5000만 원에 달했다. 약 131억 원이 어둠의 거래에 의해 움직인 셈이다. 이 돈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야구계 관계자들과 야구팬들은 한 곳으로 의심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리그를 휘청거리게 만든 대형 사고인 만큼 이와 관련된 구단들과 관계자 모두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BO 역시 각 구단들의 자진 보고를 바탕으로 특별조사위원회의 정밀 확인 작업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추가 조치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야구팬들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는 가운데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또 다른 곳은 바로 KBO다. 트레이드에 대한 승인은 물론 관리, 감독해야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KBO의 느슨한 감시 속에 이면 계약이 수차례 벌어졌고, 한국 야구도 병들어갔다.

이번 사태에도 방만한 조치가 이뤄진다면 KBO리그는 공멸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사태에도 방만한 조치가 이뤄진다면 KBO리그는 공멸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 연합뉴스

물론 KBO리그는 원칙적으로 현금 트레이드를 금지하지 않는다. 선수 간 밸런스가 맞지 않을 경우 등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KBO가 현금이 오가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과거 모기업이 부도 위기를 맞아 선수 폭탄 세일에 나선 쌍방울 레이더스를 비롯해 2000년대 후반 히어로즈는 다른 경우다. 노골적인 선수 판매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KBO 역시 히어로즈의 선수 판매를 두고 본 것만은 아니다. 2009년 말 장원삼, 이택근, 이현승의 트레이드를 승인한 뒤 “1년간 현금 트레이드를 금지한다”는 단서를 내걸었다.

히어로즈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3건의 현금 트레이드를 뒷거래로 성사시켰다. 당시 야구팬들의 강한 의혹을 샀던 마일영(12억 5000만 원), 황재균(20억 원), 고원준(19억 원)의 이적 건이다.

이처럼 의혹이 난무했음에도 KBO가 나선 조치는 아무것도 없다. 이면 계약이 의심됐다면 수사 기관에 의뢰해 파헤칠 수도 있었다.

KBO의 방만한 경영은 이뿐만이 아니다. FA 및 외국인 선수들의 이면 계약 의혹은 매년 불거지는 사안이며 승부조작과 심판 금품수수, 음주운전, 불법도박, 폭력 등 각종 사건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솜방망이 징계 또는 책임 전가 등 적절치 못한 대처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대로 역대 최다인 900만 관중에 도달하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KBO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를 낼 때다. 한국시리즈를 치를 때 관중이 없어 외야를 큼지막한 현수막으로 가린 게 10년 조금 넘었을 때다. 흥행에 취해 곪아터진 문제를 처리하지 않는다면 팬들이 싸늘하게 등을 돌려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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