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기자의눈] 수치와 현실이 따로 노는 이상한 부동산 시장


입력 2018.05.31 06:00 수정 2018.07.03 08:32        원나래 기자

“집값·전셋값 하락한다지만…전혀 체감 못해”

올 들어 주택가격 상승률은 눈에 띄게 둔화됐고,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본격 시행된 1월 이후로 상승폭은 급격히 줄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앞 모습.ⓒ연합뉴스 올 들어 주택가격 상승률은 눈에 띄게 둔화됐고,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본격 시행된 1월 이후로 상승폭은 급격히 줄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앞 모습.ⓒ연합뉴스

“연일 전셋값이 떨어졌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는데 대체 어느 나라 얘기인가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가격 하락세가 확산되며 역전세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시가 급한 세입자는 전세가격을 더 올려줘야 하거나 마땅한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운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집값과 전셋값이 떨어졌다’는 소식은 세입자 입장에서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지만 막상 새로운 전셋집을 찾거나, 매매 물건을 알아봐도 높은 가격에 또 다시 체념하고 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서울 강남과 세종시, 지방광역시 등 일부 지역들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대책의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해를 넘긴 올해부터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올 들어 주택가격 상승률은 눈에 띄게 둔화됐고,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본격 시행된 1월 이후로 상승폭은 급격히 줄었다. 일반아파트도 완만한 상승을 이어갔지만 2월 이후로 상승률이 주춤한 모습이다.

전세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국 기준으로 3월과 4월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서울은 최근 10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는 등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발표한 8·2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주거복지 로드맵,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등의 효과로 들썩이던 집값과 함께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전세시장도 안정세로 전환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전혀 체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수치로는 집값과 전셋값 하락이 계속되고, 꺾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마저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지만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 많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집값과 전셋값이 등락을 거듭하지 않고 계속 오르기만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서울 강남구는 14.18% 오르며 전국 시·군·구 가운데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으로 이 기간 동안 줄곧 상승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마지막 1년이었던(2016년 5월~2017년 5월) 5.22% 보다도 2배 이상을 상회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서울 월별 평균 전셋값 변동률도 0.36%로 지난 4월부터 하락하기 이전까지 상승세를 지속해 왔다. 전국 월별 펑균 전셋값 변동률이 0.13%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35)씨는 지금보다 전세보증금이 낮은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현실은 크게 달랐다. 김씨는 “공인중개사에게 적당한 매물을 보여 달라고 했지만 마땅한 전셋집은 찾을 수 없었다”며 “결국 ‘3000만원을 더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전셋값이 어디가 떨어 졌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통계상으론 전세시장이 숨통이 트이고 안정세를 이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안다는 게 수요자들의 불만이다. 반면 정부는 모든 제도를 총 동원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켰다고 홍보하고 있다.

수치와 수요자들의 현실이 따로 노는 비정상적인 모습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 됐다고 자평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어 보인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