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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허울 좋은 ‘영구임대 재건축’…이주방안은 ‘감감 무소식'


입력 2018.06.01 06:00 수정 2018.06.01 06:01        이정윤 기자

2020~2022년 59개 단지 7만5천가구 준공 30년 경과

거주자 이주‧대기수요 대책 없어…“이르면 10월 발표”

1990년 준공된 우리나라 최초 영구임대아파트인 번동3단지 전경. ⓒ이정윤 기자 1990년 준공된 우리나라 최초 영구임대아파트인 번동3단지 전경. ⓒ이정윤 기자

정부는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노후 영구임대아파트를 재건축 해 임대주택 물량을 늘리고 기존의 낙후된 임대아파트 이미지까지 개선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영구임대 재건축에서 가장 핵심인 거주자 이전과 대기수요 해소에 대한 방안은 전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구임대 재건축은 일반아파트와는 달리 거주자 대부분이 수급자와 장애인으로, 정부차원의 대책 없이는 자립적으로 이주가 불가능하다.

관련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의 영구임대 재건축 계획은 거주자 이전 등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계획만 내놓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당장 2년 뒤부터 상당수의 영구임대 단지가 재건축 연한을 넘기기 때문에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영구임대 59개단지 7만5000가구가 줄줄이 재건축 연한인 준공 30년을 채운다.

국토부는 영구임대를 재건축 해 임대주택을 추가 공급하고, 임대와 일반분양을 혼합한 ‘소셜믹스’와 창의적인 외관을 도입할 계획이다. 목표는 슬럼화된 임대단지를 탈바꿈시킨 캐나다 토론토시의 리젠트파크 재개발이다.

하지만 계획과 포부만 거창할 뿐 현재 거주민들의 이주와 대기수요 해소 등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연도별 공급물량 등이 체계적으로 계획돼 있는 임대주택 공급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서울시내에 위치한 노후 영구임대아파트는 ▲번동3(준공 1990년, 1292가구) ▲중계1(준공 1990년, 882가구) ▲번동2(준공 1991년, 1766가구) ▲번동5(준공 1991년, 1123가구) ▲중계3(준공 1991년, 1325가구) ▲중계9(준공 1992년, 2634가구) ▲수서(준공 1992년, 2565가구) ▲가양7(준공 1992년, 1998가구) 등 대규모 단지로 이뤄져있다.

서순탁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노태우 정부 때 지은 약 19만가구에 이르는 영구임대주택들의 재건축 시기가 다가오면서, 최근 학계에서 임대주택 재건축 이슈가 뜨거운 감자다”라며 “상당한 예산 투입도 따르겠지만,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어디로 이주시키고 새로 지을지 엄청 복잡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언급되는 방안에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 ▲민간임대주택으로 이주 ▲대단지 내 동별 부분 재건축 등이 있다. 하지만 인근에 이만한 수요를 모두 흡수할만한 임대주택이 마땅치 않을뿐더러, 재정지원 등의 방법을 통해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를 유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평균임대료의 경우 ▲영구임대(보증금 246만9000원, 월세 5만6000원) ▲공공임대(보증금 2057만7000원, 월세 25만원) 등으로 보증금과 월세 모두 영구임대와 공공임대 간 차이가 크다.

영구임대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대기수요도 만만찮다. 일반적으로 임대주택은 저소득층 주거지역이라는 낙인 때문에 기피현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영구임대 예비입주자 경쟁률은 20대 1에 이른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영구임대는 임대료가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주거취약계층 사이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며 “영구임대 재건축의 경우 거주자 이주뿐만 아니라 대기수요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거주자 이전문제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가 아무것도 없다”며 “다만 이르면 올해 10월쯤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른 임대주택 재건축 개발모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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