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재벌 망신주기 포토라인?...사라진 무죄추정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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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11월 15일 20:30:28
    [기자의눈]재벌 망신주기 포토라인?...사라진 무죄추정의 원칙
    무차별 포토라인 세우기...또다른 인권침해
    보여주기식 접근 대신 사실관계 입증 등 내실에 초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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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5-29 14:55
    이홍석 기자(redstone@dailian.co.kr)
    ▲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무차별 포토라인 세우기...또다른 인권침해
    보여주기식 접근 대신 사실관계 입증 등 내실에 초점 맞춰야


    포토라인은 기자들이 접근하지 않기로 합의한 사진 촬영지역을 일컫는 말로 유명인사에 대한 과열 취재 경쟁으로 인한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접근하지 않기로 약속한 일종의 경계선이다. 그만큼 포토라인이 정해진다는 것은 정치·사회적인 성격이 짙은 사안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순실 사태 이후 재계 총수나 오너 일가들이 포토라인에 서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 달 들어서만도 한진 오너가 세 모녀가 차례로 포토라인에 섰다. 오너가 일원 3명이 한 달 새 줄줄이 포토라인에 선 것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1일에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물컵 갑질로, 24일에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29일에는 이들의 어머니이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각각 플래시 맹폭을 받았다.

    세 명 모두 카메라 앞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남긴채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유사한 장면들이 연출됐다. 주인공만 달랐을뿐 연출 장면들은 거의 대동소이했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죄송하다’는 동일한 말을 듣기 위해 세 사람 모두에게 포토라인이 설치됐었어야 하느냐는 의문이 든다.

    국민들의 알 권리 보장과 언론들의 취재 편의를 위해 설치되는 포토라인은 일반적으로 중범죄 사건에 설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진가의 갑질 문제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중범죄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의문이다. 세 모녀를 두둔하려는게 아니다. 검찰이 아직까지는 이들을 탈세 혐의로 소환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세 모녀 처럼 '물컵을 던졌다' '폭언을 했다'는 등의 혐의로 포토라인이 설치된다면 검찰과 경찰청 앞에는 하루에도 쉴 새 없이 포토라인이 설치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이홍석 산업부 차장대우.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단지 재벌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정당국의 소환조사시 무조건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은 반기업 정서에 편승하고, 여론을 의식한 재벌 망신주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진가 세 모녀도 마찬가지다. 이미 여러 정황과 증언들이 나온 만큼 이들의 혐의는 분명히 조사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사정당국에서 수사로 풀어가면 될 문제다.

    국민정서법상 '갑질'한 재벌을 포토라인에 세우면 국민들의 속은 시원해질 것이다. 하지만 여론에 밀려 과도하게 이뤄지는 것은 개인의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제돼야 할 필요가 있다. 한진 일가의 갑질이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반대로 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결국 복수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정당국도 재벌, 혹은 총수 오너일가라고 해서 무조건 포토라인에 세우는 식의 보여주기식 접근은 삼가야 한다. 대신 철저한 조사를 통해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등 내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혐의에 대한 조사는 수사기관에서, 죄에 대한 판단은 법정에 내려져야 한다. 포토라인이 아니고 말이다.[데일리안 = 이홍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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