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전종서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 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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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11월 18일 08:14:32
    [D-인터뷰] 전종서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 배웠죠"
    이창동 감독 영화 '버닝' 해미 역
    "삶의 미스터리 공감하며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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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6-05 09:25
    부수정 기자(sjboo71@dailian.co.kr)
    ▲ 영화 '버닝'에 출연한 전종서는 "지친 청춘에 공감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CGV아트하우스

    이창동 감독 영화 '버닝' 해미 역
    "삶의 미스터리 공감하며 촬영"


    "전종서일 수밖에 없었다."

    영화 '버닝'을 만든 이창동 감독은 신인 전종서(23)를 이렇게 말했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신인을 발탁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묘한 매력을 지닌 전종서는 극 중 해미 역을 맡아 흔들리는 청춘을 대변한다. 전종서는 이 영화 한 편으로 칸 영화제에 진출했다. 빠듯한 일정을 소화 중인 그를 지난달 29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났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 혜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는다.

    칸 영화제에 경쟁부문에 초청된 '버닝'은 극찬을 받으며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로 점쳐졌다. 하지만 수상에 실패했다. 대신 세계 영화평론가·영화기자들이 가장 예술성 높은 작품에 주는 상이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았다.

    전종서는 "해외에 나간 게 오랜만이라 이것저것 챙기느라 정신없었다"며 "스케줄은 빠듯했지만 마음만큼은 여유로웠다"고 밝혔다. 이어 "칸 영화제 이전에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내가 어떻게 연기했는지 등 부족한 점만 보였고, 영화 자체에 대해 완벽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면서 "칸에서는 영화를 감상할 분위기가 마련돼 있어서 또 다른 부분이 보였다"고 말했다.

    전종서는 영화의 첫 장면을 장식한다. 현장 경험이 없는 신인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촬영이었다.

    최근 무대인사를 통해 관객들과 만난 그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걸 들었다"면서 "영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해석의 차이는 인정한다"고 말했다. "저도 누군가의 관객이었고, 앞으로도 그러겠죠. 작품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이고, 다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영화 '버닝'에 출연한 전종서는 "이번 영화 작업을 통해 사람에 대한 이해와 포용을 배웠다"고 말했다.ⓒCGV아트하우스

    영화는 꽤 불친절하다. 종수, 벤, 해미 모두 어떤 단어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인물로, 영화는 이들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모든 게 명쾌하지 않아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품이라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린다. 특히 칸에서는 극찬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난해하다"는 평이 많다.

    배우 역시 이 부분에 동의했다. 친구들조차도 "이해할 수 없다", "굴곡이 없는 영화다", "몇 번 더 보고 싶은 영화"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낸다고. 이를 통해 배우는 대중이 어떤 영화에 길들었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사람들이 편하게 생각하는 영화 속에서 '버닝'처럼 특수성이 가진 영화가 필요한 것 같았단다. 배우는 "필름은 죽을 때까지 남아 있는 거니깐 영화가 개봉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단단한 답을 들려줬다.

    정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버닝'과 해미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전종서는 꽤 진지한 답변을 술술 풀어놨다. "저도 영화를 100% 이해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하나 느낀 건 있어요. '현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걸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마주한 모순이 영화에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영화를 찍으면서 내가 겪은 어려움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걸 알았죠. 저도 분노하고, 억울해하고, 지친 청춘인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무언가를 좇아가기 바빴어요. 친구들과도 세상이 각박하다고 얘기하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에 대해선 심각하게 고민한 적은 없어요. 참 옹졸했죠."

    배우는 또 "스스로 세상을 향해 물음표를 던지고 많은 사람과 소통하면 무언가 바뀔 수 있지 않을까"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정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관심을 표출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대 청춘인 그는 이 감독이 청춘을 소재로 택한 이유를 공감했다. "부모님은 우리 세대를 이해하지 못해요. 왜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휴대폰을 사는지, 카드는 왜 그렇게 긁어대는지 꾸짖고 타박할 뿐이죠. 이유에 대해선 알려고 하지 않아요. 모든 게 편리하게 변한 것 같지만 정작 청춘들은 스트레스받고 짜증 나거든요. 감독님은 이런 청춘의 모습에 눈을 돌린 거죠."

    ▲ 영화 '버닝'에 출연한 전종서는 "제작진과 배우들 덕에 자유롭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CGV아트하우스

    또래 친구들이 가장 많이 스트레스받는 건 돈이다. 학자금, 생계유지 등 돈 쓸 일이 너무도 많다. 아르바이트로 생계유지를 하는 청춘들에게 사회는 터무니없는 시급을 준다. 연기를 꿈꾸며 연기 학원에 등록하려 하지만 돈 때문에 망설인다. 배우는 자신과 친구들 이야기를 담담하게 얘기했다.

    앞서 이 감독은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못 살고, 힘들어지는 최초의 세대라고 생각한다. 계속 발전했지만, 더 이상 좋아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랄까. 젊은이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분노도 생각했고, 무엇 때문에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를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감독의 말마따나 세상은 나날이 좋아지는 것 같지만 빈부격차는 점점 커진다. 돈 없는 사람은 많아진다고 하지만 해외여행자는 매년 역대 최고치를 찍는다. 세상의 미스터리다. 배우는 최근 화두가 된 욜로(YOLO.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에 주목했다.

    "다음이 없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탕진해버리는 거죠. 저도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해야 한다는 순간이 오면 질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욜로가 '대세'가 됐는지도 고민했고요.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옛날 말이죠.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말이 요즘과 딱 들어맞습니다."

    전종서는 '버닝'이라는 영화 한 편을 통해 칸 영화제, 연기, 언론 인터뷰, 대중의 피드백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다. '버닝'이 앞으로 그의 향후 행보에 어떤 의미가 될까. "현명하고 올바르게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을 통해 존중과 이해, 포용을 배웠어요. 예전엔 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버닝'으로 찍으면서 내가 소중한 만큼 타인도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람을 이해하면 포용력도 생기는 걸 알았고요. 타인을 나와 동등한 눈으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누군가가 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나도 누군가를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어쨌든 배우는 대중의 사랑을 먹고산다. 사랑을 받는 만큼 질타도 받는다.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전종서는 "지금은 어떤 관심인지 모르겠다"며 "관심과 인기는 시계추처럼 돌아간다. 많은 사람이 지금은 나를 좋아할 수도 있지만, 이 시기를 지나면 또 다른 배우를 좋아할 수 있다. 관심이 집중된다고 해서 예전과 달라지는 건 없다. 여러 관심을 느낄 수 있는 걸 안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 영화 '버닝'에 출연한 전종서는 "영화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받아들인다"고 했다.ⓒCGV아트하우스

    전종서는 어린 시절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지냈다. 중학교를 캐나다에서 졸업한 그는, 고등학교 때 한국에 왔다. 한국과 캐나다의 다른 학제 때문에 두 살 어린 친구들과 같이 학교에 다녔다. "부모님이 한국식 교육에 만족 못 하셨어요. 한국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게 한정적이라고 생각하셨던 거죠.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문화의 다양성을 깨우치게 됐죠. 생각도 좀 열려 있는 편이고요."

    어린 시절 경험은 전종서에게 숙제를 안겨주기도 했다. 한국에서 자란 친구들과는 생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을 주고받는 데 벅찰 때가 있다. 전종서는 또래 친구들보다 빨리 꿈을 정하고, 일을 시작한 케이스다. "벅차기도 하지만 친구들이 겪는 것들을 공감하고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인생에선 많은 선택의 기로가 있잖아요. 친구들이 마주한 선택의 길을 존중해요. 저 역시도 언제까지 배우 생활을 할지 모르니까요."

    세종대 영화예술과 휴학 중인 그는 "연기를 하려면 연기 관련 전공을 마쳐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다들 관련 전공을 선택하지만, 막상 학교에 오면 실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연기의 꿈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학교를 그만둔 전종서는 대신 스스로 연기 선생님을 찾아다녔다. 많은 선생님을 찾아다닌 끝에 지금의 선생님을 만났다. '전종서'라는 사람과 배우를 탐구하는 선생님이란다. "제가 어떤 매력이 있는지,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관찰해주시는 분입니다. 절 알아봐 준 존재죠."

    지금의 소속사를 찾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부당한 이유로 거절당했고, 피해 입은 순간도 많았다. "배우와 회사는 같이 가는 건데 서로 잘 맞아야 하잖아요. 사람은 존중받아야 하는데 갑질하는 회사가 많았죠."

    이번 주 인터뷰 일정이 끝나면 영화를 볼 예정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VVIP 회원인 그는 영화광이다. 온종일 영화관에만 있었던 적도 있다. "영화 보고, 쉬었다가 돈까스 먹고, 커피 한 잔 먹고 그래요."

    다가가기 어려울 것만 같았던 그가 인터뷰 말미 해맑게 웃었다. "저 차갑지 않아요. 따뜻한 사람입니다(웃음)."[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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