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내집마련은 하고 싶지만”…전세 쏠림 가속화


입력 2018.05.29 06:00 수정 2018.05.29 06:07        이정윤 기자

전세수요 급증…전세가율 하락‧집값하락 기대‧대출규제 등 원인

국민들 내집마련 욕구 높아졌는데, 주택매매는 더 어려운 상황

5대 시중은행의 4월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총 잔액은 약 52조3428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연내 60조원 돌파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다. ⓒ연합뉴스 5대 시중은행의 4월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총 잔액은 약 52조3428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연내 60조원 돌파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다. ⓒ연합뉴스


주택시장에서 내집마련 수요가 매매보다는 전세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집값은 여전히 높은 반면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빠지자 전세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강화된 대출규제도 전세 쏠림형상에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더구나 높아진 대출문턱으로 주택매매는 더욱 힘들어졌다.

국민 10명 중 8명이 내집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할 만큼 내집마련 의식은 강하지만, 그 욕구가 꺾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수요 급증…전세가율 하락‧집값하락 기대‧대출규제 등 원인

29일 주요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4월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총 잔액은 약 52조34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46%(25조321억원) 증가해 약 1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수준이다. 관련 업계는 연내 60조원 돌파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세자금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각종 지표가 하락해도 여전히 비싼 집값에 엄두도 내지 못하는 주택수요가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전세로 몰린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4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66.2%로, 주택시장 침체기였던 지난 2015년 2월(66.8%) 이후 3년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정부 규제에 따른 집값 하락론이 거론되면서, 조만간 집값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자 매매를 미루고 전세를 택한 수요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강화된 대출규제도 전세수요를 늘어나게 했다. 정부가 지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를 조이고 올해는 신(新)DTI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까지 시행하자 가용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전세자금대출로 돌아선 것이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전세보증금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내집마련 욕구 높아졌는데, 주택매매는 더 어려워져

이 가운데 내집마련에 대한 욕구는 점점 강해지는데, 사실상 주택매매는 더욱 힘들어진 분위기다.

소득으로 내집마련이 쉽지 않은 경우 대출을 생각하게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지만, 높아진 규제로 상환능력이 되는 사람조차 대출을 이용해 내집마련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7년 주거실태조사’을 보면 내집마련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82.8%에 달하는 만큼 국민들의 내집마련 의식은 상당히 높다.

반면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서울의 PIR(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9.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번 돈을 한푼도 쓰지 않고 9.4년을 모아야 서울 평균값의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2008년 1분기의 PIR은 7.4로 이 수치는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정부의 대출규제는 그동안 지적돼온 가계대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주택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국민들의 니즈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여건은 더욱 열악해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정부도 고민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로선 아직 직접적으로 매매가격이 크게 빠지고 있진 않지만 어느 정도 조정되는 분위기이고 전세가격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또 강력한 규제를 쉽게 내놓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정윤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