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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방송장악과정에서 벌어진 희대의 코미디


입력 2018.05.25 05:00 수정 2018.05.25 13:11        강규형 명지대 교수

문재인 정권과 언론노조 방송장악 후유증 심각

강규형 전 KBS 이사 방송통신위원회 청문 리포트

문재인 정권과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나서 KBS와 MBC 양대 지상파 방송은 한마디로 철저하게 망가지고 있다. 보도나 프로그램은 과거 ‘땡전 뉴스’라는 비웃음을 샀던 5공화국 전두환 체제보다 더 심한 정권 홍보수단이 됐고, 진짜 중요한 김경수와 일당들이 벌인 여론조작 사건 등 정권에 불리한 빅 이슈들은 거의 파묻혀 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 강규형 명지대 교수

MBC에선 ‘미운 놈’ 손보기로 마구 해임과 징계가 남발되고 있고, KBS에선 국장급 100%, 부장급 80%가 언론노조 소속인 편파 인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영전되는 언론노조 인사들은 성폭력 사건에 연루됐든 폭력사건에 연루됐든 무사통과다.

예전에도 이런 뻔뻔한 인사는 없었다. 양승동 사장이 청문회에서 무려 8시간 세월호 당시 노래방 출입과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거짓말을 해도 임명이 강행됐고, 정필모 부사장은 중징계 중인데도 법을 어기고 부사장 임명이 강행됐다. 이런 막가파식 운영은 예전에도 보기 힘든 사례일 것이다.

이러한 방송장악 과정에서 그들의 민낯을 완벽히 드러내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필자의 해임에 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청문이었다. 이 청문은 한국방송 역사 또는 한국현대사의 치욕으로 남을 것이고 우리에게 영원히 교훈을 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기에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언론노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필자를 이사직에서 끌어내리려 온갖 불법과 폭력을 자행했다. 그래도 필자가 버티자 비겁하게 정치권력에 SOS를 쳐서 감사원과 방송통신위를 동원했다.

결국 필자의 해임을 이끌어 내고 KBS 장악을 완료했다. 방통위는 ‘청문’을 통해 필자의 의견을 듣자마자 역사상 다시는 없을 초스피드로 위원회를 열어 전격적으로 필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역시 초스피드로 대통령 재가를 받았다. 그래서 “방송통신위가 아니라 방송장악위원회“라는 기관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논평을 듣기도 했다. 필자의 청문은 코미디 프로인 ‘봉숭아학당’ 그 자체였다.

청문(聽聞)은 말 그대로 당사자의 말을 듣는 장소이다. 그런데 청문 주재자로 위촉된 분은 고령이라 그런지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필자는 크게 소리를 내서 얘기해야 했다.

주재자인 고려대 신방과 김경근 명예교수는 처음부터 주제와 어긋난 얘기를 횡설수설했고, 연이은 망언(妄言)과 실언(失言)을 늘어놨다. 뒤에서 그것을 들으며 당황하는 방통위 관계자들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필자가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하고 주재인의 의견을 물으면 제대로 답변을 못하면서 쩔쩔맸다. 방통위 관계자들은 필사적으로 김경근 교수의 막 나가는 발언을 제지하려 했지만 김 교수는 막무가내로 얘기를 계속했다. 휴식시간에는 주재인인 김 교수에게 시간 끌지 말고 빨리 끝내면 된다고 얘기하면서 결과는 이미 정해졌는데 공연히 말려들지 말라는 식의 조언까지 줬다.
필자의 반론에 당황하는 주재인을 위해 “얘기만 들으시면 돼요. 지셔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질문 딱 한 가지만 하시고”라고까지 조언을 했다. 김 교수 자신도 청문 중에 막말해서 미안하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막말이 나왔고, 청문위원인 최은배 변호사는 휴식시간에 김 교수에게 “그리고 막말이나 이런 말 나오면 오히려 대리인이 듣고 있다가 절차를 문제 삼을 수 있어요”라고 조언까지 할 정도였다.

첨언하자면 고려대에는 김경근이란 이름을 가진 교수가 두 분 있다. 한분은 현역에 계신 분이고 다른 한 사람은 이 코미디의 주인공이었던 신방과에서 퇴직한 김경근 명예교수였다. 엉뚱한 동명이인에게 불똥이 안 튀길 바라는 마음이다.

거기다가 필자에게는 한 번도 설명이 없었던 소위 ‘청문위원’이 들어와 그날 처음으로 이름을 듣고 얼굴을 보게 됐다. 최은배 변호사라는 청문인은 처음부터 “자세 바로 앉아주시죠”라고 고압적으로 얘기하다 갈등을 유발했다.

청문이 끝난 후 최변호사는 거기에 대해 사과하긴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KBS의 법률대리인 일을 맡고 있어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변호사였다. 뒤늦게 제척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여기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과 처리 없이 곧장 방통위의 해임건의 순서로 넘어갔다.

방통위는 왜 하필이면 제척사유를 가진 사람을 청문위원으로 초빙했나. 최씨는 본인이 제척사유가 있는 것을 변호사라면 알 텐데 왜 그것을 고사하지 않고 논란을 자초했나.

게다가 최은배 변호사는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사람으로 과거 판사시절 2011년 11월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체결 직후인 12월 2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는 과격 발언을 해서 크게 물의를 빚은 사람이기도 하다.

한미FTA의 결과는 어땠는가? 한국이 이 조약으로 크게 이득을 얻어 지금은 미국에서 개정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런 판단력과 태도를 가진 사람, 특히나 제척사유가 있는 사람을 굳이 청문위원으로 청문 당사자인 필자에게 통고도 하지 않고 위촉한 방송통신위는 ‘방송장악위’라는 오명을 뒤집어써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필자가 청문회가 끝나자마자 제출한 제척신청서에 대한 거부 문서는 필자가 이사에서 해임된 며칠 후 필자가 수령하는 웃지못할 상황으로까지 번져 나갔다.

녹취록을 읽는 그 누구라도 이러한 비상식적인 일이 방송장악 과정에서 일어났고 여기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 청문은 중단이 됐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청문보고서가 작성돼서는 안됐다. 그러나 시나리오대로 모든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수 시간 진행된 청문에서 온갖 몰상식한 일들이 벌어졌지만 일단 몇 가지만 간추려 보고자 한다. 아래는 주재인인 김 교수 발언의 극히 일부이다.

“수신료 인상을 위해 발언을 했다는데, 강 이사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왜 단식투쟁을 안했어요? 그거 이사로서의 임무를 다 안한겁니다.”

“국회의원들 바지자락이라도 붙들고 늘어지고 치마폭이라도 붙들고 늘어지고 그 흔한 단식농성 한번 해 봤냐 이거예요.”

“우리 이사님은 왜 나만 찍어서 그러느냐? 왜 나만? 교수니까 그런거죠 뭐. 교수가 만만하다는 걸 모르세요?”

또 필자의 변호인이 발언하려 하자 주재인은 발언을 못하게 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소명자료와 의견제출서 헷갈리고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소명자료도 제대로 읽지 않았는지 “한 90만원이 개밥으로 나갔는데”라며 자료에도 없는 허위사실을 사실인양 얘기하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청문 주재인은 필자가 준비한 100여쪽이 넘는 의견서와 자료를 읽지도 않았고, 제출한 동영상 파일도 물론 보지 않은 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청문보고서를 작성해서 방통위원회로 넘겼다.

필자는 방통위원들도 본인의 의견서를 제대로 보지 않은 상태에서 해임건의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것을 다 읽고 분석하고 첨부 자료를 보고 동영상을 볼 시간이 물리적으로 없는 상황에서 무엇에 쫓기는지 성급하고 무리하게 처리했다.

청문이 뒤죽박죽으로 끝나고 나서 필자의 해임은 번개와 같은 속도로 처리됐다. 그러나 그 이후 이 청문에서 벌어진 일들과 망언에 대한 질책이 국회 미방위에서 있었고,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2018년 3월 29일 있었던 국회 법사위에서도 김진태 의원의 불을 뿜는 지적에 대해 이효성 위원장은 “주재인의 발언이 부적절했다. 청문 주재인은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고 시인하는 해프닝으로 발전됐다. 김진태 의원의 질문과 이효성 위원장의 답변은 아래 유튜브 동영상 참조. 이 동영상의 조회수는 무려 11만이 넘은 상태이다.

동영상 클릭

결론적으로 이날 일어난 일들은 현재 한국사회의 저급한 수준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고 방송장악의 야만성을 보여준 살아있는 예이다. 문재인 정권과 한 몸이 된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의 방송장악에 후안무치하게 적극 협력한 이 청문회와 청문 주재인인 김경근 교수, 청문위원인 최은배 변호사는 한국방송역사의 오점으로 남았다. 야비하게 힘없는 교수를 괴롭히는 타깃으로 삼은 것까지 자신의 입으로 실토해 버렸다.

특히 김경근 교수는 한국 방송역사에 본의 아니게 불멸의 이름을 남기게 됐다. 그리고 필자에게 왜 빨리 안 나가고 시간을 끌고 버티느냐고 다그치면서, 한국방송의 고질적 문제 특히 현 정권 방송장악의 본질을 몇 마디로 요약해 냈다.

“먼저 본 놈이 임자예요. 솔직하게 이야기합시다. 그렇죠? 힘센 놈이 먹게 돼 있어요 방송은. 그게 방송의 속성이에요. 100년 동안 90년 동안 그래왔어요. 방송을 우리 흔한 말로 예쁜 여자 보고 총각들이 집적거리는 거 그거 당연한 거 아닙니까?”

향후 신문방송학 교과서에 실려도 될 ‘주옥과 같은’ 내용이다.

글 강규형 (명지대 교수, 전 KBS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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