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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 비용 상승 우려…미래 투자 어쩌나


입력 2018.05.24 10:17 수정 2018.05.24 11:02        박영국 기자

"국민연금 등 가치투자자, 미래 성장성 확보하도록 힘 실어줘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전경.ⓒ현대차그룹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전경.ⓒ현대차그룹

"국민연금 등 가치투자자, 미래 성장성 확보하도록 힘 실어줘야"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 계획이 무산되면서 당시 함께 세웠던 미래 기술 투자 계획도 위기에 처했다. 이른바 ‘플랜B’로 언급되는 구조개편안이 대부분 기존 계획보다 계열사들의 비용 부담이 큰 만큼 미래 기술에 투자할 여력도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미래차 등 핵심 기술 확보 역량을 지배회사인 모비스에 집중시킨다는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새로 검토할 만한 지배구조개편 계획으로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비율 재조정 ▲현대차·기아차·글로비스 3사 분할합병을 통한 지주사 설립 ▲주식소각 및 배당 확대 등이 꼽힌다.

이 중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비율 재조정은 기존 개편안을 보완하는 방식이라 가장 빠르고 쉬울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전 개편안에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을 0.61 대 1로 했던 것에서 현대모비스 지분 가치를 높여 재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합병 비율을 인위적으로 재조정할 경우 이번엔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이 반발할 수 있다. 기존 개편안이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반발로 무산됐던 것과 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많이 보유(23.3%)한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양쪽 주주들의 반발을 잠재우려면 현대모비스를 분할 상장해 시장에서 가치 평가를 받은 뒤 합병 비율을 정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경우 상장에만 몇 년씩 걸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게 문제다. 당장 순환출자고리 해소 등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시간을 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른 대안으로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글로비스가 각각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분할하고, 3사 투자부문을 합병해 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기 전부터 종종 언급됐던 방안으로, 개편안에 가장 크게 반대했던 엘리엇이 주장해온 방식이기도 하다. 이 경우 3사 지분을 모두 들고 있는 엘리엇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 현대차가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들이 문제가 된다.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지주회사 산하로 놓을 수도 없고,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자회사를 거느릴 경우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한 점도 부담이 된다. 결국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오던 금융계열사들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 여력이 약해질 우려가 크다.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미래 자동차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에 집중한다는 청사진도 모두 허사가 된다. 당초 개편안에서는 현대모비스가 투자 지분 형태로 보유 중인 해외법인 등을 활용해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지분투자 및 인수, 글로벌 완성차 대상 사업 확대 및 조인트벤처(JV) 투자 등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기존 개편안과 유사한 방식을 택하되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들을 설득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는 상당한 비용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엘리엇이 개편안 반대 입장을 발표한 이후 잇달아 자사주 소각에 나섰었다. 당시 현대차는 기존 보유 자사주 소각과 추가 매입 후 소각에 총 9600억원이 소요된다고 밝혔고, 현대모비스도 6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개편안이 무산된 상황에서 주주들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이를 훨씬 상회하는 금액을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에 쏟아 부어야 한다.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출혈이 심할 경우 현대차그룹이 청사진으로 제시했던 미래 기술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단기 투자수익을 기대하는 주주들은 회사의 중장기 성장을 위해 어떤 방식이 유리한지에는 큰 관심이 없다”면서 “국민연금 등 가치투자자들은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내놓는 과정에서 미래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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