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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성차별 관행 후폭풍 본격화…개선 가능성은 '글쎄'


입력 2018.05.22 06:00 수정 2018.05.22 04:15        배근미 기자

채용 전부터 정해진 남녀 합격자 비중…수치 맞추려 점수 조작도

경영실태평가 성차별 반영·모범규준 내달 마련…실효성은 '글쎄'

올 상반기 채용비리 이슈가 전 금융권을 강타하면서 그동안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지던 성 차별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번 사태가 금융권 유리천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며 근본적인 채용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에 따른 후폭풍 역시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올 상반기 채용비리 이슈가 전 금융권을 강타하면서 그동안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지던 성 차별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번 사태가 금융권 유리천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며 근본적인 채용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에 따른 후폭풍 역시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올 상반기 채용비리 이슈가 전 금융권을 강타하면서 그동안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지던 성 차별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번 사태가 금융권 유리천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며 근본적인 채용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에 따른 후폭풍 역시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채용 전부터 정해진 남녀 합격자 비중…수치 맞추려 점수 조작도

22일 금융권과 검찰 등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은행 법인이 신입행원 채용 당시 남녀 지원자를 차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15년 상반기 남성지원자 100여명의 등급을 올리는 대신 여성 지원자들의 등급을 낮춘 혐의다. 구체적인 채용비리 수사 결과는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지만 당시 인사업무를 총괄한 전 경영지원그룹 부행장 등 관계자들이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이같은 성 차별 관행은 비단 특정 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채용비리 조사 결과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 2013년 하반기 채용 당시 남녀 비중을 4:1 수준으로 차등해 채용하기로 사전에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채용된 비중은 그보다 한층 수준인 5.5:1로 보고 있다. 임원면접에서도 합격권이었던 2명의 여성을 떨어뜨리고 그 자리를 2명의 남성으로 메운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입행원 서류전형에서) 남녀 차등 없이 합격자 커트라인을 적용했다면 여성 합격자 비중 1018명으로 남성 합격자 수(981명)를 능가한다”며 “그러나 남녀 차등채용을 거치면서 서류전형 남성 합격자가 1600명으로 늘어난 반면 여성은 399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장 뒤늦게 혐의가 드러난 신한금융(카드)에서도 이와 유사한 정황이 포착됐다. 시중은행이 아닌 2금융권에서 여성을 배제한 채용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독당국은 지난해 신한카드의 남녀 지원자 채용비율은 59대 41이었으나 금감원 조사 결과 서류전형 단계에서부터 남녀 채용비율을 7:3으로 정하고 채용 과정 전반에 걸쳐 이를 관리한 것으로 보고 관련 증거 등을 검찰에 이첩한 상태다.

경영실태평가 성차별 반영·모범규준 내달 마련…실효성은 '글쎄'

한편 이같은 차별 채용 정황이 드러나자 금감원은 향후 금융권 경영실태평가에 성 차별을 반영하겠다고 공표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이 이례적으로 금감원장과 긴급 회동을 갖고 “입직 단계에서부터 유리천장이 발생하고 점수 조작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경악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라며 “금융권 전반에 걸친 여성차별 채용 비리를 조사해 달라”며 실태조사를 촉구한 데 따른 조처다.

금융권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에 이어 채용비리에 관한 검찰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여타 은행 및 관계자들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감독당국이 성 차별 관행에 대한 고강도 점검과 그에 따른 제재를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장 이달 말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은행과 씨티은행 등이 경영실태평가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채용비리 점검을 앞두고 있는 보험과 카드,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역시 이번 사태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금감원은 현재 운영 중인 채용비리 신고센터에는 성 차별을 비롯한 약 10여건의 2금융권 채용비리 제보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옥석을 가려 필요할 경우 검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카드업계에서 관련 정황이 포착된 상황에서 검찰 수사 결과가 사실로 확인되거나 추가 정황이 포착될 경우 업권 전반에 미칠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권의 시각이다.

한편 은행권은 이같은 부정채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일환으로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막바지 모범규준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이번 모범규준에는 임직원 추천제 전면폐지는 물론 성별과 나이, 학교차별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타 업권 역시 이번 은행권 모범규준을 토대로 향후 자체적인 규제안을 마련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모범규준을 통해 실질적인 성 차별 관행 해소가 이뤄질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모범규준에 성 차별 금지 조항이 포함된다 해도 이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적용하고 강제할 수 있을 것인지부터 사실 막연한 상황”이라며 “또 입사 과정에서 진행되는 성 차별 만큼이나 조직 내에서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남녀 차별 문화 역시 워낙 뿌리깊게 박혀 있는 만큼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의식 변화나 내부적 움직임도 함께 병행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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