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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발생시 보도 차단” 북미회담 싱가포르 언론의 현주소


입력 2018.05.21 00:00 수정 2018.05.21 13:30        김지수 기자

싱가포르정부, 테러현장 통신·보도차단법 시행

타계 리관유 1당 독주 체제서 언론 통제권 확보

정부 소유 미디어 그룹이 신문 발행·방송 보도

싱가포르정부, 테러현장 통신·보도차단법 시행
아시아 최대 부국·청렴국의 또 다른 얼굴 주목
타계 리관유 1당 독주 체제서 언론 통제권 확보
정부 소유 미디어 그룹이 신문 발행·방송 보도


17일 싱가포르 현지 언론이 테러 발생 시 현장 보도와 통신이 전면 차단된다고 보도한 가운데 싱가포르 현지의 취재 및 보도 환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리조트로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거론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17일 싱가포르 현지 언론이 테러 발생 시 현장 보도와 통신이 전면 차단된다고 보도한 가운데 싱가포르 현지의 취재 및 보도 환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리조트로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거론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17일 싱가포르 현지언론이 정부가 테러현장 인근의 전자통신과 보도 차단 권한을 부여하는 ‘공공질서안전법’을 시행한다고 보도했다. 테러가 발생할 경우 현장의 보도와 통신이 전면 차단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12일 열리는 북미정상회담 취재 시 경찰청장이 ‘통신차단 명령’을 내릴 경우, 사건 현장 상황을 촬영·유포하거나 실시간 중계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언론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통제 대상에 포함된다.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싱가포르 현지언론의 취재 및 보도 환경도 주목받고 있다.

동남아시아 말레이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이 나라는 1인당 명목 GDP 세계 9위(2018년 IMF 발표), 국가청렴도 순위 7위(2016년 국제투명성기구 발표)로 아시아에서 최상위다.

이런 부유하고 청렴한 국가 싱가포르에는 또 다른 얼굴이 있다. 싱가포르는 1965년 국가 성립 이래 현재까지도 ‘인민행동당’의 1당 독주 체제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는 싱가포르 언론의 현주소와 맥을 같이 한다.

지난 2015년 타계한 리콴유 싱가포르 초대 총리는 장기집권 기반 마련을 위해 언론통제권을 확보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연합뉴스 지난 2015년 타계한 리콴유 싱가포르 초대 총리는 장기집권 기반 마련을 위해 언론통제권을 확보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연합뉴스

1984년 리콴유 초대 총리(1923~2015년)는 집권당의 안정적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장기집권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언론정책을 도입했다. 그는 출판언론 법안을 제정해 정부의 허가를 받은 신문만 발행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했다. 싱가포르에서 발행되는 모든 언론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한 것이다.

그는 언론출판법에 따라 신문 분야를 ‘싱가포르 프레스 홀딩스 그룹(SPH·Singapore Press Holdings)’으로, 방송 분야를 ‘미디어콥(MCS·Media Corporation of Singapore)’으로 개편해 정부에서 관장토록 하는 언론통제정책을 실시했다.

SPH는 정부 거대 공기업이자 싱가포르 내 모든 신문을 소유·관리하는 최대 언론 그룹이다. 현지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일간지인 ‘스트레이트 타임즈’가 이 그룹을 통해 발간된다.

싱가포르의 유일한 지상파 방송사업자인 ‘MCS’는 라디오, 출판, 웹서비스, 방송 제작 및 프로덕션 까지 담당하는 종합 미디어 사업자다. 방송뉴스채널 ‘채널 뉴스아시아’와 온라인언론 ‘투데이’가 MCS를 통해 방송 및 발행된다.

싱가포르 은퇴 언론인 ‘여툰주’의 저서 ‘Confessions of Lee Kuan Yew's Simplistic Pressman(2017)’ ⓒ구글북스 싱가포르 은퇴 언론인 ‘여툰주’의 저서 ‘Confessions of Lee Kuan Yew's Simplistic Pressman(2017)’ ⓒ구글북스
또 싱가포르에서 300부 이상 판매되는 모든 외국 출판물은 동남아와 관련한 기사를 취급할 경우 반드시 당국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 결과, 지난해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싱가포르의 언론자유지수는 조사대상국 180개 중 151위로 하위권이었다.

리콴유는 1971년 6월 9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국제언론인협회 총회에서 “싱가포르 국가통합이 최우선 과제다. 언론의 자유는 그 후순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스트레이트 타임즈’에 몸담았던 언론인 여툰주는 저서에서 “총리는 반세기 동안 싱가포르 정치사회를 주물렀다. 언론은 그의 입맛을 따라야만 했다”고 밝혔다.

여툰주에 따르면 리콴유는 언론에 영향을 미치는 것보다 언론을 통제하는 것이 더 쉽다고 판단했다. 그의 저서는 “(리콴유 전 총리가)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선출된 지도자였다는 사실에 근거해 언론 통제를 정당화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지수 기자 (jskim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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