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참시 사태, 화풀이로 흘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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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9월 19일 18:49:27
    전참시 사태, 화풀이로 흘러선 안 된다
    <하재근의 닭치고tv>분노는 당연하지만 처벌 요구는 냉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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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5-17 07:13
    하재근 문화평론가
    ▲ '세월호 침몰' MBC 뉴스 특보 화면과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이 합성된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 화면 캡처.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세월호 사진 사태에 관한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에 따르면 이렇다.

    조연출이 뉴스 속보처럼 화면을 꾸미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FD에게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현장소식 알아보겠습니다'라는 멘트의 뉴스 화면을 요청했다. FD가 자료를 찾아 전달했는데 이중에 2건이 세월호 관련 자료였다. 조연출은 원하는 멘트가 나오는 3건의 자료를 선택했다. 3건 안에 세월호 자료 2건이 들어갔다.

    조연출이 세월호 자료라고 인지한 것은 1건이다. 여성 아나운서의 뉴스는 오디오만 듣고 세월호 자막이 나오기 전에 끊었기 때문에 세월호 뉴스라는 것을 몰랐다. 세월호 자료라고 인지한 1건에 대해서는, 세월호 배경과 관련 자막을 지우고 쓰면 될 거라고 생각해 미술부에 그래픽 처리를 맡겼다.

    하필 어묵 이야기가 나올 때 세월호 이미지를 쓴 것은 우연이다. 조연출은 어묵이 일베 등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조롱하는 의미로 쓰인 것을 몰랐다. 조연출은 자신이 일베와 관련이 없다고 했다. PD나 CP 등 여타 제작진과 간부들은 그래픽 처리가 된 후에 시사했기 때문에 원소스에 세월호가 있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즉, 조연출의 실수가 원인이었다.

    이상이 조사 결과인데, 인터넷 반응을 보면 조사 결과를 그대로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 세월호 이미지를 고의로 쓴 것이니 제작진을 모두 처벌하라는 요구가 나온다. 프로그램도 폐지하라고 한다.

    일단 최초에 나왔던 해명은 거짓임이 판명됐다. 배경이 뭉개진 화면을 전달받았다고 했지만, 사실은 조연출이 배경을 뭉갰다. 확인된 거짓은 여기까지다. 그 외엔 거짓이라고 단정할 것이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제작진의 거짓을 단정한다. 사건 초기부터 그랬다. 우리나라에 ‘전지적’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모두들 제작진이 일부러 그랬을 거라고 단정했다.

    하지만 조연출이 화면 그래픽 처리를 지시했고, 그렇게 처리된 후 합성작업까지 이루어진 이미지를 PD나 다른 제작진이 봤다면 원 바탕에 세월호가 있을 거라고 인지할 수 없다. 여성 앵커 화면은 바탕에 아무 것도 없으니 세월호 뉴스라는 걸 더더욱 알 수 없다. 무작정 제작진이 알고 했을 거라고 비난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프로그램 폐지 요구도 섣부르다. 과거 ‘케리돌 뉴스’도 일베 이미지를 썼다고 해서 폐지됐는데, 그렇게 폐지당할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일베 이미지는 단지 알아보지 못하고 부주의하게 썼을 뿐인데, 부주의의 대가로 폐지는 너무 가혹했다. PD가 일베 동조자도 아니었고, 프로그램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오히려 PD는 일베에 비판적인 사람이었음) 무조건 폐지가 답은 아니다.

    조연출이 아무 것도 모르고 단지 우연으로 어묵과 두 장의 세월호 이미지를 연결시켰다고 하는 대목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조연출이 일베와 상관없다고 하는 것에도 의심이 가능하다. 그런데 의심에서 더 나아가, 조사위원회가 진상을 축소은폐했다고 단정 짓는 것도 문제다. 아무 근거가 없다. 만약 조연출이 알고 했으면서도 몰랐다고 거짓말했다면, 어차피 속마음이기 때문에 조사위원회가 밝힐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냥 의혹으로 남았을 뿐이다.

    이렇게 조연출에 대한 의혹이 남았을 뿐, 프로그램 제작진 자체를 싸잡아 패륜으로 몰아 갈 근거는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제작진의 유죄를 단정 짓고 공격을 퍼붓는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사태 초기부터 그랬다. 무조건 제작진을 공격했다.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다.

    이 사건은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분노는 당연하다. 하지만 처벌 요구는 냉정해야 한다. ‘내가 분노했으니 누구라도 극형을 받아야 한다’라는 건 화풀이에 불과하다. 정확하고 냉정하게 잘잘못을 가리는 게 먼저다. 그런 냉정함 없이 분노와 처벌만 외치다간 ‘7번방의 선물’의 경찰서장처럼 된다. 이 영화에서 경찰서장은 분노해서 처벌을 원했고 결국 무고한 주인공을 감옥으로 몰아갔다. 너무나 엄청난 사건이 단지 한 명의 스태프 과실로 결론 나고 여타 제작진에 책임이 없다면, 허탈하고 부조리한 것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처벌해! 처벌해!’만 외치는 건 화풀이일 뿐이다.

    제작진도 사람이다. 인권이 있고 인생이 있다. 아무 근거 없이 이런 패륜 사건의 책임자로 덤터기 쓸 이유가 없다. 세월호 사건을 애통해 하는 이들은 사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작진의 삶도 생각해야 한다. 사람들은 조사 기간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빨리 결론 내고 처벌하라고만 외쳤다. 생업이 끊기거나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 있는 일이다. 엄밀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사람들은 그저 자기의 분노, 자기의 답답함만 생각했다. 제작진이 당할 수도 있는 억울함은 생각하지 않았다. 세월호라는 명분만 내걸면 이런 집단공격, 마녀사냥이 정당화될 수 있는 걸까?

    글/하재근 문화평론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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